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곧 죽어도 하나', 심상민이 말하는 올림픽팀
입력 : 2015.03.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축구란 게 참 묘하다. '에이스' 하나만으로 모든 게 풀릴 것 같으나, '팀'으로 뭉친 상대에게 무릎 꿇기 일쑤다. 몸값 비싼 슈퍼스타가 즐비해도, 하나 된 약팀에 쓰러지기도 한다. 에이스 역시 뒷받침하는 동료 10명이 없다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일. 2016 리우 올림픽을 겨냥한 신태용호 심상민(21, FC서울)의 생각도 그랬다.

포지션은 왼쪽 수비. 측면에 할애하는 공격 비중이 높지 않다면, 그마저도 상대 진영 깊숙이 올라가 크게 공헌하지 못 한다면 돋보이기 어려울 위치다. 경기력 외 다른 문제로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지난달 열린 킹스컵 우즈벡전에서 축구가 아닌 격투기를 당했던 심상민은 "지금은 다 잊었어요. 그런 걸로 알려지고 싶지는 않아요. 공 잘 차서 관심 받아야죠."라며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모인 선수들이 많아요. 포백은 원래 했던 멤버들(심상민-송주훈-연제민-우주성) 그대로 했는데, 다시 맞춰봐야 해요. 각자 소속팀에서 요구받는 게 차이가 있다 보니 역할적으로도 얘기해봐야 할 것 같아요."

'2016 U-23 AFC 챔피언십 예선'을 앞둔 U-22 대표팀이 지난 16일 파주 NFC에 소집됐다. 사흘째 되던 날, 서울 이랜드 FC와 벌인 연습 경기(0-0 무)는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발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상대를 뒤흔들 패턴 플레이는 한정돼 있었고, 결국 조직적으로 맞설 상황에서도 개인 능력에 크게 의존해야 했다.

당시 현장에는 '올림픽 예선을 치르기엔 멤버가 약하지 않냐'며 물음표를 던진 이도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태용 감독이 소집한 최종 23인의 구성은 K리거(챌린지 포함) 17명, 대학생 5명, J리거 1명. 올해 갓 프로에 진출한 이는 6명에 불과했지만, 프로 경험이 있는 자원 중에서도 꾸준히 주전으로 뛴 선수는 드물었다. 리우 올림픽이 열릴 내년 여름까지 여유가 있다고 해도,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부족한 경기 수는 감각 면에서 치명적이었다. 소속팀 서울에서 김치우에 가려 경기를 많이 뛰지 못 한 심상민도 마찬가지였다. "후반이 돼서야 몸이 조금씩 올라왔어요"라고 밝혔음을 짚어보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적어도 중앙대 시절 2013 U-20 월드컵 무대를 밟았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폼 자체에 차이가 있었다.



"스타도 없는데, 합치지도 못 하면 어떡하겠어요(웃음). 똘똘 뭉쳐야 살 수 있다는 걸 서로 의식하고 있어요. 그 길밖에 없어요. 경기 들어가기 전에 말을 많이 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훈련이랑 실전은 완전히 다른데, 저희는 격려도 하면서 오히려 경기할 때 더 잘 풀어가는 것 같아요."

유럽파는 무릎 인대 부분 파열로 합류가 불발된 류승우(브라운슈바이크) 정도. 손흥민(레버쿠젠)을 와일드카드 물망에 올리고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팀이 완성돼 있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한두 경기는 강제로 끌고 갈 수 있을지 모르나, 목표인 메달권까지 가려면 본선에서도 6경기를 넘어야 한다. 나머지 선수들로 구성된 퍼즐이 탄탄하게 맞춰져 있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시선은 자연스레 '사상 첫 메달'을 따낸 2012 런던 올림픽으로 향한다. 당시 대표팀은 해외파를 상당수 보유한 데다, 성인대표팀을 오가던 이도 많았다. 이미 FIFA월드컵에 다녀온 자원도 박주영, 정성룡, 기성용, 김보경까지 4명이나 됐다. 실제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있었으나, 영국전(1-1, 승부차기 5-4승), 일본전(2-0승) 등을 떠올리면 고비 때마다 발휘된 경험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비교는 오히려 신태용호를 더 끈적하게 만들었다. 1993년생이 주축인 이들은 대표팀 소집 시기가 아닌 평소에도 단체 채팅방을 통해 몸 상태 및 안부를 묻는 등 소통을 이어왔다. 2년 전 U-20 월드컵을 마친 골키퍼 이창근(부산)이 트위터에 남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문구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들에겐 '믿을 건 팀뿐' 이란 공감대가 끈끈하게 형성돼 있었다.



"충격이었죠. 미팅 시간에 그 얘기 듣고 정적이 흘렀어요.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킹스컵 대회 도중이었고, 어떻게든 집중해 더 열심히 해야 했어요. 다들 감독님께 연락을 못 드려봤어요. 상태만 전해 듣고 있는 중이에요."

지난달 급작스럽게 전해진 이광종 감독의 병마 소식. 이 감독과 함께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왔던 모 선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 되물었다. "알아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병이던데, 괜찮으신 건가요?"라고 했을 만큼 이 또래에는 각별했던 감독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1992년생 주축) 획득에 이어 또 한 번 일을 낼까 싶었던 '이광종 키즈'는 새로운 수장을 만나 리우행을 준비하게 됐다.

다행히 팀 분위기는 뒤숭숭하지 않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 위주로 팀을 정비하고, 빨리 새로운 감독에게 맞춰가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신 감독은 조급함에 미팅 시간을 많이 가져가기보다는, 선수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직접 답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외 새로이 합류한 1994, 95년생 동생들도 형들에게 살갑게 장난치며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올림픽 메달을 논하기 전에 아시아 예선부터 확실히 잡고 가야 돼요. 새 감독님이 오셨고, 저희도 다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이번에 만날 상대 전력과 상관없이 저희는 또 검증해야 하는 무대에 섰어요. 믿음을 드려야죠."

관건은 언제 터지느냐는 것. 대회 첫 득점이 나올 시간대가 상당히 중요하다. 여유와 자신감만 붙는다면 감각을 올리는 과정 또한 한결 수월할 터. 이랜드전보다 훨씬 더 강한 화력을 뿜어낼 수도 있다. U-22 대표팀은 오늘 오후 5시 30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릴 브루나이와의 H조(브루나이,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예선 1라운드에서 리우로 가는 첫발을 뗀다.


글=홍의택
사진=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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