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17시즌 리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 이게 최선이었다
입력 : 2017.11.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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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그래프 시즌 예상: 77승 85패
시즌 최종 성적: 75승 87패



[스포탈코리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수익 공유*로 많은 돈을 지원 받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 개정된 CBA 규정은 오클랜드를 ‘잠재적인 빅 마켓’에 포함시키면서 수익 공유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30개 구단이 모두 연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34%를 공용 기금으로 내놓고 차등 분배하는 것이다.

**2017년을 시작으로 점차 25%씩 줄어들며 2020년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오클랜드가 매년 받아온 수익 공유는 5천만 달러 수준으로 구단 운영에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를 관중 수입과 같은 다른 수익으로 대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오클랜드는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고, 그들은 천만 달러가 훌쩍 넘는 돈이 예산에서 빠져나간 채 시즌을 시작했다.

오프시즌 동안 굵직한 FA 영입 루머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오클랜드 유니폼을 다시 입은 조쉬 레딕을 기대하던 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고, 1루 및 지명타자 최대어였던 에드윈 엔카나시온이 오클랜드의 4번 타자가 되는 일은 없었다. 돈도 써 본 사람이 잘 쓴다고 했던가? 오클랜드는 맷 조이스와 2년 1,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외야수 라자이 데이비스(1년 600만 달러), 내야수 트레버 플루프(1년 525만 달러), 불펜 투수 산티아고 카시야(2년 1,100만 달러), 아담 로살레스(1년 125만 달러)와 같은 노장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그쳤다. 더 이상 오클랜드는 AL 서부의 다크호스가 아니었다. 이렇게 평가가 나빴던 시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문가들은 물론 팬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빌리 빈이 있으니까 뭔가 보여주겠지.’라는 기대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전력을 꾸린 채 시즌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영입은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2016시즌 오클랜드의 팀 wRC+는 89로 리빌딩 중인 필라델피아 필리스(81), 샌디에고 파드레스(86), 애틀란타 브레이브스(86)에만 앞서는 27위에 올랐다. 물론 아메리칸 리그로 한정하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리그 최악의 타격을 보여주었다. 구단이 타선의 심각한 빈타 문제를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2017시즌 오클랜드가 영입한 선수들이 보여준 타격 성적은 도움이 거의 되지 못했다.

트레버 플루프는 더욱 심각했다. 30%에 육박하는 삼진율, .214/.276/.357의 슬래시 라인, 68 wRC+를 남긴 채 6월 중순 일찌감치 탬파베이 레이스로 쫓겨났다. 라자이 데이비스는 말도 안 나오는 슬래시 라인(.233/.294/.353)을 기록하며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그나마 맷 조이스가 전반기(101 wRC+)에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후반기(134 wRC+)에 적응을 잘 해낸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비싸다는 이유로 영입하지 않았던 조쉬 레딕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했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314/.363/.484, 127 wRC+).

그리고 소니 그레이가 트레이드 되었다. 반대 급부로 넘어온 유망주들에 대한 평가는 나중으로 미뤄두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서비스 타임이 2년 반이나 남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은 데 대한 팬들의 상실감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2015시즌 처참한 성적을 남긴 불펜이 2시즌 만에 겨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불펜의 핵심이자 계약기간이 남아있던 라이언 매드슨과 션 두리틀을 꼭 올해 팔아야 했을까. 이 팀이 지금 구상하고 있는 미래는 도대체 무엇일까?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팬들의 머릿속에 남긴 채 그들은 3년 연속 AL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최고의 선수 – 제드 로우리



그 누구도 이 33세의 2루수가 이 정도의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277/.360/.448의 슬래시 라인과 119밖에 되지 않는 wRC+를 보유한 2루수가 어떻게 크리스 데이비스나 욘더 알론소를 밀어내고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아함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 데이비스는 사실 지난해와 비슷한 활약, 아니 수비에 있어서는 지난해보다 훨씬 못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욘더 알론소는 시즌 내내 오클랜드와 함께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로우리는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경기에 출전했으며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균형 잡힌 활약을 보여주었고, 팀의 유일한 교타자로 사실상 타선의 중심을 시즌 내내 잘 잡아주었다.

