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호의 눈] 손흥민 이청용, 런던 '악연’을 끝낼 수 있을까?
입력 : 2015.08.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우승호 기자=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인 이적이었다.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레버쿠젠에서 또 한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던 손흥민이 런던에 입성했다. 토트넘 핫스퍼는 이적시장 마감을 불과 며칠 남겨둔 28일 손흥민의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손흥민의 이적보다 더 예상하기 어려운 승리였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첼시 원정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이번 라운드 최대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 경기에서 이청용은 후반 막판 투입되어 총 12분을 경기장에서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라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게 된 손흥민과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며 조금씩 예열을 하고 있는 이청용에게 이번 시즌은 더욱 더 특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오랜 시간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들이 쉽사리 이루지 못했던 새로운 미션이 이 두 선수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이청용의 미션은 바로 영국의 수도 런던과 코리안리거들의 '악연'를 끊어 줄 수 있는 활약을 보여주는 것 이다. ‘축구의 성지’ 웸블리 구장을 비롯해 아스널과 챌시, 그리고 토트넘과 크리스털 펠리스까지 많은 구단들의 연고지이기도 한 런던은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수도로서 세계축구의 중심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 선수들에게는 쉽사리 영광을 허락되지 않은 ‘악연’이자 ‘불모지’이기도 했다.

코리안리거의 첫 번째 런던행의 주인공이었던 이영표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에서 런던 북부의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영표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시즌 동안 총 93경기를 뛰며 자신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영표도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런던 생활의 말미를 아쉽게 마무리 해야만 했다.

이영표 이후 런던 남부의 풀럼에 둥지를 튼 설기현부터 본격적인 한국 선수들의 런던 부적응 현상이 시작했다. 울버햄튼과 레딩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07년 많은 기대 속에 풀럼에 입단했던 설기현은 이적 후 18경기에서 단 1골만을 기록하며 로이 호지슨 감독으로부터 중용되지 못했다. 풀럼 생활 중간에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도 임대를 갔다오며 절치부심했지만 설기현에게 런던에서의 기억은 좋은 추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았을 것이다.

2011년 설기현 이후 한동안 한산했던 런던에 이번에는 박주영이 이사를 왔다. 명문클럽 아스널에 입단하면서 많은 축구팬들은 박주영이 거너스의 일원으로서 활약하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 주전 공격수였던 로빈 판 페르시의 빛에 가려 2011~2012 시즌 종안 단 6경기(1골) 출전에 그쳤고 이후 셀타비고로 임대됐지만 부상과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3골만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임대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더 이상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박주영의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챔피언십과 사우디를 거쳐 친정팀인 FC서울로 돌아왔다.

코리안 프리미어리거의 시작이자 자존심이었던 박지성과 런던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EPL 진출을 이룬 윤석영은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쓰린 아픔을 경험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마친 박지성은 2012년 많은 기대속에 QPR에 입성했지만 20경기 출전에 3개의 도움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못한 활약을 보여주었고 결국 팀의 강등도 막지 못했다. 축구 종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도 런던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는 못하면서 화려했던 선수생활에 유일한 오점을 남겼다.

2013년 1월 QPR에 입성했던 윤석영은 입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팬들에게 ‘기대’와 '아쉬움'을 함께 안겨주고 있다. 이적 첫 시즌에는 프리미어 리그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고 이후 2부리그 돈캐스터 임대와 복귀를 거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했지만 지난 시즌 다시 강등을 하면서 같은 팀에서 두 번이나 강등을 경험한 웃지 못할 경험을 하기도 했다. 최근 여러 팀에서 영입 요청이 있었지만 팀에 잔류의사를 밝힌 윤석영은 자신과 런던 그리고 QPR의 악연을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한 세 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2005년 박지성이 최초로 EPL에 진출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런던을 연고지로 한 클럽에 몸을 담았던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는 이영표를 시작으로 손흥민까지 총 7명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였다. 그러나 이 중에서 ‘성공’과 ‘해피엔딩’을 만들어 낸 경우는 많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청용에게 이번 시즌은 서로 조금은 다른 상황이지만 어찌됐든 런던에 자리를 ‘잘’ 잡아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영표 이후 7년 만에 토트넘과 한국의 인연을 만들어 낸 손흥민은 새로운 리그 새로운 팀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손흥민의 기량은 분데스리가에서 검증되었다. 뛰어난 개인 기량과 스피드를 비롯해 결정력과 뛰어난 축구지능, 그리고 축구에만 집중하는 성실함까지 손흥민은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하게 될 토트넘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단순히 지금까지 잘 해왔던 정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장 토트넘 공격의 핵심이자 잉글랜드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는 해리 케인을 필두로 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가치와 경쟁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레버쿠젠 시절보다 더욱 발전하고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레버쿠젠에서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손흥민은 거액의 이적료를 지출한 토트넘에서 자신에게 투자한 만큼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 시즌 10위로 마무리 했던 크리스탈 팰리스와 이청용에게 이번 시즌의 각오는 ‘절치부심’이다. 그리고 현재 크리스탈 팰리스의 초반 행보는 그러한 각오를 보여주는 것처럼 놀라운 선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첼시와의 원정경기 승리는 달라진 크리스탈 팰리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끈끈한 수비는 물론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는 모습까지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당당히 리그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안컵에서의 부상 여파로 인해 좀처럼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던 지난 시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청용에게는 올 시즌 상승세의 팀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있는 활약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팰리스에서의 성공을 위해 이청용에게는 출전시간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선발 출전했던 캐피탈 원컵에서 득점을 기록하며 예열을 마친 만큼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주전 선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런던은 분명 이청용에게 영광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런던은 축구라는 스포츠에 있어 세계 어느 도시보다 화려하고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 선수들에게만큼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과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 이사를 온 손흥민과 절치부심한 이청용이 앞으로 런던에서 만들어갈 스토리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