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홍명보 감독, “많이 지쳤고, 능력도 부족하다”
입력 : 2014.07.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민 기자=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사퇴했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을 출발하기 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얘기했는데, 실망감만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1년여 시간을 보냈다. 많은 일들과 실수도 있었다. 그로 인해 나 때문에 많은 오해가 생겼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 임했다. 그러나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를 상대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를 기록,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3패 이후 2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또한 단조로운 전술과 의리 논란으로 불거진 납득할 수 없는 선수 운용 등으로 사임 비난을 받았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 기자회견 전문.

홍명보 감독 공식 입장

이런 자리에 나오니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 월드컵을 출발하기 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얘기했는데, 실망감만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1년여 시간을 보냈다. 많은 일들과 실수도 있었다. 그로 인해 나 때문에 많은 오해가 생겼다. 성숙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1990년 선수 생활부터 지금까지 24년간 대표팀 생활을 했다. 하지만 오늘로써 이 자리를 떠나겠다. 앞으로 조금 더 발전된 사람으로서 노력을 하겠다. 귀국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유는 나에 대한 비난까지 내 몫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대한 모든 판단과 결정은 내 몫이었다. 당시에는 최선의 판단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 점에 대해서 국민들과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임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또 다시 사퇴를 결정한 이유는?

알제리전과 벨기에전이 끝나고 사퇴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와서 6개월 동안 팀을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나와 함께한 선수들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반성의 시간과 생각을 해본 결과 사퇴를 결정했다. 내가 대표팀을 끌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한국 축구는 앞으로 나가야 하고, 나 또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직 까지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생활 폭로와 뒤풀이 논란에 대해서는?
땅 매입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훈련 중에 나와서 한 일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그렇게 비겁하지 않았다. 월드컵 후에 뒤풀이 논란은 패배로 슬퍼하는 어린 선수들을 챙기고 싶었던 내 생각이었다. 리더로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행보는?
일본에서 지인이 편지를 보냈다. 그 속에는 한국은 월드컵의 자산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편지를 받고 많은 부분을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선수들 모두 이러한 경험이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월드컵에서 얻은 실패를 비롯한 모든 경험들을 협회에 잘 전달하겠다.

대표팀 감독이 ‘독이 든 성배’라는 것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 축구는 많이 발전이 됐다. 선수.지도자 모두 성장했다. ‘독이 든 성배’라는 것은 알고 시작했다. 재임 시간 동안 좋은 결과를 내려했지만, 결과는 실패했다. 후임 감독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구체적 계획과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은?

향후 계획은 생각하지 못했다. 부족했던 점을 고치는 것에 중점을 맞춰야 할 듯하다. 월드컵의 실패 원인을 보니, 예선전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고, 아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게 됐다. 그러나 과정은 분명 객관적이었다. 국내에 있는 선수들로 전지 훈련을 했을 당시 많은 부분을 비교도 해봤지만 내가 아는 선수들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한국 축구는 유럽에 진출했지만 활약하지 못하는 선수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간극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엔트으리’ 논란과 알제리전에서 미흡했던 준비에 대해서는?

월드컵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데려가는 감독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더욱 철저하고, 냉정하게 검증을 했다. 하지만 좋지 않게 보였던 것은 분명 대 잘못이다. 알제리전도 코칭 스태프들이 수없이 상대 전술과 주요 선수를 분석했다. 물론 러시아전 이후에는 회복 훈련등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경기 전에 과도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수치적인 체력은 문제가 없었으나, 흔히 경기 체력이라는 부분이 부족했다. 하지만 상대팀들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임기간 중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비판은?

대표팀 감독은 비판을 받는 자리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많은 일이 있었다. 축구 외적인 것에 다른 부분에 에너지가 쏟아졌다는 것도 아쉽다.

사퇴의사를 협회에만 이야기하고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유는?

아주 작은 비판을 받고 떠나기는 싫었다. 나는 귀국 현장에서 “어려운 결정을 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사의를 표했지만, 대외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바로 사퇴하는 쉬운 선택의 길이 있었지만, 반성과 비판을 받을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끝까지 비판을 받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아시안컵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도 있었는데

나의 명예는 축구에서 얻은 거라 축구를 통해 떨어져도 괜찮다. 나는 항상 최선을 다했었다. 아시안컵까지 하려는 이유는 선수들과 한 번 더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갑자기 사퇴를 결정한 이유는 남은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잘 해내기에 능력이 부족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이 지친 상태기도 했다. 내 모든 능력이 아시안컵 까지 가기에는 무리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제는 그 동안 해왔던 사회 활동도 해야 하고, 어려운 사람도 도와줘야 한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감독을 떠난다. 더욱 많은 공부를 하겠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