그는 153경기에서 49개의 2루타를 때려내며 오클랜드 구단 한 시즌 최다 2루타 기록을 경신했으며(종전 2001년 제이슨 지암비 47개), 다음 시즌에도 오클랜드에 남아(2018년 팀 옵션 600만 달러) 야수 최고참으로 타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최악의 선수 – 산티아고 카시야



이 마무리 투수가 4점대가 넘는 ERA를 기록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지만 오클랜드 구단만 몰랐던 비밀이었던 것 같다.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첫 블론 및 패전을 경험한 카시야는 시즌 도합 7개의 블론과 5패를 기록하며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결과를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바로 지난 시즌 자이언츠에서 9개의 블론과 5패를 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 밥 멜빈은 계속해서 그를 마무리로 기용했다.

블레이크 트레이넨이 합류해서 순조로운 적응기간을 거쳐 마무리 자리를 꿰찰 때까지 팬들은 계속해서 불안한 그의 피칭에 고문 당해야 했다. 2018시즌에도 팀에 남아 불펜 최고참 베테랑으로 불펜에 남아 있을 생각에 오금이 저리지만 매드슨이 마무리에서 내려와 셋업 역할을 맡으며 좋은 성적을 거둔 전례가 있음에 약간의 기대와 안도를 해본다.



가장 발전한 선수 – 맷 올슨



맷 올슨은 2016시즌 확장 로스터를 통해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지만 시즌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시점이라 주목 받을 틈도 없이 다시 마이너로 향했다. 2017시즌, 욘더 알론소의 느닷없는 활약과 FA로 영입한 맷 조이스의 존재로 1루수와 우익수 쪽으로는 파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없었다. 부상을 틈타 간간히 출장 기회를 잡던 올슨은 알론소가 트레이드 된 후 주전으로 대활약했다.

8월 8일부터 팀의 주전 1루수가 된 그는 2달 남짓한 시간동안 2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가 동기간 쳐낸 안타의 갯수가 39개인데, 그중 절반이 넘는 20개를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물론 이렇게 높은 HR/FB%(41.4%)를 다음 시즌에도 유지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준 훌륭한 선구안과 그의 BABIP가 .238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가 좀 더 균형 잡힌 타자로 발전할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준다.



키 포인트 – 이게 최선이었다



올시즌 단행한 그레이와 매드슨 & 두리틀 패키지 트레이드로 충분하지 않은 대가를 받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매드슨과 두리틀은 각각 1년과 1년+2년(팀옵션)이 남아있는 선수들이고, 워싱턴 내셔널즈로 이적하기 전까지 상당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니 그레이 트레이드 역시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2년 반의 컨트롤 기간이 남은 그레이를 억지로 떠넘기면서 시원찮은 유망주 패키지***를 받아 왔다고들 한다. 오클랜드 운영진은 왜 이런 손해보는 트레이드를 했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MLB.com 프리시즌 기준 팀내 5위(마테오), 6위(카프릴리언), 9위(파울러)를 데려왔지만 마테오는 이번 시즌 가치가 많이 떨어졌고, 카프릴리언(토미 존)과 파울러(오른쪽 무릎 슬개건 파열)는 트레이드 되기 훨씬 전에 큰 부상을 당했다.



최근 오클랜드의 수뇌부들이 구단을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건 수익 공유를 받지 못하는 탓이 크다. 갑자기 구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난다거나 뜬금없이 중계권 계약을 갱신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게 현재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당장 내년 시즌만 하더라도 2천만 달러가 넘는 적자 아닌 적자를 메꿔야 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선수들의 연봉을 덜어내야 했다.

