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스타들, 아시아로 향하는 이유는?
입력 : 2012.09.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빅스타'들의 아시아행이 이어지고 있다. 니콜라 아넬카, 디디에 드로그바가 이번 시즌부터 중국 상하이 선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고 한때 스페인 축구를 풍미했던 공격수 라울 곤잘레스는 알 사드(카타르)에서 뛰고 있다. '유벤투스의 심장'이었던 델 피에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인 호주 시드니FC로 이적해 지난 16일 팀에 합류했다. 과거 베컴, 앙리 등이 미국에서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현상이다. 이들이 아시아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선수들에게 아시아가 매력적인 이유
아넬카와 드로그바, 라울, 델 피에로 모두 유럽에서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선수 생활에 특별한 동기를 찾을 수 없을 때 환경을 바꾸면 일상이 가능해진다.

드로그바는 첼시를 떠날 당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최고를 경험했다"면서 "만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잔류를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다 이뤘기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델 피에로 역시 "유벤투스에서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했다. 아넬카와 라울 모두 새로운 곳에서 축구인생을 이어가기 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힘으로 '자금력'이 첫 손에 꼽힌다. 게임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재한 상하이는 아넬카와 드로그바에게 주급으로 각각 20만 파운드(약 3억6,000만원), 25만 파운드(약 4억5,000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알 사드로 이적한 라울의 연봉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300만 유로(약 44억원)에서 400만 유로(약 58억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으로 30대 중반인 이들이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라울은 비슷한 연봉을 제시했던 샬케04 잔류 대신 체력적인 부담이 덜 한 카타르를 택했다. 델 피에로의 경우 시드니에서 받는 연봉은 200만 달러(약 22억원) 수준으로 전성기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선수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영어권 국가라는 매력에 이적을 결심했다.

아시아의 야심에 호응하는 스타들
상하이가 빅스타들을 영입한 이유는 국내 무대와 아시아 무대에서 동시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야심 때문이다. 시드니 역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아시아 무대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델 피에로의 풍부한 경험은 아시아 무대에서 특별한 힘이 될 수 있다. 카타르의 경우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한 후 클럽 축구와 대표팀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알 사드도 이 점을 라울에 어필했다. 라울은 "카타르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가 아닌 감독도 비슷한 이유로 아시아행을 택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1,000만 유로(약 146억원)에 광저우 헝다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현대 이탈리아 축구 스타일을 중국 축구에 이식하고 싶다"는 말로 중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자금력만을 앞세운 급진적 변화는 탈이 나게마련이다. 상하이는 드로그바와 아넬카의 엄청난 주급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설이 돌기도 했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성공적인 지도력을 보였던 이장수 감독은 상하이의 행보에 대해 "오래지 않아 끝날 것"이라며 "겉포장만 열심히 하면 중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진=시드니FC에 합류하는 델 피에로ⓒ시드니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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