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희생과 솔선수범이 빚은 수원의 슈퍼매치 대승
입력 : 2015.04.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경기력과 응원만으로 빚은 승리는 아니었다. FC 서울과의 K리그 슈퍼매치에서 수원 삼성이 거둔 5-1 완승의 뒷편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프로들의 희생이 있었다.

지난 1999년부터 수원 구단의 전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이남영 씨에게 슈퍼매치가 열린 지난 18일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됐다. 이날 아침 이 작가는 사랑하는 아버지와 영원한 작별을 했다. 하지만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팀 분위기에 혹여 악영향을 미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상주로서의 역할을 잠시 미루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슈퍼매치 경기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하는 만세삼창 이벤트까지 모두 촬영한 뒤에야 비로소 빈소로 향했다. 구단 프런트는 이 작가의 부친 별세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경기 종료 후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이은호 구단 홍보담당자는 "이 작가는 1999년 서정원 감독이 입단한 것을 계기로 수원과 인연을 맺었고, 구단 전속 작가로 꾸준히 활동해왔다"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겪고도 경기장에서 묵묵히 맡은 바 역할을 해낸 프로정신에 구단 관계자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서는 2선 공격수 이상호(28)의 투혼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상호는 슈퍼매치를 앞두고 독감에 걸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경기 전날 동료들과 가볍게 발을 맞춰본 게 전부였지만, 부상자가 많은 팀 사정을 감안해 출전을 자청했다.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나선 이상호는 전반 22분 정대세의 패스를 머리로 받아넣어 수원의 선제골을 뽑아냈다. 2-1로 앞선 후반 7분에도 머리로 한 골을 추가해 5-1 대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미드필드에서는 팀 동료 권창훈과 함께 공격과 수비에 번갈아 참여하며 중원 기싸움에 적극 나섰다. 후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뒤엉켜 넘어지는 과정에서 상대 팔꿈치에 맞아 입 안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종료 후 이상호는 탈진해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부상 부위는 7바늘이나 꿰맸다. 21일 열리는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에도 동행하지 못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이남영 작가도 (이)상호도 구단에 대한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결단을 내렸다"면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팀을 위해 매진한 많은 분들의 헌신 덕분에 수원이 역사에 남을 슈퍼매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사이타마(일본)=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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