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황태자 이승기, 스플릿 B는 너무 좁다
입력 : 2012.11.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광주] 윤진만 기자= 주목 받지 못하던 신예가 불과 2년 만에 K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우뚝섰다. 광주FC 미드필더 이승기(24)의 이야기다.

이승기는 2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우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 22명의 선수 중 가장 빛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 호주와의 국내 A매치 평가전에서처럼 측면과 중앙을 쉴새없이 오가며 종횡무진 누볐다. 워낙 활동 범위가 넓어 광주의 공격 포메이션 파악이 어려울 정도였다. 인천 수비수들도 시시각각 맨 마크를 바꿔가면서 이승기의 문전 침투를 막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승기는 공을 다루는 솜씨, 동료를 활용한 움직임, 패스의 강약 조절과 높은 정확도, 날카로운 슈팅,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두 사람 이상 몫을 했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25분에는 자로 잰 듯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노행석의 헤딩 동점골을 도왔다.

이승기는 경기 후 “최만희 감독님께서 주축 선수로서 더 많은 활약을 펼쳐야 된다고 늘 말씀하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내가 그 정도의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갔다와서 거만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여유있는 모습 보다 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라고 최근 활약상에 겸손을 떨었다.

그는 “호주와의 평가전을 마치고 주위에서 ‘네가 가장 많이 보이더라’라며 칭찬을 해주셨는데 정작 나는 내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최소한의 실수만 하려고 노력을 했을 뿐이지 내가 어떻게 뛰었는지도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팀이 패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A매치를 90분 뛸 수 있었던 것은 기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지난시즌 신인상을 차지할 당시에도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 광주가 16개 구단 중 11위를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이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었다. 이승기는 올 시즌에만 1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도우미로서의 ‘클래스’도 선보였다. 이 기록은 2위 에닝요(전북, 13개)를 압박하는 수치다.

이승기는 “작년에는 골을 많이 넣었다. 올해 도움 개수가 늘어난 건 세트플레이의 전담 키커로 나섰기 때문인 것 같다. 팀이 세트피스 득점이 많이 늘어난 것도 한 몫 했다. 득점 찬스가 줄어든 것도 이유라면 이유인데, 주앙파울로가 들어오면 그 선수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커버해야 한다. 그래도 골이든, 어시스트든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승기의 활약에 힘입은 광주(승점 41점)는 전남에 2-3 패한 강원(승점 40점)을 승점 1점차로 따돌리고 14위 자리를 지키며 1부리그 잔류 희망성을 이어갔다. 남은 대전-대구-전남과의 3경기에서 전승하면 강원 결과와 상관없이 잔류를 확정한다. 성남전 4-3 대역전극에 이어 스플릿B 선두 인천을 상대로 승점 1점을 얻어 분위기는 좋다.

이승기는 “오늘 결과가 무척이나 아쉽다. 홈 경기이고 강등권 탈출을 위해 중요한 게임이어서 꼭 이겼어야 했다”며 “다시 추슬러서 다음 경기부터는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팀의 결과는 신경쓰지 않고 우리 플레이만 잘하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사진=이연수 기자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