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디니가 캐러거에 전한 '이스탄불 비극' 후일담... ''석달간 잠 못잤어''
입력 : 2015.05.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지우 기자= 리버풀과 AC 밀란의 2004/20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최고의 '명승부'로 손꼽힌다. 당시 유럽 무대 최강의 스쿼드를 자랑하던 밀란은 리버풀을 상대로 전반에만 3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밀란이 급격히 무너지며 리버풀에 연달아 3골을 내준 것. 결국 밀란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는 비극을 맛봐야 했다. 밀란 팬들에게는 '비극'이지만 세계 축구팬들에게는 리버풀이 만들어낸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양팀의 레전드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AC 밀란의 파울로 말디니와 리버풀의 제이미 캐러거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2일 캐러거와 말디니의 만남을 소개했다. 현역 은퇴 이후 축구 해설가로 활동 중인 캐러거는 말디니를 찾아 당시 그가 느꼈던 생생한 심정을 전해들었다. 두 전설 모두 10년이란 세월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말문을 열 수 있었다.

캐러거가 먼저 "이스탄불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될까?"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에 말디니는 "물론이다! 그 이후로 3개월 동안 잠을 못 잤지만 괜찮다. 시작해 보자"라며 재치있게 반응했다.

이후 말디니는 당시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는 "당시 전반만 보면 우리가 패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있다. 전반전에만 우리가 잘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는 미친 듯한 6분 안에 벌어진 일이다. (실제로 당시 밀란은 후반 8분, 10분, 14분에 연달아 실점을 내줬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우리의 플레이를 다시 펼쳤고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내 기억에 당시 제라드는 수비수로 내려갔다. 리버풀은 많이 지쳐있었다"며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계속해서 말디니는 "3-0으로 전반전이 끝났을 때 락커룸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이 선수들에게 조용하라고 소리쳤다. 이후 후반전에 대한 생각을 했다"며 당시 전반전이 끝난 뒤 상황을 전했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단연 제라드였다. 리버풀의 '캡틴' 제라드는 후반전에 엄청난 투혼과 정신력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선제골과 동점골로 연결된 PK를 얻어내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캐러가가 묻자 말디니도 "당시 제라드는 근육 경련으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뛰며 모든 지역에서 태클을 아끼지 않았다.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한 선수다"며 칭찬의 말을 덧붙였다.

밀란은 2년 후 다시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재회했다. 아테네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밀란이 2-1로 정상에 등극했다. 이에 말디니는 "슬프지만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도 2년 뒤 복수할 기회를 맞이했다. 좋은 경기는 펼치지 못했지만 아테네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2004/2005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밀란은 말디니를 비롯해 네스타, 스탐, 카푸, 피를로, 카카, 세브첸코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버풀 제라드와 캐러거를 중심으로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선보이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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