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무승’ 울산과 윤정환을 위한 변명
입력 : 2015.04.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난 3월 K리그 클래식의 핫이슈는 윤정환 감독과 울산 현대였다.

울산은 실종됐던 ‘철퇴축구’의 귀환을 알리며 인상적인 경기 내용과 결과로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다. 그러나 4월에는 광주전 승리 이후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선두 전북과 승점 차가 벌어졌다.

경기 내용마저 만족스럽지 못했다. 4월의 부진으로 인해 윤정환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엔 이르다. 아직 리그 초반이고, 윤정환 감독이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처음 맞는 시즌이다. 최근의 실망스러운 경기들에도 불구하고 울산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 4월만 되면 작아지는 울산
지난해 울산은 조민국 감독(현 청주대 감독)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조민국 감독의 3월은 환상적이었다. 전남에 0-1로 패했지만 라이벌인 포항과의 개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고, 서울, 인천, 경남 등을 상대로도 모두 이겼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순항했다. 조민국 감독은 K리그 클래식 3월의 감독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4월에 들어서자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기존 울산의 팀 컬러에 패스 축구를 이식하려는 조민국 감독의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과정과 결과 둘 중 어느 하나도 얻지 못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충격적인 3연패, 리그에선 2무 3패를 당했다. 유일한 승리는 리그가 아닌 FA컵에서 기록했는데, 상대는 프로팀이 아닌 숭실대였다. 최악의 부진이었다.

4월의 부진은 ‘철퇴왕’ 김호곤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12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 해 3월 3승(1패)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4월에 1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바 있다. 윤정환 감독 역시 울산을 괴롭혔던 ‘4월 징크스’를 피해가진 못한 모습이다.

▲ 강도 높은 체력 훈련, 성과는 리그 중반 이후
윤정환 감독이 J리그 사간 토스를 지휘할 때 별명 중 하나는 ‘오니’였다. 우리말로 괴물, 도깨비라는 뜻의 일본어다. 이런 별명이 지어진 이유는 혹독한 체력 훈련 때문이었다.

윤정환 감독은 토스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꽉 짜여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됐다. 이는 울산에 부임하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울산에 부임하면서 일본에서 직접 데려온 코칭스태프도 바로 선수의 피지컬을 담당하는 나카무라 케이스케 코치였을 만큼, 윤정환 감독은 강한 체력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그가 강조하는 체력 훈련의 성과가 아직까지는 완전하지 못한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의 경기에서 울산은 후반 중반 이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공수의 간격이 벌어지며 활동량을 가져가지 못하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울산의 체력 훈련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즌은 길고 치러야 할 경기는 많다. 특히 날씨가 덥고 습해지는 리그 중후반에 들어서면 체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윤정환 감독이 실시한 체력 훈련의 성과는 이 시기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부임 초기 인터뷰에서 강한 체력 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를 묻자 윤정환 감독은 “이 시기에 뛰지 않으면 시즌 중에는 이런 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미리 몸을 만들어 놓아야 중반 이후 시즌 운영에 어려움이 덜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의 성적은 오히려 성공적이라 평할 수도 있다.

▲ 패하는 경기는 안 한다
K리그 클래식 8라운드를 마친 현재 울산은 승점 14점으로 수원과 승점 차 없는 3위다. 8라운드에서 전북이 전남에 패해 울산은 K리그 클래식 내에서 유일하게 패배가 없는 팀이 되었다.

대전, 수원, 인천과의 경기에서는 선제골을 넣고 수비에 집중하다가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를 했다. 선제 득점 후 같은 흐름을 이어갔다면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평이 많았다. 이는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인천전 무승부 이후 윤정환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며 이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8라운드 부산과의 경기에서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선제골을 허용한 상황에서 후반 40분이 넘어서 동점골을 터뜨리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무승부가 많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울산이 모든 경기에서 승점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반의 행보가 마냥 부정적이라고 평할 수만은 없다.

▲ 윤정환에게 필요한 적응 기간
윤정환 감독이 울산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쏠린 기대감은 J리그에서 보여준 드라마틱한 성과에 있었다. 그는 만년 2부리그 팀 토스를 1부리그로 올려놓았고, 1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성공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토스와 울산은 다르다. 생존이 중요한 토스와 달리 울산은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윤정환 감독은 그 동안 겪어보지 못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결과만이 아니라 경기 내용까지 모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강팀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벌써부터 울산의 행보에 물음표를 붙이는 의견들이 많아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또한 그는 지도자로 K리그 클래식 무대를 올 해 처음 밟는 감독이다. 코치를 거쳐 감독의 자리에 오르며 충분히 경험을 쌓았던 J리그 시절과는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적응해 나가야 할 것들이 많은 상황 속에서, 우선은 그가 추구하는 ‘지지 않는 축구’의 모습을 일부 보여줬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리그에 적응해 나가는 기간으로 놓고 본다면, 윤정환 감독의 행보는 조금 더 긴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만하다.

글=이희찬 객원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객원기자 기사는 스포탈코리아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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