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승리에도 눈물 흘렸던 대전 이준서, 이젠 적장이 칭찬하는 GK로
입력 : 2021.07.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대전] “쉽지 않겠지만 벤치에는 꼭 앉아보고 싶다”

지난 2월 대전하나시티즌의 동계 훈련에 함께하던 신인 이준서의 각오였다. 소박한 각오 같았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대전 골키퍼 장갑은 베테랑 김동준과 박주원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벤치를 목표로 하던 그였지만 어느덧 K리그 세 번째 경기에 나섰다. 선배 골키퍼들이 부상을 당한 사이 골문을 지키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김동준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서 6월 19일 안산그리너스를 상대로 프로 데뷔의 꿈을 이뤘다. 그는 이날 무실점 경기까지 해내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기쁨도 잠시, 쓴맛도 봤다. 지난 18일 FC안양과의 경기에서 혹독한 경험을 했다. 경기 초반부터 킥 실수를 반복하며 움츠러들었다. 여기에 1-0으로 앞선 후반 35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을 처리하지 못하며 실점을 내줬다.

다행히 5분 뒤 박인혁의 결승골이 나오며 승점 3점을 지켰지만, 이준서에게는 아찔한 경험이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실수로 인해 다잡았던 승리를 놓칠 뻔했기 때문이다.

감정이 요동쳤다. 지옥 같았던 5분이 몸을 마구 할퀴었다. 다른 선수들은 웃었지만, 이준서는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의 위로도 들어오지 않았다. 눈물만 흘렀다.

대전 이민성 감독은 24일 열린 부산아이파크전에 다시 이준서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겼다. 신뢰였다. 이 감독은 “굳이 제가 조언을 해줄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안양전도)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통해 성장하지 않는가. 지난겨울보다 상당히 향상됐고 좋은 선수가 되리라 생각한다”라며 힘을 실어줬다.

이준서는 경기 시작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전반 2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상대 선수를 속임 동작으로 제쳤다. 최전방에 있는 박인혁을 향해 정확한 골킥도 건넸다.

선방 능력도 돋보였다. 전반 29분 패스 실수로 내준 위기 상황에서 리그 득점 1위 안병준의 슈팅을 멈춰 세웠다. 그러고 나서 동료들에 “괜찮아. 괜찮아. 집중해”라며 다독였다.

애매하게 튀어 오른 공도 수비수와의 호흡 미스로 촉발된 위기에서도 빠른 판단력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특히 후반 45분에는 안병준의 터닝 슈팅까지 손끝으로 쳐내며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과는 대전의 3-1 승리. 전반 37분 안병준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줬지만, 최종 승자는 그였다. 덕분에 대전도 2연승과 함께 2018년 9월 8일 이후 1,051일 만에 부산전 무승 고리를 끊어냈다.

부산 리카르토 페레즈 감독이 분석한 패인에는 이준서도 있었다. 경기 후 그는 “우리 모습을 못 보여주던 와중에도 기회를 계속 만들었다. 하지만 대전 골키퍼도 여러 차례 선방을 보여줬다”라며 이준서를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스승 이 감독은 뭐라고 했을까.

“동계 훈련을 통해 열심히 노력한 선수다. 우리 팀 넘버원 골키퍼인 김동준과 비교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나로서는 행복한 고민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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