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돋보기] 아스널의 고민,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외질'
입력 : 2014.09.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경헌 기자= 메수트 외질(26, 아스널)이 그라운드 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아스널은 17일 새벽(한국시간) 시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D조 1차전에서 임모빌레와 아우바메양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0-2으로 패배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경기 후 선수 개개인의 평점을 매기며 양팀의 희비를 전했다. 최고 평점 1점을 차지한 치로 임모빌레, 케빈 크로스크로이츠를 비롯해 대부분 2점대 이상을 기록한 도르트문트와 달리 아스널은 대부분 4~5점대의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그 중에서 가장 혹독한 잣대가 가해진 선수가 있으니 바로 평점 6점을 받은 외질이다.

이날 경기서 아스널은 강한 피지컬과 빠른 스피드로 상대의 호흡을 끊는 게겐 프레싱(전방압박)을 앞세운 도르트문트에 혼쭐이 났다. 벵거 감독은 그동안 압박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의 장점이 흐릿해졌던 외질을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측며 윙어로 투입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부진과 맞물려 물거품이 됐다.

"사람들은 항상 외질을 향해 약간의 부정적 태도를 취한다"라고 외질의 부진을 두둔했던 벵거 감독의 인내심도 한계가 다다를 듯 보인다. '미러'는 "이렇다 할 특색이 없었다. 끔찍한 경기"라고 혹평했으며 골닷컴 영국판은 "외질은 아스널의 골칫거리(stinker)"라고 평가했다. 벵거 감독 역시 경기 후 "대단히 실망스럽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외질의 부진과 관련된 연관검색어 중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은 바로 '압박'이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외질은 빅매치에서 상대 압박에 사로잡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이상 기류를 감지한 무리뉴 감독은 외질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패스를 살리기 위해 그를 측면에 기용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4250만 파운드(약 715억)에 달하는 거액의 이적료와 함께 아스널로 이적한 외질은 시즌 초반 번뜩이는 플레이로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상대팀들의 견제와 압박이 더욱 강해질수록 흐릿했던 단점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뉴캐슬전 이후 리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으며 원정 경기에서 득점은 전무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부진한 경기력으로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독일 대표팀 속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상대팀의 압박뿐만 아니라 언론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외질은 충분한 재능을 갖췄지만 잉글랜드에 적응하지 못했던 베론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고 좀처럼 부진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외질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표적인 영입실패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외질의 가치는 여전하다. 외질은 지난해까지 5년간 유럽을 통틀어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해 공식적으로 ‘유럽 도움왕’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독일에서 팬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에 3년 연속 선정됐다는 것은 그의 진가를 증명하는 데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각성과 변화 없이는 '아스널의 남자'가 아닌 '아스널의 썸남'으로 잊혀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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