하지만 단순히 연봉만 덜어내는 건 아니다. 연봉을 꽤나 받는 선수의 공백을 채워줄 선수가 있는 경우에만 적극적으로 트레이드에 임하고 있다. 마땅한 2루수 자원이 없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제드 로우리가 팀에 남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 팀이 탱킹을 통한 완벽한 리빌딩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맥스 슈록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그에 대한 평가가 오르고 있지만 아직 성장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다.



매드슨과 두리틀을 데리고 다음 시즌으로 간다면 먼저 그들에게 1,200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해야 함은 물론, 마이너리그 옵션이 모두 소모된 리암 헨드릭스나 프랭키 몬타스, 라울 알칸타라, 사이몬 카스트로 중 둘을 잃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레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전성기에서 한걸음 내려온 듯한 그레이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서 팀이 플레이오프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건 아니다. 더욱이 연봉조정 2년차에 들어서는 그레이의 연봉은 7백만 달러를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그레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10여명의 메이저리그 레벨 선발들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트레이드였다. 욘더 알론소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오클랜드와의 연장계약 의지가 강했지만 최저 연봉으로 쓸 수 있는 라이온 힐리와 맷 올슨이 자리를 잡았을 뿐더러, 현재 마이너리그를 폭격한 레나토 누네즈의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생각보다 오클랜드의 재정 상황이 훨씬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클랜드와 거래한 구단들 역시 이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걸 고려해 본다면 결코 합당하지 않은 대가를 받아왔다고 보기 힘들다. 현재 오클랜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팔 수 있는 선수들을 계속해서 트레이드 하며 연봉을 덜어냄과 동시에 팜을 재정비하며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새로운 구장이 완공되는 2023년까지는 무슨 수가 있더라도 팀을 파산시키지 않고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총평



모든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지만 오클랜드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이번 시즌 그들은 장족의 발전을 해냈다. 2016시즌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AL 최하위를 면치 못했던 오클랜드는 .246(AL 11위)/.319(AL 9위)/.436(AL 4위)를 기록했으며 102 wRC+(AL 6위)로 조정 타격 스탯에서도 평균 이상의 타선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오클랜드 드래프트 1라운더인 맷 채프먼은 콜업이 되자마자 골드 글러브 수준의 3루수 수비와 더불어 정교함은 부족하지만 한방이 있는 화끈한 타격을 보여주며 주전 3루수로 발돋움했다. 또한 알론소 트레이드 후 주전 1루수를 맡게 된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더 올슨의 잠재력이 마침내 폭발했고, 알론소의 대가로 다시 오클랜드에 합류한 부그 파웰(역시 오클랜드 드래프트)이 상당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오클랜드의 내년 시즌 라인업에서 최저 연봉을 받지 않는 선수는 세미언(연봉조정 1년차), 로우리(6백만 달러), 크리스 데이비스(연봉조정 2년차), 조이스(6백만 달러)뿐이다. 장기 계약에 묶여 있는 선수는 한명도 없다. 리빌딩 팀 수준의 타선을 가진 것 같지만 후반기 오클랜드의 팀 wRC+는 110으로 애스트로스(111)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좋은 타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이너리그에는 레나토 누네즈(3루/DH), 호르헤 마테오(SS), 맥스 슈록(2B), 프랭클린 바레토(SS), 더스틴 파울러(OF), 셀던 뉴스(IF), 야이로 무노즈(IF)와 같이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결국 오클랜드는 타선에서의 세대교체는 완벽하게 해낸 셈이다.

문제는 투수진이다. 로스터에 굵직한 이름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불펜은 트레이넨을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후반기 폴 블랙번과 라울 알칸타라, 다니엘 멩덴이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불안함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레이의 빈자리를 완벽히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A.J. 퍽은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선발진을 이끌어야 할 켄달 그레이브먼과 션 마네아는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던 자렐 코튼은 끔찍한 시즌을 보냈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후반기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이들이 FA에서 거물급 투수를 영입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굵직한 FA 영입 없이 몇 년에 걸쳐 타격지표의 개선과 세대교체를 해낸 것처럼 몇 시즌 내 투수진의 개선도 해낼 것이라 기대해 본다.


야구공작소
조우현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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