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공간' 통제한 성남, 감바전 승리를 얻다
입력 : 2015.03.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성남] 결국엔 '공간'이었다. J리그, 나비스코컵, 일왕배, 슈퍼컵까지 거머쥔 '4관왕' 감바 오사카도 공간을 허락하지 않은 성남FC엔 손발이 묶였다. 3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2라운드에서 성남이 감바를 2-0으로 잡았다.

김학범 성남 감독이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이긴 것 같다"라며 짤막하게 승리를 분석한 데 반해 하세가와 겐타 감바 감독은 조금 더 자세한 평을 내놓았다. 볼 다툼에서 지지 않은 성남의 정신력을 높이 산 데 이어 "지난 부리람전을 봤을 때는 (성남이) 패스플레이를 많이 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오늘 경기는 수비 블록을 잘 만들어 끝까지 승부를 지켰다. 훌륭한 팀이다."라며 칭찬했다.

◎ 황의조가 만든 첫 골, 흐름 집어삼킨 승부처

전반 6분 만에 수비를 등지고 돌아서던 황의조가 넘어졌다. 오른발로 볼을 긁어 본인의 영향력 안으로 키핑해놓고선 다음 동작으로 나가는 과정. 볼이 통통 튀는 등 매끄럽지 않은 구석도 있었으나, 완전히 속아 넘어간 감바 수비형 미드필더 오구라는 뒤에서 살포시 끌어안는 제스처까지 더했다. 히카르두가 PK를 차 넣은 성남은 어디로 튈지 몰랐던 승부의 흐름을 일찌감치 집어삼켰다.

하세가와 감독은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경기 시작 초반에 실점한 것이 경기 운영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던 그는 "(이 골로) 성남이 유리한 경기 운영을 해갔다."라며 부연했다. 그 외 몇몇 장면에서도 수비를 등지고 빠르게 돌아서던 황의조는 확실히 몸이 좋아 보였고, 후반엔 본인이 직접 접고 들어가 두 번째 득점까지 뽑아낸다.



◎ 팀 두 번째 득점이 터지기까지, 내실 없었던 공격 작업

성남에 중요한 건 두 번째 득점이 나오는 시기였다. 이른 시간대에 추가 득점까지 터뜨린다면 원정을 떠나온 감바도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었다. 중앙선 아래로 내려가 상대의 패스 전환이 끝나기를 기다렸고, 이를 따낸 직후엔 왼쪽-중앙-오른쪽 각각의 방향으로 찢어 들어가 역습할 루트를 늘렸다. 최전방 히카르두가 구심점으로서 이 과정에 무난하게 녹아들었다.

김두현의 역할은 수비형, 중앙 미드필더로 놓여 주로 후방에서 놀던 수원 시절과는 확연히 달랐다. 김 감독과의 재회에 본래 뛰던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한 것. 후방 빌드업을 시작하던 때보다 한 단계 앞에서 볼을 잡았고, 마무리 슈팅 직전의 장면을 만들 전방 플레이메이킹에 치중했다. 후반 7분 크로스바를 맞혔듯, 최후방 수비 라인을 깨고 들어가 직접 득점을 노릴 수도 있었다.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적 재능을 펼쳤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았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패스 실수가 늘어난 게 아쉬웠다.

이종원-김철호를 세운 수비형 미드필더도 마찬가지였다. 왼발잡이 이종원을 배치해 다양한 각도에서 패스가 나갈 수 있었던 건 이상적이었다. 직접 슈팅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며, 수비로의 전환 부담을 줄이기도 했다. 황의조의 팀 두 번째 득점이 나오기 직전, 흐른 볼을 슈팅으로 연결해 팀 전체가 뒤로 후퇴하지 않은 것도 이종원의 왼발 덕분이었다. 다만 볼을 뺏어낸 직후의 패스 완성도에는 두 선수 모두 부족한 감이 있었다. 중앙선 아래에서 압박하는 시간이 길었던 성남엔 볼 소유권을 얻어낸 뒤의 첫 번째~세 번째 패스가 정말 중요했다.



◎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비결, 공간을 점령한 조직의 힘

선제 득점에도 재차 두드려야 흐름이 처지는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공격에서의 파괴력이 부족했던 성남은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서울을 잡았던 사냥법과 조금은 유사한 방식으로 상대를 옥죄었다. 물러선 듯하면서도 최후방 라인이 처지지 않는 축구, 간격을 바짝 좁혀 최초 압박 지점을 중앙선 바로 아래 두는 조직력으로 공간을 장악한다. 감바 소속으로 성남을 찾은 오재석은 경기를 해독할 만한 힌트를 몇 가지 남겼다.

1) "J리그가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를 워낙 잘 활용하다 보니 K리그에서 뛸 때보다 측면 수비로서 갖는 체력적 부담이 적어요.". 이는 '패스 수도꼭지' 엔도의 비중을 그대로 방증했다. 팀 차원에서 봤을 때, 같은 포지션에 포진한 이종원-김철호이 짊어지는 것보다 한 차원 높은 중요성 혹은 부담이 엔도에게는 집중돼 있었다. 여기에서 패스가 제대로 시작되지 못 한다면 감바가 겪을 어려움은 훨씬 더 가중될 터였다.

엔도의 파트너 오구라는 볼 없는 움직임을 통해 성남의 압박을 분산하는 데 실패했다. 측면에 놓인 쿠라타가 중앙으로 들어와 볼을 받곤 했지만, 감바는 기본적으로 엔도에게 가중된 하중을 견디지 못 했다. 여전히 볼을 예쁘게 차던 엔도 역시 김두현, 이종원-김철호로 구성된 정삼각형 미드필더 조합에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본래 뒤로 빠져 볼 받는 그림이 많기는 해도, 패스를 배달할 공간을 찾는 데 해맸다. 감바는 결국 최전방 린스-패트릭의 부분적이고도 개인적인 공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2) "전반전이 끝난 뒤 동료들과 '볼 줄 데가 없다.'라는 얘길 많이 했어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자꾸 움직여야 한다.'라면서 의견을 주고받았고요. 측면도 마찬가지였어요. 성남이 워낙 기동력이 좋아 힘들었어요.". 여기엔 중앙에서의 볼 줄기를 잃은 감바가 측면으로 선회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뚜렷한 대안이 되지 못 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좌우 측면 수비 박태민, 김태윤은 공격적으로 크게 무리하지 않았고, 여기에 황의조나 김성준의 수비 지원 역시 준수했다.

1승 1패, F조 2위. 아직 성남의 ACL 성공기를 가늠할 단계는 아니다. 확실한 건 공간을 통제할 수비 조직만 건재하다면 공격 조합을 맞춰볼 여유를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공격수가 새로이 추가됐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K리그를 주름잡았던 김두현이 복귀했다. 김 감독이 이를 어떻게 버무려갈지 지켜볼 일이다.

글=홍의택
사진=홍의택, 스포탈코리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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