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녀온 울산 루키 황재환, “엄원상 내 스타일”
입력 : 2022.09.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빠른 시일 내 데뷔골을 넣고, 울산현대가 우승을 차지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울산현대 루키 황재환(21)이 당찬 각오를 밝혔다.

황재환은 7월 2일 포항스틸러스와 동해안더비에서 깜짝 첫 선을 보였다. 이후 울산의 U-22 카드로 급부상했다.

K리그 5경기 출전, 아직 갈 길이 멀다. 선발로 나서서 딱 두 번 45분을 뛰었다. 나머지 세 번은 전반 중반에 교체됐다.

본인도 안다. 그럼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자체, 몇 분이든 K리그를 뛸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울산은 호화군단이라 선발로 나서기 벅차다. 22세 카드 한 자리도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황재환은 김민준, 최기윤을 제치고 형들 틈바구니 속에서 번뜩이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황재환은 “솔직히 22세 룰 때문에 뛰는 게 맞다. 그러나 축구선수로서 22세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 프로라면 형들과 선수 대 선수로 경쟁해야 한다. 더 성장해서 훗날 주전을 꿰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당장 22세 선수들과 경쟁해서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20대 중후반 때 내 미래를 그렸을 때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통통 튄다. 황재환은 빠르고 볼을 발에 달고 들어가는 드리블러다. 자신감 넘치고 프로 템포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박수쳤다.

그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하면서 빨랐다. 지도해주신 감독님들이 이런 면(스피드, 돌파)이 뚜렷하니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나도 그라운드에서 더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황재환은 연령별 대표팀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두각을 나타냈고, 독일 쾰른으로 이적해 2년 6개월 동안 몸담았다. 1군 데뷔를 못했지만, 쾰른 U-19팀과 2군에서 경험을 쌓았다. 2020/2021시즌 21경기에 출전해 5골을 터트렸다. 불의의 부상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과거에 독일과 교류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이적 길이 열렸다. 처음 독일에 가서 직관했던 경기가 쾰른이었다. 홈이었는데 5, 6만 명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더라. 가슴이 뛰었다. 설렘이 가득했다. 이때 독일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임대가 끝나는 시즌에 심하게 다쳤다. 불운이었던 것 같다. 내가 몸 관리를 못한 탓도 있다. 진짜 힘들었다. 타국에서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들어도 버텼는데,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마지막 시즌이 가장 중요했는데... 무기력해지고 꿈이 무너진 기분이었다”고 아팠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때 울산이 손을 내밀었다. 황재환은 유스팀인 현대중, 현대고 출신이다. 내 집 같은 곳이다. 컴백홈을 주저하지 않았다.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2년 반이었다. 시련인가 생각했다. 적응하기 위해 독일어 공부도 매일하고 운동도 진짜 열심히 했다. 아쉽긴 해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홀로 있으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면서, “주말마다 울산의 풀 경기를 챙겨봤다. 선수들을 보면서 내가 뛸 자리를 대입해보기도 했다. ‘저렇게 하면 잘할 수 있겠지’라는 설렘이 있었다. 쾰른에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느껴 울산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모두 그를 반겼다. 본인도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적, 정신적으로 안정되니 꼬였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렸다.

황재환은 “처음(복귀했을 때)에 이렇게 기대를 안 했다. 구단 직원, 형들도 기대 이상으로 환영해줬다. 고마웠다. 정성스럽게 조언도 해주시고, 오피셜 사진(박상진 호수공원)과 영상도 함께 고민했다. 사랑받는다고 느꼈다”고 웃었다.



울산은 최근 최고의 오피셜 사진으로 ‘핫’하다. 황재환도 체험했다. 특히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된 헝가리 괴물 마틴 아담은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에 들어가 작업모를 쓰고 연장을 들었다. 이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황재환은 “사진으로 봤을 때 아담은 진짜 탱크였다. 포크레인 같기도 했다”면서, “막상 팀에 합류하니까 생각보다 아담하더라. 물론 내가(170cm, 60kg) 이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닌데, 함께 생활해보니 귀엽다”고 박장대소했다.

적응은 끝났다. 이제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황재환이 알을 깨고 나오려면 이청용, 엄원상, 아마노 준, 바코까지 호화 2선 라인에서 배우고, 호흡하면서 자신의 플레이를 선보여야 한다.

황재환은 “형들에게 많이 배운다. 2선에 포진한 선수들과 훈련하고 경기를 해보면 ‘저렇게 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뼈저리게 느낀다. 주장인 청용이 형 같은 경우 볼 차는 센스나 경기장 안에서 퍼포먼스를 제외하고도 팀에서 고참급인데 뛰는 양이 가장 많다. 경기가 끝나고 GPS를 보면 항상 11~12km는 뛰었더라. 대단하다. 나머지 선수들도 K리그에서 최정상급 선수들이다. 함께해 영광”이라고 뿌듯해했다.

애초 황재환은 성격적으로 적극적인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독일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나서 활발해진 케이스다. 이번 시즌 울산에 합류한 엄원상의 경우 취재진과 마주했을 때 ‘소심한 편인데 이곳에 와서 형들이 잘 챙겨주고 이끌어줘서 잘 적응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엄원상은 물 만난 고기처럼 곳곳을 휘젓고 다닌다.



황재환은 “독일에서 성격적으로 많이 바꾸려 노력했다. 한국에서 오니 잘 되더라. 원상이 형은 딱 내 스타일이다. 말이 많지 않은데, 경기장 안에서 전혀 소극적인 면이 없다. 할 때 확실히 보여준다. 내면이 강한 형이다. 진짜 좋아한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원상이 형을 보면서(팀에서 플레이, A대표팀 승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치달(치고 달리기)’인 형과 나는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달리기는 형이 팀에서 가장 빠른 것 같다”고 따봉을 날렸다.

이처럼 기량적, 정신적으로 수련 중인 황재환은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명확하다. 자신의 데뷔골과 팀 우승이다.

“울산으로 돌아왔을 때 큰 욕심은 없었다. 일단 경기를 뛰는 게 목표였다. 이제 빠른 시일 내 데뷔골을 넣고 시즌을 마치고 싶다. 마지막에 팀과 함께 웃고 싶다.”



사진=울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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