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90+] '캡틴' 제라드 리버풀 이별 인사, '굿바이' 아닌 '소롱'
입력 : 2015.05.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경헌 기자= 패배의 그림자도 영광의 순간을 가릴 순 없었다. 17년 동안 리버풀의 심장으로 살아온 '캡틴' 스티븐 제라드(35)의 이별 이야기다.

지난 1998년 11월 29일 블랙번 로버스전서 처음으로 리버풀 1군 경기에 데뷔한 제라드는 그동안 안필드를 계속 지키는 '원클럽맨'으로 살아왔다. 제라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UEFA컵(현 UEFA 유로파리그) 우승, FA컵 우승 2회, 리그컵 우승 3회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단지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험만 없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긴 힘들었다. 그 사이 '상징성'과 '세대교체'의 저울질에서 리버풀의 고민은 커졌다. 브랜단 로저스 감독은 "리버풀은 제라드 없이도 발전해야 한다. 우리가 매번 그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라며 리버풀의 상징인 제라드를 벤치에 앉히고 새로운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시나리오를 늘려 나갔다.

영원할 것만 같던 제라드와 리버풀은 이별 수순을 밟게 됐다. 결국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과 계약이 만료되는 제라드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제라드는 올 시즌 종료 후 리버풀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 갤럭시로 이적하기로 결심했다. 리버풀의 또 하나 전설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제라드는 17일(한국시간)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안필드 고별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서 제라드는 리버풀 응원가인 'YNWA(You will never walk alone)'가 자수로 새겨진 축구화를 신고 세 딸과 함께 경기장에 입장했다. 양팀 선수들은 ‘가드 오브 아너’를 준비해 제라드의 마지막 안필드 입장을 더욱 영광스럽게 빛냈다.

리버풀 팬들은 ‘CAPTAIN’, ‘SG8’의 대형 카드 색션을 준비해 제라드의 공로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제라드 응원가와 리버풀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을 열창하며 제라드의 안필드 고별전을 뜨겁게 울렸다. 이를 지켜보던 제라드 역시 복받치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날 경기는 예상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리버풀은 전반 25분 애덤 랄라나가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펀천, 자하, 머레이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특히 자하와 머레이의 득점 경우 오심에 가까운 판정이었기에 리버풀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은 더욱 안타까웠다. 제라드 역시 경기 종료 후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제라드와 리버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록 지금은 아니더라도 추후에 더 부푼 감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제라드는 과거 인터뷰에서 "현역 은퇴 후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코치보다 감독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언젠가 리버풀 지휘봉을 잡는 날이 온다면 내 꿈이 이뤄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EPL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제라드의 상상 속 모습이 역시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리버풀을 떠난다고 해서 나와 리버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언젠간 반드시 리버풀로 돌아오고 싶다"라며 리버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이별 인사가 '굿바이(Good bye)'가 아닌 '소롱(So long)'인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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