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대행’ 믿음 차이, 성남은 인천을 보지 못했나
입력 : 2014.08.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성래 기자= ‘감독대행’. 팀을 이끌지만, 감독도 아니고 그렇다고 코치도 아니다. 이 애매한 위치에 자리잡은 인물에게 믿음을 주기는 부족했던 걸까. 전격적으로 이상윤 감독대행을 경질한 성남FC의 모습이다.

성남은 26일 이상윤 감독대행 해임을 결정했다. 가장 큰 원인은 성적부진이다. 현재 4승 7무 11패로 리그 10위를 기록 중인 성남은 전반기 중위권을 유지했지만 후반기로 들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 때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등 부진의 고리는 끊어질 줄 몰랐다.

성남은 이영진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성남은 "강등권 탈출 및 K리그 클래식 잔류를 목표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고 했다. 하물며 감독대행은 어떨까. 그러나 감독대행은 본래 감독으로서의 역할은 하지만 그 책임을 지기엔 힘든 자리다. 정식 감독이 아닌 이상, 구단에 선수 영입, 방출과 같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누가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 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대부분의 감독대행들은 전임 감독이 이뤄놓은 큰 틀에 맞춰 미미하게 자신의 색깔을 입혀내며 경기를 치러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성남서 감독대행을 맡기 전까지 프로팀 감독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잠시 부산 아이파크서 코치 생활을 한 그는 올 시즌 성남서 본격적으로 코치 수업을 하며 지도자로서의 미래를 그려나가던 상황이었다. 이런 그에게 갑작스레 맡겨진 감독대행이라는 꼬리표는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이라는 직함을 얻은 이상윤 감독대행은 고군분투했지만 팀 성적을 끌어올릴 순 없었다. 그러나 성남이 조금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이상윤 감독대행에 믿음을 줬어야 했다. 단 4개월, 어떤 지도자라도 이 짧은 시간 안에 감독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완벽히 구현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믿음이 팀을 변화시킨 좋은 예가 있다. 바로 인천이다.

현재 인천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봉길 감독은 인천 코치 시절 두 번이나 감독대행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2010년 페트코비치 감독이 사임한 이후 감독대행이 되어 리그 5연패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이후 허정무 감독의 부임으로 다시 코치로 돌아간 그는 2012년 시즌 초반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허정무 감독의 뒤를 이어 다시 감독대행 업무를 시작했다.

두 번째 감독대행 때도 초반에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감독대행이 된 이후 첫 8경기서 4무 4패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 그러나 인천은 이후 무려 리그 19경기 무패 행진(12승 7무)를 이어가며 9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결국 인천은 2012년 7월 인천을 강등권에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 받아 김봉길 감독대행을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인천과 김봉길 감독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왔고, 이 믿음은 결국 인천의 상승세를 이끄는 커다란 요소가 됐다. 이후 김봉길 감독은 인천을 이끌고 2013년 K리그 클래식 무대서 팀을 그룹A에 진출시키며 시민구단의 저력을 보여줬다.

단순히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로 감독대행을 경질시키고, 다른 인물을 감독대행으로 앉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을까. 이미 감독대행이 경질되는 모습을 본 선수들이 다음 감독대행 체제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수들 사이에서 ‘새로 온 감독 대행은 어차피 떠날 인물’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정식 감독이 오면 그 때 온 힘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도 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누차 말했듯이, 감독대행은 구단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러한 선수들의 동요를 막을 장치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성적은 더욱 곤두박질 칠 것이고, 구단이 이를 또 다른 감독대행 선임으로 틀어막으려 한다면 결국 이는 악순환이 반복으로 귀결될 뿐이다.

조금 더 장기적인 안목과 함께 인내심과 믿음을 가졌으면 상황은 인천처럼 달라질 수도 있었다. 성남의 성급한 행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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