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등장한 맨시티 축구? 박용지가 본 '상주 스타일'
입력 : 2019.05.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인천] 정현준 기자= K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축구가 펼쳐진다? 상주 상무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는 박용지가 상주의 축구 스타일을 설명했다.

상주는 24일 오후 8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진행된 하나원큐 K리그1 2019 13라운드에서 경기 시작 8분 만에 실점했지만 박용지, 이태희의 연속골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상주가 짜임새 있는 경기력으로 승리를 챙겼다. 사실 초반만 해도 흐름은 좋지 않았다. 수비 진영에서 김경재가 인천 공격수 무고사에게 볼을 뺏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리드를 내준 뒤 상주의 움직임이 급격히 살아났고, 전반 37분 박용지가 몸을 던진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기세가 오른 상주는 공세를 몰아쳤고, 후반 10분 이태희가 역전 결승골로 마침표를 찍었다.

상주의 돌풍이 거세다. 인천을 꺾고 리그 6승(2무 5패)을 거두며 5위까지 뛰어올랐다. 개막 후 3연승으로 1위를 달릴 때보다 순위는 떨어졌지만,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윤빛가람이 주축이 된 중원의 노련한 경기 운영, 박용지의 물오른 득점 감각은 모든 팀에 위협적이다.

1점 차로 밀리던 경기를 뒤집은 만큼, 상주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1골 1도움으로 승리를 이끈 박용지는 인터뷰 내내 웃음 띈 얼굴로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화기애애한 인터뷰 속에서 상주의 축구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상주 골키퍼 윤보상이 최근 "상주는 맨체스터 시티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라고 말한 데 의견을 물었다.



이 질문에 박용지는 "(윤보상이 말했던 것처럼) 저도 말로 하기에는 쉽지 않다.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잘 알고 계실 것 같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한 마디로 상주의 축구 스타일을 설명했다. 그는 "(감독님은) 한 자리에 머물지 말고 계속 움직이고, 그 공간을 이용하자고 말씀해주신다"라며 상주가 중점을 두는 부분을 언급했다.

실제로 상주와 맨시티는 스타일 면에서 흡사한 부분이 있다. 첫 번째로 독특한 풀백 활용이다. 맨시티 사령탑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풀백을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으로 움직여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요구했다. 맨시티는 카일 워커, 올렉산드르 진첸코였다면 상주에서는 김민우, 이태희가 이 역할을 수행한다.

인천전 득점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민우, 이태희는 페널티 박스 안쪽까지 좁혀 들어가 기회를 창출했다. 전반 37분 김민우가 깊숙이 오버래핑해 인천 수비의 시선을 끈 뒤 크로스를 올렸고, 양준아가 어렵게 걷어낸 볼을 반대편에 위치한 이태희가 잡아 박용지의 동점골을 도왔다. 후반 10분에는 박용지가 중앙 지역으로 침투하던 이태희에게 패스했고, 이태희가 직접 골로 마무리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활용도 눈여겨볼 점이다. 맨시티는 페르난지뉴를 후방에 배치해 수비적인 임무와 적극적인 빌드업 가담을 주문한다. 페르난지뉴의 출전 여부에 따라 맨시티의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정도로 비중이 크다. 상주는 김경재가 페르난지뉴를 대신한다. 수비 앞자리에 위치해 후방 안정감을 더한다. 동시에 중원의 윤빛가람, 이규성, 한석종에게 볼을 공급한다. "김경재는 가운데에서 묵묵히 살림꾼 역할을 잘 한다. 팀에 없어서 안 될 존재다"라는 김태완 감독의 말은 김경재의 중요성을 대변한다.

선수들간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상주는 투톱인 박용지, 송시우가 최전방과 측면을 넘나들며 상대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번 시즌 주로 측면에서 나서는 윤빛가람은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고, 과감한 침투 패스로 수비를 무너뜨린다.

물론 상주와 맨시티의 차이도 뚜렷하다. 맨시티는 수문장 에데르송부터 시작해 센터백의 빌드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상주의 골키퍼, 센터백은 안정감을 우선시에 두고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는데 힘쓴다. 수비진이 빌드업 과정에서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줄인다. 상주의 주전 센터백 조합인 김영빈, 권완규는 공격적인 플레이보다 단단한 수비가 돋보인다.

지난 시즌 10위로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던 상주는 철저한 동계 훈련 준비를 바탕으로 올해 인상적인 행보를 걷는다. 상주만의 특색이 담긴 전술도 이번 시즌을 보는 재미를 더하는 요인. 멈출 줄 모르는 상주의 기세에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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