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새로운 이야기 만드는 K리그의 추억 소환
입력 : 2017.04.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복고 바람이 불면서 레트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레트로는 회상, 회고, 추억 등을 의미하는 영단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즉 레트로 제품이란 과거의 추억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당시의 제품을 현재에 맞게 재해석해서 내놓은 제품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레트로 제품 대신 복각판이라는 말도 쓰인다.

레트로 제품은 국내외에서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유명 선수의 이름을 딴 농구화는 매년 과거에 출시했던 버전을 복각해서 출시하고 있다. 1980년대에 나온 TV에 연결하는 가정용 게임기도 재출시 될 정도다. 이러한 제품들은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구매로 이어진다. 이러한 분위기는 K리그로 이어지고 있다.



▲ 20년 만에 부활한 수원의 용비늘 유니폼
시작은 수원 삼성이었다. 수원은 창단 20주년이었던 지난 2015년에 창단연도인 1995년을 의미하는 1,995벌 한정으로 창단 첫 해 입었던 유니폼을 복원했다. 당시 수원 유니폼은 빗살 무늬가 포인트였다. 팬들은 ‘용비늘’으로 불렀다. 깃털의 이미지로도 보여 블루윙즈라는 명칭에 어울린 디자인이었다.

반응은 1,995벌 완판이었을 만큼 폭발적이었다. 온라인 판매는 일찌감치 품절됐고, 현장 판매분을 구입하기 위해 밤을 새서 기다릴 정도였다.

팬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그 유니폼과 함께했던 추억 때문이다. 수원은 2001년까지 용비늘 유니폼을 착용했다. 물론 부분적인 디자인 변경은 있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수원은 그 유니폼을 입고 K리그와 아시아를 제패했다. 영광을 함께했었기에 수원 팬들은 레트로 유니폼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 잇따라 출시한 서울, 포항, 전북의 레트로 유니폼
지난해에는 FC서울이 레트로 유니폼에 동참했다. 서울은 전신인 럭키금성이 1983년 창단 때부터 1985년까지 착용했던 유니폼을 복원했다.

올해도 레트로 유니폼은 이어졌다. 과거 역대급 유니폼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포항 스틸러스의 시안블루 유니폼이 20년 만에 돌아왔다. 포항은 이전 마스코트인 쇠돌이가 탄생한지 20년이 된 것에 맞춰 1990년대 후반 착용했던 하늘색 바탕의 유니폼을 올 시즌 원정 유니폼으로 제작했다.

이 유니폼의 반응은 뜨거웠다. 200개 한정판 패키지는 일찌감치 다 팔렸다. 일반 판매도 대부분 소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니폼 판매에 있어 홈 유니폼이 원정 유니폼보다 판매량이 월등히 많은데, 포항은 올해는 반대로 원정 유니폼의 판매량이 더 많다. 포항 팬들이 시안 블루 유니폼을 입고 뛰던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다시 떠올리며 구매에 나선 것이 인기 요인이었다.

그리고 전북 현대도 레트로 유니폼에 동참했다. 전북은 올 시즌 상반기 일정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소화한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이 U-20 월드컵 준비 관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전북이 2001년까지 사용한 원조 전주성이다.

이에 맞춰 전북은 처음으로 녹색 유니폼을 입었던 1999년의 유니폼을 복원했다. 전북 팬들로서는 옛 홈경기장에서 예전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 레트로 유니폼을 통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K리그와 달리 프로야구 KBO리그 팀들은 이전부터 레트로 유니폼을 착용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과거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당시의 유니폼을 지금도 입는다. SK 와이번스는 인천 연고를 하던 과거 팀들의 유니폼을 복각했다. 이 모든 것이 팬들의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 유니폼을 입고 현재 경기함으로써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K리그도 레트로 유니폼을 통해 추억을 현재로 꺼낼 수 있게 됐다. 오는 23일 열리는 전북-포항전이 그 예다. 전북과 포항은 이날 레트로 유니폼을 입고 경기한다. 2017년이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1999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게다가 1999년에 포항의 시안 블루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이동국이 지금은 전북의 예전 유니폼을 입고 나선다. 양팀 역사의 가운데에 서있는 이동국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깃거리다.

부산 아이파크는 2001년까지 홈으로 사용했던 구덕운동장에서 올 시즌을 치른다. 구덕운동장에 남아있는 추억을 되살리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전신인 대우로얄즈의 유니폼마저 부활한다면 부산 팬들에게는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추억은 소중하다. 그래서 과거의 좋은 기억을 지금 다시 재현하겠다는 팀의 의지 표현이다. 팬들도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 현재의 팀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보내게 된다. 또한 신규 팬들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몸으로 느끼고 팀 충성도도 높이는 아이템이 된다.

K리그의 추억 소환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고, K리그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충분하다.

사진=전북 현대, 수원 삼성,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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