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생존왕' 인천에 잔류란? ''미안함, 후련함 그사이''
입력 : 2017.1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인천] 김진엽 기자= 올해도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살아남은 ‘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에 잔류란 어떤 의미일까.

혹시나라는 물음표는 기우였다. 인천은 역시나라는 느낌표로 자신들의 별명에 걸맞은 최종전을 보냈다.

인천은 지난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8라운드서 문선민과 김도혁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인천은 시즌을 리그 9위로 마감하며 K리그 클래식 잔류를 확정했다.

이날 경기는 킥오프 전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다. 각각 9위와 11위에 위치한 인천, 상주가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한 자리를 놓고 격돌했기 때문. 말 그대로 데스 매치였다. 현장 분위기 역시 특별했다. 취재진도 여느 인천 홈 경기보다 2배 정도 되는 인원이 경기장을 찾았고, 관중 수도 평소보다 많았다.

화두는 생존왕이라 불리는 인천의 잔류 여부. 경기 전 만난 김태완 상주 감독도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인천에 대해 “상대에겐 잔류 DNA가 있다”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잔류 DNA가 상주를 삼킨 것. 인천은 전반 막바지 상주 미드필더 여름의 퇴장으로 승기를 잡았고, 후반전에 터진 문선민과 김도혁의 연속골에 힘입어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했다. 한 마디로 ‘생존왕’ 다웠다.

승강제 도입 이후 대부분을 강등권 경쟁에서 싸웠으니 이쯤 되면 적응할 법도 하지만, 매번 겪는 위기는 '익숙’이란 단어와 거리가 있는 듯했다.


4년째 인천서 강등 경쟁을 벌이는 김도혁은 “올 시즌은 예년과 달리 유독 불안했다”라며 생존이 쉽지 않았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팬들이 기대했던 경기력에 못 미친 거 같아 불편했지만, 막바지 잔류에 보탬이 돼 마음 편히 입대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고백했다.

올해 인천에 입단해 처음 잔류 경쟁을 겪은 문선민 역시 “최종전까지 (불안감을)끌고와 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깔끔하게 승리해 좋다”라며 불안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폭풍전야 같은 한 시즌을 보낸 이기형 감독도 “인천이 마지막에 승부를 보는 경기가 많이 있었기에 적응이 잘 된 거 같다”라고 잔류 확정에 대한 후련함을 토로하면서 “정식 감독으로 지낸 첫해인 만큼 모든 면에서 부족하단 걸 느꼈다. 이런 실수를 다시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라며 반성의 소회를 전했다.

인천 선수단 전부의 목소리를 들은 건 아니지만 팀을 대표하는 이들의 말로도 구단에 잔류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마주한 그들의 표정에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팬들에게 미안함과 그래도 생존했다는 후련함 사이 그 중간 어디쯤의 단어일 거라는 걸 느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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