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FW '베베'가 그리웠을 법한 '못 넣는' 포르투갈
입력 : 2014.06.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 만약 신이 있다면 신은 포르투갈에 '호날두'라는 슈퍼스타를 줬지만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그 레벨에 걸맞는 스트라이커는 선물하지 않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워 독일과 함께 브라질월드컵 G조의 양강으로 꼽혔던 포르투갈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또 한 번 망신을 당했다.

당초 우승 후보는 아니었지만 포르투갈의 이번 월드컵은 그야말로 굴욕의 연속이었다. 1차전에서 페페의 박치기 퇴장 속에 독일에 0-4으로 지며 혼란에 빠진 그들은 2차전 미국전에서도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을 당한 끝에 종료 직전 터진 실베스트르 바렐라의 골로 간신히 2-2로 비겼다.

굴욕적인 16강 경우의 수를 안고 나선 최종 가나전에서 호날두의 골을 앞세워 간신히 승리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었다.

천하의 호날두도 무기력한 조국의 경기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최전방에서 골을 넣어줄 수 있는 해결사의 부재는 이번에도 포르투갈의 발목을 잡았다.

파울로 벤투 감독에게는 노숙자 출신 공격수로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해 화제를 모았던 베베가 그립기까지 할 월드컵이었다.

포르투갈은 지난 2002년에도 루이스 피구 등 황금세대를 앞세워 우승까지 노렸지만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던 해결사 부재에 울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바 있다. 꼭 그때가 아니더라도 차고 넘치는 윙어와 미드필더 자원들과는 달리 믿을 만한 스트라이커의 부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였던 '흑표범' 에우제비오를 배출한 포르투갈은 반세기 넘게 제2의 에우제비오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고 알메이다(베식타스)와 백전노장 헬더 포스티가(라치오), 자국리그에서 뛰는 에데르(브라가)를 공격진에 포함시켰지만 역시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우고 알메이다는 독일전에서 부상을 입고 아웃됐고, 그를 대신해 미국전에 나선 포스티가도 전반 16분 만에 부상으로 일찌감치 대회를 접었다. 믿었던 공격수들이 줄줄이 하차한 것.

베베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는 게 마냥 농담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게 베베는 지난 시즌 임대 신분으로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며 11골을 집어넣으며 깜짝 활약을 펼쳤다. 브라질월드컵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포르투갈 선수로 자국리그에서 득점 톱10에 든 선수는 베베가 유일했다.

아프리카 카보베르데 이민자 출신으로 노숙자 시설을 전전하고 길거리에서 축구를 배운 베베는 맨유 입단 후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행한 역대 최악의 영입으로까지 뽑혔지만 지난 시즌 만큼은 누가 뭐래도 자국리그의 톱 공격수인 베베였다.

물론 월드컵 멤버로 뽑을지 말지 그리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테지만 포르투갈의 월드컵 부진은 11골로 부활한 공격수 베베를 떠올리게 할 만큼 비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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