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 워녹 감독 초고속 경질, 왜?
입력 : 2012.01.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1960~70년대 발 빠른 윙어로 활약한 닐 워녹(63) 퀸즈파크레인저스(QPR) 감독이 '초고속' 해고됐다.

워녹 감독은 8일(한국시간) 3부 소속 MK 돈스와의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갑부 구단주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 강등권 언저리인 17위에 머문 부진한 정규리그 성적에 약체와의 컵 대회 대전에서도 힘겹게 비기는 저조한 결과가 원인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슬프게도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구단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고, 워녹 감독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자부심을 갖고 떠난다”며 작별을 고했다.

보이기엔 군더더기 없는 이별이다. 하지만 구단측과 워녹 감독은 종종 불협화음을 보여 결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2010년 3월 팀 지휘봉을 잡아 올 시즌을 앞두고 1부리그 승격을 이끈 워녹 감독은 “구단은 내게 100% 지원을 해줬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실상은 달랐다. 워녹 감독은 종종 지인을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축구계와 작별할 뜻을 내비쳤는데 그 이면에는 구단과의 마찰이 있었다. 최근에는 블랙번 공격수 야쿠부 영입을 놓고 옥신각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스스럼없이 전 맨체스터 시티 감독인 마크 휴즈와 가깝게 지내며 감독 교체설을 불러와 워녹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201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QPR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조이 바턴, 숀 라이트필립스, 앤턴 퍼디난드 등 실력파를 대거 영입하며 강한 잔류 의지를 보였다. 팬들은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선수를 조합하는 사령탑에겐 고역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적시장 종료를 앞두고 선수들이 하나 둘씩 영입되면서 그때마다 틀을 바꿔야 했다. 가난한 중하위권 구단은 그저 부러운 눈으로 팀을 바라봤지만 워녹 감독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1월 이적시장 전력 보강을 요구하면서 “지난 여름과 같이 긴박하게 돌아가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구단은 좀체 승수를 쌓지 못하는 상황을 놓고 워녹 감독을 압박했다. ‘좋은 선수를 사줬는데 왜 이 정도밖에 성적을 내지 못하냐’는 식이다. 새로 영입한 선수 중 발 빠른 윙어 키어런 다이어는 병상에 누웠고 라이트필립스, 제이 보스로이드, 대니얼 가비던, DJ 캠벨 등 주전급 선수들이 들쑥날쑥 경기력을 보이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개성 넘치는 선수들을 아우르기에도 벅찬데, 부상 및 부진 선수들이 줄을 서면서 워녹 감독은 궁지에 몰렸다. 33세 노장 하이다르 헬거슨의 득점 행진에만 기대를 걸기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주장 바턴이 쐐기를 박았다. 수준 높은 활약에도 ‘악동 기질’을 버리지 못해 툭하면 퇴장을 당해 곤란하게 만들었다. 3일 노리치시티와의 홈 경기에서도 11분 선제골을 넣고 36분 브래들리 존스와의 충돌로 퇴장 당해 1-2 역전패의 단초를 제공했다. 일부 언론에선 이 패배가 구단주로 하여금 감독 교체를 결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워녹 감독은 끝까지 제자를 감싸 안았지만 구단 고위층에는 선수 관리 미흡으로 여겼다. 바튼은 워녹 감독 경질 소식을 듣고 뒤늦게 “처참한 심경이다. 클럽을 위해 같이 헌신했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뒤늦은 사과는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지는 못했다.

예기치 않은 부상자 속출, 바튼의 기행, 부자 구단주의 일방통행식 일처리로 열정적인 베테랑 지도자 워녹은 시즌 도중 해임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사진=QPR 워녹 전 감독과 주장 조이 바턴ⓒ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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