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박문성이 말하는 히딩크 사태와 축협
입력 : 2017.10.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Q. 히딩크 사태?

신태용 감독과 대화할 때, "감독직 하지 마세요, 절대 맡지 마세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협회가 지금 어떤 꼴인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한 게임에 들어가시는 거 아시잖아요"라고 극구 말렸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이번 사태를 보면서 부아가 치밀고, 매우 화가 났다. 나는 이번 사태가 신태용/히딩크의 이분법으로 보여지는 것이 안타깝다. 거스 히딩크는 대한민국의 레전드 감독이다. 그런데 협회는 이번 사태에 히딩크라는 대한민국 축구계의 자산을 끼워넣어, 소비시켜버렸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협회가 왜 존재하는가? 히딩크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어떻게든 의사를 표현해왔고, 분명히 관계자 들 귀에 까지 들어갔을 터이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다른 이도 아니고 '거스 히딩크'다. 굳이 감독을 맡긴다는 면이 아니라도,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꼭 직접 거창하게 '기자회견', '공식회동' 같은 타이틀을 달고 접촉해야하나? 협회가 결국 빠른 시간에 '정리'를 해주었어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계속 퍼지고 또 퍼지고, 여론이 들끓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확실히 많이 주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홍명보 감독은 실패했다. 확실히 실패했다. 물론 개인적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배경을 만든 건 누구인가? 보통 축구 프로팀이라고 하면, 새로운 감독이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6개월도 짧다; 적어도 한 시즌, 1년이 필요하다. 하물며 A 대표팀은 소집기간이 더 적다. 거기에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은 얼마나 기형적이었는가? 최종 예선과 월드컵 본선을 처음부터 분리해놓은 아주 기형적인 구조였다. 이런 환경을 조성한 것은 누구인가? 홍명보 감독에게 있었던 시간은 단 9개월이었다. 앞서 말했듯, 팀을 감독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3-4경기로는 안된다. 국가대표는 더하다. 홍명보 감독은 당연히, 자기가 아는 선수를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결국에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가 실패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한 인재를 잃은 것도.

Q. 월드컵?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즐기면 되는 재미난 축구이다. 우리에게는 일상이 있는데, 그것이 리그이다. 우리의 리그. 우리 일상의 리그. 우리가 소비해야할 리그. 4년 동안 엉망이다가, 4년에 한 번 그 월드컵에서 한 번 잘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오히려 내가 공포스러운 게 이거다; 이번 월드컵은 결과적으로 안 될 수도 있고, 열심히 잘해서 잘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래서 뭐? 안되면 기분나쁘고, 올라가면 좋겠지만... 그래서 뭐? 아니 그래서.. 우리 뭐할꺼에요 그러면? 월드컵 끝나고 뭐할거에요? 시장에서 신뢰가 없어졌고, 브랜딩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의 가치, 밸류 같은 것들이 와해되었어요. 이 난리는 어떻게 정리할까요? 근본적인 점을 봐야죠. 그래서 저는 이번 러시아 전에서, 수비진이 어쨌니, 김영권 선수가 잘못했니 하는 것은 근시안 적이라고 본다. 물론 한 두경기, 분석하고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짧게 보면 끝이 없다. 보다 큰 면을 보아야 한다고 본다.

Q. 이승우, 백승호 발탁?

두 선수들을 '어리다', '어리다'라고 하는데, 도저히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다. 당장 래시포드도 있고 기성용, 이청용, 그리고 손흥민까지 보면 10대 때 데뷔를 했다. 대표팀을 선발할 때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속팀의 활약, 감독의 스타일에 맞냐/안 맞냐로 인정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 프로, 대표팀 레벨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선수 중에 정말 실력이 '나쁜' 선수는 없다. 국가, 지역에서 잘하는 선수인 것이다. 다만 감독이 바뀌었을 때 선수가 바뀌는 이유가 스타일이다. 선수가 안 좋은 선수라 나가는 게 아니다. 감독이, "아, 내 스타일은 저 선수이니까 한 번 뽑아보고 싶다."라고 생각해서 자리가 바뀌는 것이다.

감독을 선임한다는 것은, 감독에게 축구의 권한을 준다는 것이다. 무리뉴감독에게 맡겼으면 '무리뉴, 당신의 축구를 해보세요'하는 의미이다. 아르센 벵거를 뽑아놓고 '스토크 식 축구를 해봐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감독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조금 더 활약을 하되, 만약 신태용 감독이 '저 선수를 A 대표팀에서도 통할 지 보고싶다', '내 축구에 맞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이 든다면 감독이 누구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다고 판단된다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국엔 본선에 같이 가냐/안 가냐 역시 이 기준에 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

출처:디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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