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호의 눈] 제라드와 로저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
입력 : 2015.04.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우승호 기자= 자신의 생일날 웸블리에서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우승컵을 들어 올리려 했던 스티븐 제라드의 달콤했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제라드의 저력을 믿었던 브랜단 로저스 감독은 고개를 숙인 채 웸블리를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리버풀은 19일 밤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14/2015시즌 잉글랜드 FA컵 준결승전에서 필리페 쿠티뉴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크리스티안 벤테케와 파비앙 델프에게 잇따라 득점을 허용하며 1-2 패배를 당했다.

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에서 로저스 감독은 제라드 카드를 내밀었다. 컨디션이 좋지 못해 최근 리그 경기에서도 자주 출전하지 못했던 제라드 였지만 로저스 감독은 큰 경기를 많이 치러본 제라드의 경험과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캡틴의 능력을 믿었다.

그러나 로저스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제라드의 경기력은 생각 보다 더 좋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못하니 그라운드에서 번뜩이는 모습은 물론 팀을 이끌던 '캡틴'의 역할도 좀처럼 하지 못하였다. 후반전 연속된 공중볼 상황에서 밀린 것이 델프의 결승골로 연결되었던 장면은 결정적이고 뼈저리게 아픈 실수의 순간이었다.

이제 제라드와 로저스 감독은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릴 모든 기회를 잃어버렸다. 챔피언스리그는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리그컵은 첼시에게 패했다. 준결승까지 올라가며 손에 잡힐 듯했던 FA컵도 놓쳤다. 더 이상의 목표와 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리버풀의 '캡틴'과 '감독'에게는 아직 리그 경기가 남아있다. 그리고 남은 경기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리버풀은 승점 57점으로 4위 승점 64점의 맨체스터 시티를 추격하고 있다. 맨시티가 한 경기를 더 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추격이 필요한 승점은 4점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자력으로 맨시티를 추월하는 것은 힘들지만 어쨌든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한 마지막 도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남은 경기의 대진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선두 첼시와의 대결을 제외하고는 WBA와 헐시티, QPR, 크리스털 펠리스, 스토크 시티를 상대하게 되는데 올 시즌 빅 클럽이 아닌 팀과의 경기에서는 꾸준히 승리를 거두었던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리버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이자 '성과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FA컵 경기 후 영국 '데일리 메일'에선 그라운드에 쪼그려 앉은 제라드의 사진과 함께 "캡틴 제라드는 힘을 잃었다. 그러나 로저스 감독은 진짜 실패작이다"라는 날 선 제목의 기사로 리버풀의 캡틴과 감독의 역할에 대해 혹평했다. 하지만 아직 제라드와 로저스 감독이 벌써부터 힘을 잃고 실패자로 낙담하기에는 아직 경기는 6번이나 남았다.

최선을 다해 팀에게 '별들의 무대' 출전 티켓을 선물한다면 LA로 떠나는 제라드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로저스 감독도 구단 경영진들에게 다시 신뢰받을 수 잇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대로 끝나버리기에는 제라드와 로저스 감독의 지난 날들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기에 리버풀의 '캡틴'과 '선장'에게 다시 한 번 건투를 빌어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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