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수원] '중원 공백' 포항, 노장 콤비의 투혼 빛났다
입력 : 2015.08.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포항] 신명기 기자= 중원의 살림꾼 두 명을 한꺼번에 잃은 것은 역시 만회하기 힘들었다. 권창훈 등 강력한 중원을 구축하고 있는 수원 삼성을 상대한 포항 스틸러스의 이야기다. 포항은 어려움에 빠진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뛴 '백전노장' 김태수-황지수의 분전으로 수원 중원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포항은 30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8라운드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올 시즌 포항의 중원 구성은 지난 시즌 데뷔 후 주전으로 올라선 손준호와 ‘영건’ 문창진이 주축으로 나섰고 백전노장 김태수와 황지수도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이어 시즌 도중 에미리츠 클럽서 임대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신진호의 가세로 강력한 중원 라인을 구축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창진을 부상으로 잃은 포항은 후반기 막판 상위권 싸움의 큰 변수가 될 수원과의 경기에서 최근 주전으로 나서 좋은 호흡을 자랑했던 손준호와 신진호 카드를 모두 잃었다. 두 선수 모두 경고 누적으로 1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손준호는 팀 내 최다골(7골)을 기록하는 선수였고 신진호 역시 복귀하자마자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기에 포항으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황선홍 감독은 울며 겨자먹기로 김태수와 황지수를 중원에 투입, 수원에 맞섰고 풀백이었던 박준희를 중원에 배치하는 모험수를 뒀다.

물론 수원도 부상 문제로 고심하기는 마찬가지. 시즌 초반부터 주축 미드필더인 오장은과 김은선을 잃은 수원은 기대 이상으로 중원에서 활약해준 조성진마저 광대뼈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동아시안컵에 차출되는 등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권창훈이 맹활약하며 잘 버텼고 이상호, 염기훈, 임대 영입된 조찬호도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변수가 많았던 터라 양팀 감독 모두 중원 싸움을 이날 승리의 중요한 포인트로 봤다. 우선 두 선수를 잃은 황선홍 감독은 “물론 손준호와 신진호를 잃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이런 부문이 불리함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황지수와 김태수가 이들의 공백을 잘 메워줄 것으로 보이고 박준희의 경우 가평 훈련서 미드필더로서 가능성을 보여 투입을 결심했다”고 말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정원 감독의 생각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두 선수가 수원서 잘해줬던 것은 사실이다. 그 선수들이 빠진 것은 득실이 있을 것이다.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 정신력에서는 오히려 포항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반엔 홈팀 포항이 근소하게 앞서는 모습이었다.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권창훈, 이상호 등 수원 공격 2선에 맞서 전투적인 성향의 김태수, 황지수가 뒤를 받치고 박준희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줌으로서 밀리지 않았다. 특히 라자르가 힘으로 버텨주고 측면 공격을 살리는 상황에서 이들의 공헌도는 컸다.

물론 두 선수는 후반으로 갈수록 젊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수원 중원에 기동력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공격 전개에 있어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후배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들의 1차 목표인 상대 공격 저지와 무실점을 달성했다.

포항은 치고 나갈 수 있었던 수원전서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하며 서울과 성남을 앞지를 수 있던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한 두 노장 콤비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사진=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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