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새 출발...더디게 큰 백승호의 최근 3년
입력 : 2017.08.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지로나FC가 21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내놨다. "백승호(20) 영입, 계약 기간 3년". 2010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짐을 풀고 9월 FC바르셀로나 유스 정식 선수가 된 백승호가 만 7년 생활을 청산했다. 이제는 같은 카탈루냐 지역 내 지로나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 백승호의 최근 3년 주요 타임라인
2014년 10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 2015년 4월 수원 JS컵 / 2016년 1월 FIFA 징계 해제 및 공식 복귀전 / 2016년 10월 AFC U-19 챔피언십 / 2017년 5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 2017년 8월 지로나 이적, 페랄라다-지로나 B 임대


백승호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드나든 건 2014년 가을부터다. 김상호 감독의 부름을 받고 2살 많은 형들과 AFC U-19 챔피언십을 겨냥했다. 당시 고양HiFC 등과 연습경기를 관전한 소감. '허우적댄다'. 볼은 곧잘 만지는 듯한데, 몸이 미완성이었다. 신체가 완벽하지 않으니 기술마저 저평가받을 수 있었다.

피지컬이 중요한 건 상대와의 물리적 경합 때문만은 아니다. 가령 단단한 동작 등 폭발력을 낼 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밸런스는 안정감과도 직결된다. '몸이 더 여물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체격은 커도 그 안이 꽉 들어차는 데는 또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 적잖은 지도자들이 그 시기를 20대 초중반에서 중반까지 그 시기를 잡는다.

백승호는 피지컬 관련 성장 속도가 특히 더뎠다. 바르사 지정 병원에서는 아예 "또래보다 2년 반 느리다"고 고지까지 했다. 2차 성징도 늦게 찾아온 백승호는 고2~고3 나이에도 성장통을 앓았다. 2014 AFC U-19 챔피언십 조별예선 2라운드 중국전이 그랬다. 이날 백승호는 결장했다. 일각에서는 김상호 감독의 기용을 탓했으나, 백승호는 성장통 때문에 무리할 수가 없었다.




외풍이 닥쳤다. 2013년 2월 갑자기 "못 뛴다"는 일방적 선고와 함께 출전이 제한됐다. 미성년자 해외 이적 금지란 FIFA 징계 칼바람이 분 탓이다. 미운털 박힌 바르사는 집중 감시 대상이 됐고, 위성 구단으로 옮기는 등의 편법도 통할 수 없었다. 국내 복귀가 유일한 돌파구였으나, 전례가 없다 보니 상황이 언제 어떻게 흐를지 몰랐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각국 대표팀을 통한 구제가 방법이라면 방법이었다. 실제 2013년부터 본격 태동한 최진철호는 2년 뒤 FIFA U-17 월드컵에 맞춰 단계를 밟았다. 이승우, 장결희 등 같은 바르사 유스 소속 재능들은 한 해에 몇 달씩 한국에 머물며 평가전 및 대회 출전 기회를 얻었다. 소속팀에서 못 뛰는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나갔다.

하지만 한 살 많았던 백승호의 사정은 또 달랐다. 걸려 있는 대회가 많지도 않았을뿐더러, 안익수 전 감독과의 궁합도 썩 좋지 않았다. 지도자 고유 권한을 침범할까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결과론적으로 궁금한 대목이기도 하다. 2017년 2월부터 5월까지 U-20 월드컵을 준비하던 백승호의 변신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출전 기회를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많이 얻었다면 어땠을까 가정도 해본다(물론 개인도, 팀도 희생하고 맞춰갈 부분이 있었겠지만).




백승호는 스트레스를 많이 털어냈다. '실전 감각', '경기 체력'이란 꼬리표를 떼려고 발버둥 친 결과다. '또 뛰다가 처지면 어쩌지', '저번에도 이때쯤 경련 났었는데' 하던 걱정도 꽤 줄었다.

이제는 템포 문제다. 바르셀로나 현지 혹은 파주 NFC 등에서 백승호를 지켜본 지도자, 스카우트 등 관계자들 대부분이 짚은 포인트다. 본래 갖춘 기술에 몸까지 큰다면 그 다음엔 이 정도 경기 속도를 읽고 다룰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5월 U-20 월드컵보다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야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터.

백승호는 스페인 3부리그에서 시작한다(향후 A팀 콜업 및 1부리그 출전 가능성 존재). 다만 일반적인 잣대는 조금 뒤로 미루고 싶다. 신체는 더디게 성장했고, 도중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제대로 못 뛴 게 만 3년이다. 특별 유예 기간이 아닌, 실제로 다른 케이스임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수도, 희미하게 져버릴 수도 있다. 한번 보자. 진득하게 지켜보자. 성공이든 실패든 조금 더 참았다 재단하는 것도 늦지 않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로나FC,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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