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모로코] 2경기 7실점… 처참하게 실패한 신태용의 변형 스리백
입력 : 2017.10.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승부수로 고른 변형 스리백 전술은 무모한 선택이 됐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조직력이 강조되는 수비 전술은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다.

대표팀은 10일 밤(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엔느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도 1-3으로 완패했다. 3일 전 러시아 원정경기에서 2-4로 패한 대표팀은 2번의 유럽 원정경기를 모두 패했다. 더구나 2경기에서 6실점을 하면서 수비 전술을 처음부터 다시 다져야 하는 문제점만 확인했을 뿐이다.

대표팀은 그 동안 포백을 기반으로 한 전술을 가동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유럽 원정에서 변형 스리백을 꺼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강호들과의 경기를 대비한 준비였다. 하지만 실험을 하기에는 무리수가 컸다.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수비라인으로 조직력이 중요한 변형 스리백을 가동하느라 허점만 노출했다.

변형 스리백의 핵심은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와 좌우 윙백이다. 중앙 수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함께 소화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전진해서 앞에 위치한 두 명의 미드필더를 돕고, 수비 시에는 후방으로 내려야 수비라인을 컨트롤 해야 한다. 좌우 윙백은 중앙 수비수의 움직임에 맞춰 전진하거나 내려서야 한다.

개념은 쉽지만 단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는 수비 전술이 아니다. 변형 스리백은 2010년 여름부터 1년 반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조광래 감독이 처음 도입했는데 당시에 선수들이 숙지하는데 반년 가량의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그때보다 변형 스리백의 개념이 익숙해졌고 몇몇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변형 스리백을 익혔다. 그렇다고 대표팀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없었다. 소속팀에서는 매일 함께 훈련하며 몸으로 익히지만 대표팀에서는 단 며칠의 훈련으로 익힐 수 없다.

그래서 러시아전에 이어 모로코전에서도 수비 상황에서는 번번이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대표팀이 모로코를 상대로 전반 10분이 지나기 전에 2골을 내준 것도 수비수들의 숫자는 많지만 서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 지 몰랐다.

전반 7분 선제 실점 상황에서 송주훈과 임창우의 위치가 겹치면서 탄난을 놓쳤다. 또한 장현수, 김기희는 자신의 위치를 잡지 못하면서 그전에 탄탄과 엘 하다드가 파고드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

전반 10분 탄난에게 2번째 실점할 때도 윙백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이청용이 엘 하다드를 압박하지 못하면서 크로스를 허용했고 이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엘 하다드의 크로스가 올라오자 김기희가 걷어냈지만 잘못 걷어내면서 탄난에게 향했다.

실점 상황 뿐만 아니라 전반 27분 구자철, 정우영, 권창훈이 투입되면서 포백 수비로 전환하기 전까지 대표팀은 상대 진영으로 전진 자체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변형 스리백 전술이 대표팀의 발목을 잡으면서 모로코의 공격을 계속 허용했다. 수비 불안은 포백 전환 후에도 이어졌고 후반전에 엘 하다드에게 1골을 더 내주고 말았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변형 스리백 카드는 분명 본선을 대비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이 가장 큰 문제점은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 때부터 매 경기 수비수가 바뀌면서 조직력을 다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대표팀이 K리거가 제외돼서 정상 전력을 구축할 수 없었다고는 하나 일관된 수비 전술을 가져갔어야 했다.

메인 전술도 완벽하지 않은데 그보다 한층 전술 난이도가 높은 변형 스리백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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