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시선집중] 부족한 베니테스, 감지된 레알 변화의 바람
입력 : 2015.11.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기자= 세비야전에 이어 엘클라시코에서 패한 레알 마드리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시즌 레알 감독직을 맡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은 전술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가장 중요했던 엘클라시코에서 대패해 신뢰를 잃었다.

물론 레알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곧바로 베니테스 감독의 경질설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베니테스 감독의 장기집권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베니테스 감독은 세비야전 패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음에도 수비 지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도마 위에 올랐다.

▲ 도마 위에 오른 베니테스, 우려 현실화 됐다

사실 레알은 단순 성적만으로 감독직이 유지되지 않는 팀이다. 과거 ‘갈라티코’ 정책을 비롯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 등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을 수집하는 이유는 호쾌한 공격력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수비적인 성향의 감독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관과 수비적인 스타일이 용서되지 않는 실로 어려운 팀이다.

하지만 호날두, 베일, 카림 벤제마,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들을 보유하고도 수비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리버풀 시절부터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단순한 공격 패턴을 보였던 베니테스 감독은 여전히 자신의 색깔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세비야전 전까지 나온 기록 자체는 괜찮았다. 14경기에서 10승 4무를 기록했고 31득점을 터뜨리는 동안 4실점이라는 짠물 수비를 펼쳤다. 대부분 중하위권 클럽들과 맞붙었던 탓도 있었지만 기록 자체는 훌륭했다.


문제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드러났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더비 경기에서 수비적인 경기 운용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두 차례 이어진 파리 생제르맹(PSG)전서도 1승 1무를 거두긴 했지만 적극적인 공격 전술보다 수비에 치중한 모습으로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래도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기에 이러한 논란들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강팀에 강한 세비야전서 그동안 우려됐던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레알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고 수비적으로는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2골을 터뜨리긴 했지만 라모스와 하메스의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낸 골이었지 인상적인 공격 패턴으로 나온 골은 아니었다.

엘클라시코에서는 더욱 좋지 않았던 레알이다. 심지어 바르사 핵심인 리오넬 메시가 선발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바르사에게 유린당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고 4골을 실점했다.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한 엘클라시코, 게다가 홈경기에서 완패를 당한 것은 베니테스 감독의 부족한 공격 전술을 더욱 부각시켰고 이니에스타, 수아레스, 네이마르 등이 만든 환상적인 공격은 레알 공격진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는 곧바로 베니테스 감독의 경질설로 이어졌다. 그만큼 엘클라시코 완패의 후폭풍은 레알과 베니테스 감독에게 클 수 밖에 없었다.

▲ 시간 번 베니테스, 내년 지단의 내부승격?
일단 페레스 회장은 베니테스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것으로 인해 당장 베니테스 감독이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지만 이것은 자신이 앉혀놓은 감독에 대한 정치적인 지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쳤다는 이유로 라데시마(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를 달성시킨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경질했던 페레스 회장이기에 당장 베니테스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키우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명분도 충분치 않다. 세비야, 바르사에게 패하긴 했지만 올 시즌 단 2패에 빠졌다고 곧바로 베니테스 감독을 내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았다. 또한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페레스 회장 자신도 원하지 않았다. 결국 이래저래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일단 당장 감독 교체가 쉽지 않은 레알로서는 재신임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사실 베니테스 감독은 레알 감독직을 놓고 경쟁했을 때부터 1순위 후보가 아니었다. 야인이 된 위르겐 클롭 감독을 비롯해 지네딘 지단, 우나이 에메리, 요하임 뢰브 감독이 베니테스의 경쟁 상대였고 그가 이들보다 매력적인 후보라고 보기엔 힘들었다.


하지만 레알 측은 정말 마음에 드는 감독을 데려오는데 실패했고 구단 내부에서 지단을 승격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에 베니테스 감독에게 팀을 맡겼지만 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현 상황은 페레스 회장의 판단에 의구심을 낳고 있고 벌써부터 내년 레알의 신임 감독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지단의 내부 승격 혹은 안첼로티, 주제 무리뉴의 복귀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또한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을 비롯해 로랑 블랑, 안토니오 콘테, 알레한드로 사베야, 파비오 카벨로, 프랑크 데 부어, 마누엘 페예그리니 등을 잠재적인 후보군에 올려놓았다.

일단 지단의 승격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레알의 내부 잡음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정에서 베니테스 감독이 확실하게 팀 경기력과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감독 교체 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누가 후임 감독이 되던 간에 이번 엘클라시코 대패는 베니테스 감독이 레알의 지휘봉을 잡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가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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