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만렙] ‘미국산 장비 수입 길’ 막히자 자력 개발로 뚫어낸 성공 스토리
입력 : 2019.11.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대한민국 양궁이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때다. 서향순이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 김진호가 동메달을 따낸 게 한국 양궁의 올림픽 역사상 첫 메달이었다.

이후 한국 양궁은 올림픽 때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금메달을 쓸어 담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남녀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이 교묘한 방해 작전을 시작했다. 당시 엘리트 선수들의 양궁 활 점유율 세계 1위였던 미국 호이트 사가 선수들을 위한 신제품 활을 개발한 후 이를 자국 선수들에게만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미국은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갔다.

장비를 사용하는 모든 스포츠에서는 선수의 실력 만큼이나 중요한 게 좋은 장비를 쓰는 것이다. 특히 올림픽 본선에 나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 사이에서는 실력 차가 적은 만큼 장비의 차이가 성적으로 직결된다.

대한양궁협회는 이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1997년, 전국의 학교 양궁팀에 무조건 국산 활만 쓰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어찌 보면 독단적인 정책이었지만 이는 결국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 당시 한국의 삼익과 윈앤윈 두 업체가 국산 활을 만들고 있었다. 이중 현재 세계 최고의 양궁 활 전문업체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윈앤윈은 독특하게도 양궁 국가대표 출신이 만든 업체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한국 양궁대표팀은 국산 활을 들고 대회에 나서 금메달 3개를 쓸어 담았다. 미국은 노 골드.

2000년대 이후 국산 활 제조업체는 안정적인 국내 시장공급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했고, 한국 양궁이 전세계를 질리게 만들 정도로 독보적인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외국의 엘리트 양궁 선수들도 국산 활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국산 업체 윈앤윈은 과거 호이트와 세계 양궁 활 시장을 양분했던 일본 야마하가 2002년 양궁시장 철수를 결정하자 그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양궁 종목 참가 선수 중 국산 활을 쓰는 선수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52%(325명 중 169명)가 국산 제품인 윈앤윈 활을 사용했다. 호이트가 뒤늦게 선수들을 상대로 물량 공세에 나섰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윈앤윈 활은 호이트를 누르고 세계 리커브 활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2016년 한국 양궁은 리우 올림픽 양궁에서 남녀 개인과 단체에 걸린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때 선수들이 사용한 활은 모두 국산 제품이었다.

사진=뉴시스

*‘국대만렙’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자랑스러운 성공 스토리를 담은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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