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슈틸리케호, 2015년 키워드 '기록-경쟁-도전'
입력 : 2015.11.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기자= 예상대로 라오스에 대승을 거둔 한국이 2015년 일정을 완벽에 가깝게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미 3차 예선 진출 자체에 걱정이 없긴 했지만 2015 호주 아시안컵, 동아시안컵을 거치면서 강력해진 한국의 전력은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 오후 9시 라오스 비엔티엔에 위치한 라오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G조 6차전 라오스와의 원정 경기서 5-0 대승을 거뒀다. 2차 예선서 6전 전승을 기록한 한국은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아시아 최강팀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 2015 슈틸리케호, 화려한 기록 남겼다.


라오스전 승리를 마지막으로 한국의 성적은 20전 16승 3무 1패다. 90분 승부에서는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고 호주 아시안컵 결승서 개최국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패한 것이 유일한 패배다. 1패라는 대단한 기록도 그렇지만 실점 기록은 압도적이다. 경기당 평균 0.2실점 기록은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1위의 기록이다.

또한 한국은 역대 최다 기록인 연간 17번째 무실점 기록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13경기로 1970년, 1975년, 1977년, 1978년 등 4차례 기록한 바 있다. 16승을 거둔 기록 역시 의미가 있었다. 한해 16승을 거둔 것은 연간 최다 승리 경기 역대 2위 기록이며 80%의 승률을 기록하며 1980년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낸 한국이다.

라오스전서 5골을 터뜨린 한국은 올해 44번째 A매치 득점을 올렸고 이 기록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지난 1977년 55득점 17실점을 기록하며 골득실 +38점을 기록한 것을 넘어섰다. 그리고 7경기 연속 무실점을 달성한 것은 2위를 기록했고 지난 1970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추가적으로 한국은 역대 월드컵 예선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지난 1989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을 치른 한국이 예선 6연승을 거두면서 25득점, 무실점을 올렸는데 올해와 같은 6연승의 기록이었다.

:: 공평하게 주어진 경쟁의 장, 대표팀의 가장 큰 무기

한국이 이러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감독이 있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인 선입견 없는 선수평가와 공평한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많이 없었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선수들을 면밀하게 체크했다.


올해 초 열린 아시안컵서도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공격수 자리에 ‘무명’에 가까웠던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을 발탁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많은 선수들을 지켜보지 못한 탓에 K리그 선수들 중 6명(이정협, 김주영, 차두리, 김승규, 한교원, 정성룡)만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이정협의 발탁은 많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낳았다.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클래식 뿐만 아니라 챌린지, 대학 리그, 유소년 축구 현장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직접 선수 발탁에 나섰다. 지방 출장 횟수만 40차례가 넘었고 1만 5,000km를 돌아다닌 슈틸리케 감독의 머릿속은 한국 선수들의 정보들로 꽉 찰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언제 어디로 나타날지 모르는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로 잠재적인 대표 선수들은 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고 다른 선수들 역시 제2의 이정협을 꿈꾸며 노력했다. 해외파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선수들의 분전으로 언제 자리를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했고 소속팀 출전 및 훈련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에 발탁 및 중용된 것이 이재성(전북 현대)과 권창훈(수원 삼성), 황의조(성남 FC) 등 국내파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실력으로 대표팀 내 입지를 굳히면서 K리그의 힘을 보여주었다. A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심심찮게 거론됐던 석현준(비토리아 FC), 정우영(빗셀 고베), 권순태(전북 현대) 등도 꾸준함을 인정받아 당당히 A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들의 합류는 결과적으로 슈틸리케호의 성공을 가져다줬다. 지금도 K리그를 비롯해 곳곳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이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희망을 갖게 됐고 앞으로도 새로운 스타 출현은 가능할 전망이다. 2016년에도 슈틸리케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 2015년이 기록의 해라면 2016년은 도전의 해
2015년은 수많은 기록이 쏟아졌다. 공식 대회부터 친선전까지 공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 한국이다. 하지만 2014년 수많은 강팀과 맞붙었던 것과는 달리 올해 대부분의 상대가 아시아 팀들이었다. 북중미의 복병 자메이카가 유일한 비아시아권 국가였는데 세계 축구의 정점에 있는 팀이라고 보기는 힘든 팀이다.

물론 2015년의 업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아시아 지역 대회가 두 차례나 있었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치르는 상황에서 아시아팀들과의 맞대결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2014 브라질 월드컵서 받은 충격과 상처를 완전하게 씻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었다. 연승과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는 A대표팀의 행보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힘을 줬다. 분명 칭찬해야 할 성적이다.

하지만 2016년은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 2015년이 1년 전의 악몽을 씻어내는 해였다면 조금 더 강팀을 만나 상대하는 도전하는 해가 될 필요가 있다. 충분히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이 능력을 보여준 만큼 무패, 무실점 기록을 의식하기 보단 때론 강팀을 만나 좌절도 겪고 배워갈 필요도 있다.

어쨌든 A대표팀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신뢰를 얻었고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찬사를 얻은 채로 한 해를 마무리한 A대표팀은 이제 2016년을 시작으로 원점으로 돌아간다. 본 무대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인 만큼 2015년의 좋은 기억을 담아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스포탈코리아 DB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