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인천 징크스 깨지 못한 3가지 이유
입력 : 2015.04.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우리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무승부는 원하지 않던 결과다.” - 황선홍 감독

서로의 색깔만 확인했던 경기였다. 지난 2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경기에서 양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인천은 전반 17분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 나갔지만 포항은 전반 39분 티아고가 동점골을 넣었다.

양팀의 이번 라운드는 기록과 기록의 대결이었다. 포항은 지난 3년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징크스를 깨야 했다. 인천은 시즌 첫 승과 함께 14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끊어야 했다. 하지만 치열했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며 양 팀 모두 원치 않던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3연승을 노리던 포항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며 원정경기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원정경기에서의 승점 1점은 가치가 크지만 그래도 포항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포항은 인천 원정 징크스를 왜 깨지 못했던 것일까?



1. 스틸타카를 살리지 못한 포항
포항이 자랑하는 스틸타카의 핵심은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패스게임이다. 짧게 주고받는 패스를 통해 흐트러진 상대진영을 공략한다. 하지만 전반전을 마친 뒤 “상대의 강한 압박에 당황했다”는 황선홍 감독의 말처럼 포항의 미드필더들은 인천의 거센 압박으로 인해 이렇다 할 장면을 자주 만들지 못했다.

전반 초반 포항은 서두르지 않고 중원에서부터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시도했다. 상대적으로 인천은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며 속도를 높였다. 양 팀 모두 자신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경기 운영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인천의 압박은 거세졌고 포항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케빈, 이천수, 김인성으로 짜여진 인천의 공격수들은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며 포항의 패스를 차단했다.

4골로 포항 팀 내 최다득점자이자 중원의 핵심인 손준호는 인천의 강한 압박으로 인해 중원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문창진이 수비라인 깊숙이 내려가 공을 받는 등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전반전, 인천에게 내준 흐름을 찾아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포항은 왼쪽 측면에서 이광혁을 중심으로 공격루트를 찾았지만 인천의 협력수비와 요니치의 커버로 인해 차단됐다. 포항 특유의 패스게임이 풀리지 않자 라인을 무너뜨리는 침투에 능한 김승대의 장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오른쪽에서 티아고가 개인능력을 바탕으로 동점골을 넣는 등 위협적인 장면을 보여준 것이 위안이었다.

인천은 조직적인 모습으로 포항을 괴롭혔다. “상대의 패스게임을 사전에 봉쇄하자는 전략”이었다는 김도훈 감독의 노림수는 경기 결과와 달리 내용적인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인천의 조직적인 압박으로 인해 포항은 자신들의 장점인 패스플레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결국 상대방이 자신들의 축구를 못하게 만들겠다던 인천의 끈끈함은 기세 좋던 포항의 공격력을 1골에서 멈추게 했다.



2. 압박속도의 차이
포항은 시즌을 준비하며 공격력에 초점을 맞췄다. 터키 전지훈련에서도 패스를 통해 다양한 공격전개를 펼칠 수 있는 방법에 몰두했다. 시즌을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경기운영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포항은 자신들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인천의 압박속도가 더 빨랐다. 포항은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자주 뺏기는 모습을 보였다. 압박의 속도감과 적극성도 인천보다 떨어졌다. 빠른 패스전개와 방향전환이 나오지 않자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공격의 날카로움도 떨어졌다.

포항이 선보이는 제로톱 시스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 지역에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많아야 했다. 그 뒤 포지션을 바꾸며 상대를 흔들고 유기적인 패스게임으로 득점을 올려야 했다. 하지만 인천의 거센 압박으로 인해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후반전에 들어 포항은 김승대, 이광혁의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인천의 오른쪽 측면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하지만 권완규와 요니치의 협력수비는 단단했다. 여기에 김원식, 안진범 등 미드필더들이 측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좋은 장면을 자주 만들 수 없었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서 필요한 패스의 전개도 그 속도감이 떨어졌다.



3. 세컨드 볼 싸움
황선홍 감독은 시즌 전부터 밀도 높은 수비를 통해 팀 전체가 하는 수비를 강조했다. 하지만 인천전에서 포항은 상대에게 슈팅공간을 내주고 수비진영과 허리의 간격이 벌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전반전에 포항 선수들은 상대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쉽게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포항은 케빈을 위험지역에서 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수비수 김원일과 김준수가 번갈아 가며 마크했지만 몸싸움과 헤딩에 능한 케빈이 전반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기 위해 케빈이 내려오면 그 자리를 김인성과 이천수가 메꿨다. 포항 수비수들은 마크해야 할 대상을 빠르게 선택하지 못해 위기에 자주 빠졌다.

인천 공격의 중심인 케빈의 볼터치가 많아지자 이천수, 김인성이 빠른 침투로 측면을 두드렸다. 유독 컨디션이 좋아보이던 안진범은 포항의 수비라인과 허리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인천 공격진들에 의해 순간적으로 포항의 수비진은 집중력을 잃곤 했다. 후반전엔 협력수비를 통해 좀 더 적극적인 수비를 보여줬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실점 장면도 아쉬웠다. 전반 16분 이천수의 코너킥 장면에서 몸을 맞고 굴절 된 공을 끝까지 따라가 헤딩골을 넣은 김진환의 집중력이 좋았다. 포항 입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축구라는 점에서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포항의 집중력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인천의 드로잉 공격 장면에서도 세컨드 볼을 편안하게 처리하지 못하며 수 차례 위험을 초래했다. 다음 라운드 부산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세컨드 볼에 대한 집중력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글=조경환 객원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본 객원기자 기사는 스포탈코리아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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