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K라운드업] 짧은 다리의 역습과 예술골 퍼레이드
입력 : 2012.05.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약자가 강자를 무찌르는 권선징악 스토리와 꿈을 꾸는 듯한 아름다운 골. 울산-전남전을 제외한 7경기가 어린이날에 열린 K리그 11라운드는 그야말로 동심의 세계였다.

지난 5일 대전과 인천에서 ‘짧은 다리의 역습’이 일어났다. 16개 구단 중 최하위와 15위를 기록 중이던 두 팀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수원과 전북의 발목을 잡았다. 대전은 10경기 1승 9패로 인한 유상철 감독의 경질설까지 나돈 상황에서 선두 수원을 만나 2-1로 승리했다. 1-0으로 앞서던 전반 34분 수비수 정경호의 퇴장과 라돈치치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패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후반 인저리타임 선제골 주인공 케빈이 극적인 역전골까지 쏘며 극적으로 승리해 최하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시각 인천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상대로 후반 43분까지 3-1로 앞서며 시즌 2승째를 눈앞에 뒀다. 비록 후반 막판 연속실점하며 승점 1점에 그쳤지만, 감독 경질 및 외압에 따른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거둔 무승부라 의미가 컸다. 쐐기골을 넣은 설기현은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날 인천-전북전은 프리킥으로 시작해 프리킥으로 끝났다. 전반 3분 인천신인 문상윤이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을 골문 우측 상단에 꽂자 에닝요가 후반 추가시간에 오른발로 응수했다. 곡선, 정확도 모두 만점인 프리킥이었다. 강원-상주전에선 상주 미드필더 김철호가 ‘묘기골’을 뽑았다. 김철호는 후반 21분 강원 골키퍼 송유걸이 걷어낸 공을 중앙선 부근에서 논스톱 오른발 아웃프런트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 올해의 골’ 후보에 어울릴 만한 골 장면이다. 김철호의 슈팅이 ‘예능’이었다면 케빈(대전)과 고슬기(울산)의 슈팅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케빈은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1-1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에 역전결승골을 쐈다. 중앙선 부근부터 상대 페널티 라인까지 치고 달린 뒤 파워 넘치는 오른발 슈팅으로 시원스레 골망을 흔들었다. 하루 뒤, 고슬기는 전남전에서 후반 40분 지루한 ‘0’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은 오른발 대포알 중거리 슈팅으로 영웅이 됐다. 포항전 전반 28초에 터진 최태욱(서울)의 벼락골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 11라운드 경기 결과
성남 1 – 1 제주
서울 2 - 1 포항
인천 3 – 3 전북
강원 0 – 3 상주
부산 1 – 0 경남
대전 2 – 1 수원
광주 2 – 2 대구
울산 1 – 0 전남

▲ 최고의 경기 : 대전-수원
2003년부터 2010년 사이 수원전 홈경기 무패를 기록한 대전은 대전 출신 ‘레전드’ 고종수 수원 코치가 보는 앞에서 기분 좋은 징크스를 되살렸다. 대전은 전반 22분 김형범의 예리한 오른발 크로스에 이은 케빈의 헤딩골로 앞섰다. 34분 프리킥 상황에서 정경호가 라돈치치의 발을 걸어 퇴장 당하고 페널티킥으로 동점까지 허용해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후반 48분 케빈이 중앙선 부근부터 상대 진영까지 공을 몰고가 득점에 성공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리그 3연패를 끊은 대전과 성적 부진에 따라 경질설이 나돈 유상철 감독, 어린이날을 맞아 경기장을 찾은 수천 명의 대전 팬들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면 수적 우세를 살리지 못한 수원은 6경기 무패(4승 2무) 기록에 제동이 걸렸고 선두 자리도 울산에 내줬다.



▲ Man of the 11 Round : 전상욱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전상욱(32)이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8경기 2실점하며 16개 구단 골키퍼 중 경기당 최소실점(0.25) 주인공이다. 무실점 기록에서도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수원, 7개)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전상욱의 진가는 5일 경남과의 홈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노련한 수비 리드와 빠른 판단력으로 골문을 든든히 지켰고, 특히 전반 46분 경남 공격수 까이끼의 페널티킥 슛을 막아 1-0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부산 안익수 감독은 “전상욱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된다. 어디가 한계점인지 모르겠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말말말

”황선홍 감독님이 다시 뛰어야 할 것 같아요”
익명을 요구한 포항 구단 관계자 A씨. 골잡이 부재로 고민하는 팀에는 왕년의 한국 대표 스트라이커 포항 황선홍 감독이 필요하다며. 황 감독은 축구화를 신는 대신 ‘18번’ 후계자 고무열을 서울전 키 플레이어로 지목했지만, 적중 실패.

”저는 성남일화의 평범한 팬입니다”
성남 일화의 평범한 팬 박성철씨. 성남 신태용 감독에게 500만 원이 담긴 모금함을 전달하며. 수원전 판정 항의에 따라 벌금 500만 원을 내야 하는 신태용 감독을 위한 팬의 감동 퍼포먼스. 신 감독 왈, “제게 주신 마음으로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보답하겠습니다”.

”경남에 복수할 때까지 만족하지 않겠다”
대구 모아시르 감독. 11라운드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에도 7라운드 경남전 2-3 패배에 대한 분통함이 남았다며. 경남과 함께 패배를 안긴 수원을 넘어야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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