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인천 늑대, 보이지 않는 이빨' 심층 분석
입력 : 2015.04.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인천] 여덟 경기째 무승. 여럿이 무리 지어 상대를 내모는 모습에서 검푸른 늑대가 보였다. 하지만 입 속 깊숙이 감춰놓은 이빨은 아직 제대로 드러낸 적 없다. 전북, 울산, 포항 등을 상대로 꼬박 승점을 챙겼어도, 6무 2패에 춤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천이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8라운드에서 포항과 1-1로 비겼다.

2004년 K리그 입성 이래 가장 지독한 행보를 보인 2014 시즌. 마수걸이 승리는 11라운드(5월 3일 서울전 1-0 승)에서야 나왔다. 불과 1년 전 일이라 모든 것이 생생하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쫄깃해진 심장, 살기 위한 발버둥, 시커멓게 타들어 간 속까지. 출발선에서부터 처지는 이 흐름이 달가울 리 없다. 닿을 듯 닿지 못한 반등의 포인트는 또 다시 다음으로 미뤘다.



전반 10분 만에 내준 PK에 2주 전 경인더비 악몽이 떠올랐다. 수비 진영에서 확실한 볼 클리어링이 따르지 않았고, 우당탕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게 볼과 공간을 헌납했다. 박대한이 뒤늦게라도 달려들었으나, 본디 뒤에서 도전하는 무리한 수비 형태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키커는 왼발잡이 티아고. 다행히도 솟구친 볼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신을 차린 인천은 서서히 제 플레이를 찾아간다. 4-1-4-1 시스템을 입힌 이들은 좌우 윙어를 넓게 늘어놓지 않는다. 측면에서의 직선 돌파에 치중하는 대신, 원톱 아래 진영으로 바짝 좁혀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 이는 경기 전 "우리가 (최근) 몇 게임에서 전방 압박을 강하게 했는데, 상대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라던 황선홍 포항 감독의 말과 맞물려 쏠쏠한 효과를 낸다.

포항이 팀 중심을 앞으로 놓자, 인천은 중간 단계를 생략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중앙 수비가 볼을 잡았을 때, 빌드업에 잔패스를 많이 할애하는 대신 선 굵은 패스로 케빈, 혹은 그 바로 아래 일대를 곧장 노린다. 수비형 미드필더 1 자리에 놓인 김원식과 안진범-조수철에게 가해질 상대 압박을 무력화하려는 방책. 앞선에서 볼을 받은 공격진이 이를 측면으로 돌려놓으며 흐름을 이어나갔다.

전반 17분 맞은 팀 두 번째 코너킥. 니어 포스트로 낮고 빠르게 붙인 이천수의 킥은 김인성의 머리를 거친다. 뒤쪽, 즉 쇄도와 함께 힘과 높이를 겨루는 정통 경합 지역에서는 공간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4vs4 싸움이 진행 중이었다(케빈vs김원일, 김진환vs김대호, 김원식vs김태수, 요니치vs김준수). 하지만 볼이 굴절되며 예상 코스를 벗어났을 때, 상대를 품에 안고 방해하려던 포항의 맨마킹은 모조리 깨지고 만다. 김진환의 헤더골은 이 상황에서도 볼을 놓치지 않은 부지런함에 대한 보상이었다.



인천이 선제 득점을 올린 건 1라운드 광주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들뜬 마음은 전반전을 채 넘기지 못한다. 전반 39분 포항의 동점골 상황. 티아고가 득점 직전 횡드리블을 시작한 지점, 그리고 수비 위치나 숫자를 두루 고려하면 인천으로선 아쉬움이 그윽했다. 수비에 충실히 가담해 상대 공격을 차단했으나, 직후 나온 스로인 한 방에 안진범과 박대한이 벗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하단 캡처① 참고).

왼발에 편중된 티아고는 바깥 공간으로 드리블을 치기보다는, 수비 사이로 볼을 밀어 넣어 통과하려는 습성을 보여왔다(오른쪽 측면에 놓인 왼발잡이가 끝줄 방향으로 볼을 몰고 가 속도를 붙여 오른발을 대는 일은 결코 흔하지 않다). 이를 방어하는 입장에선 상대 습관을 염두에 두면서 언제 수비 타이밍을 잡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티아고는 인천 수비의 자세나 움직임, 그리고 발까지 보면서 침착하게 다리 사이로 공을 빼냈다.

수적으로 우세했던 만큼 어깨를 확실히 집어넣는 등 조금 더 적극적인 액션이 나올 법도 했다. 하지만 몸 중심을 낮춘 채 밀고 들어오던 상대를 저지하지 못하면서 김원식의 저지선이 붕괴됐고, 등진 문창진에게 가린 김진환은 더는 접근할 수 없었다. 이후 왼발로 감아 때린 슈팅에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하단 캡처②). 티아고가 연출한 위협적인 장면은 이후에도 반복된다. 윗선에서부 강하게 다루면서 끊었으면 모를까, 그 순간을 놓친 탓에 부담은 위험 지역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문제는 후반전이다. 애매한 경기력으로는 상대와의 힘겨루기를 좀처럼 압도하지 못했다. 쉽게 지지 않는 경기를 하고는 있어도, 동시에 속 시원히 이길 수 없는 처지가 8경기 6골이란 기록에도 그대로 묻어났다. 격정적으로 뛰며 상대가 패스를 시작하는 길목을 강하게 짓눌렀으나, 이후 숨통을 끊어놓을 만큼 강하게 물어뜯는 모습은 드물었다.

상대를 힘겹게 할 방법에 대해선 고민이 더 필요해 보였다. 적장 황 감독 말대로 수비를 등지거나 돌아설 때, 혹은 패스로 동료를 활용할 때, 또 페널티박스 안에서 높이 싸움을 할 때에도 원톱 케빈은 위협적이었다. 다만 측면 수비가 올라서면서 최대 5톱까지 만드는 전개 방식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김인성 외 나머지 자원들의 활동폭이 측면에까지 변칙적으로 적용됐다면 한결 좋은 결과를 냈을 텐데, 이마저도 수비 부담에서 말미암은 체력 저하에 발목을 잡혔을 것이다. 교체 투입된 진성욱은 반성의 목소리를 보탰다.

"케빈이 공중볼이 되니까 앞에서 다투려고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공격 숫자가 적었던 것 같다. 미드필드 진영에서 우리가 앞을 보고 공을 잡으면 움직이기가 더 편할 텐데 그런 경우도 많이 없었다. 서로 급하다 보니 충분히 패스로 연결할 수 있는 것도 멀리 차 냈다. 케빈에게만 계속 공중볼을 붙이니 본인도 힘들었을 것이다."

볼을 빼앗은 뒤 시작되는 패스의 부정확함, 그리고 공격진 전체에 만연한 조급함이 종합적으로 얽혔다. 상대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인천만의 플레이까지 얹어야 비로소 첫 승이 올 터. 꼬리나 팔다리가 아닌, 몸통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 급소를 조준해야 상대가 고꾸라진다.

글=홍의택
사진=프로축구연맹, KBS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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