돈보다 팀 사랑한 프로야구 프랜차이즈 스타들
입력 : 2013.1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올 FA 시장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프로이기에 몸값에 따라 움직이는 게 당연하지만 소속팀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썩 만족스럽지 못한 금액에도 그냥 도장을 찍는 선수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의리파라 부른다.

FA는 선수 입장에서 일생일대의 기회다. 이 자격을 얻는데 무려 9년(대졸은 8년)이나 걸린다. 일정한 요건을 채워야 하기에 그저 햇수만 채운다고 FA가 되지도 않는다. 1군과 2군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평생 FA 자격을 얻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즉, FA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단단히 한 몫 챙길 수 있는’ 기회다. 때문에 구단의 대접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으로 옮긴다. 헌데 돈과는 별개로 소속팀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선수도 있었다. 2010년 LG의 박용택이 그랬고, 올 해에는 삼성의 박한이가 그랬다.

2010년 FA 자격을 얻은 박용택은 4년간 총액 34억 원에 LG 잔류를 선택했다. 지금에야 34억이 마치 헐값처럼 보이지만 당시만 해도 수준급 대우였다. 하지만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많다. 보장금액이 15억 5,000만원에 불과했고 옵션이 무려 18억 5,000만원이었다. 2009년 타격왕을 했던 박용택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박용택은 망설이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박용택은 계약 후 “많은 옵션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FA 신청을 하기 전부터 난 LG와 계약을 할 마음뿐이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LG야구를 보면서 야구의 꿈을 키워왔고, LG에 입단했다. 다른 마음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며 "난 정말 LG에서 4년이 아니라 10년 20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박용택은 LG 팬들로부터 ‘의리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해 FA 자격을 얻은 삼성의 박한이 역시 팀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했다.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해 잔류 의사가 확실함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역시나 4년 28억에 잔류를 택했다. 올 시즌 특히 과열된 FA 분위기를 봤을 때, 시장에 나왔다면 몇 억은 족히 더 받았을 것이다. 30억을 받고 NC로 간 손시헌이나 35억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최준석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박한이는 팀에 대한 애정으로 28억에 만족할 수 있었다.

사실 이들이 의리때문에 남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다. 잔류만이 바른 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도리를 지킨게 아니라 팀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남았다. 팀에 대한 자부심이 생각보다 적은 금액을 상쇄했다.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소위 ‘간판급’ 선수들의 이적은 야구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팬들은 한편으로는 한 팀의 유니폼만 입고 그 유니폼에 자부심을 느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염원하기도 한다. 두 선수가 앞으로도 LG와 삼성에 남아 팀의 ‘전설’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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