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 프리뷰] 피사로-산타 크루스, 정상의 그림자 뒤 '전설의 만남'
입력 : 2015.07.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비록 결승전에서 자신들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지 못하지만, 남은 자존심을 걸고 싸운다. 이 대결의 한 쪽에는 클라우디오 피사로(무소속)와 로케 산타 크루스(크루스 아술)이 맞대결을 기다린다.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들의 사실상 마지막 대결이다.

4일(토)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칠레 콘셉시온의 에스타디오 무니시팔에서 2015 코파 아메리카 3ㆍ4위전 페루와 파라과이의 경기가 열린다. 결승전에 하루 앞서 열리는 두 팀의 대결이다. 두 팀은 4강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페루는 수비의 핵 카를로스 삼브라노(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퇴장이란 악재가 겹치며 개최국 칠레에 1대2로 패했다. 한편 파라과이는 메시의 맹활약과 공격의 중심인 데를리스 곤잘레스(바젤)와 산타 크루스가 부상으로 교체되는 상황을 맞으며 아르헨티나에 1대6 참패를 당했다.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질 두 팀이다. 양 팀에게 상처로 기억될 코파 아메리카 4강전이었다.

페루는 삼브라노가 4강전에서 퇴장당하며 3ㆍ4위전에도 뛸 수 없다. 페루 수비의 중심이던 삼브라노의 결장은 페루에 있어 전력의 큰 손실이다. 크리스티안 라모스(후안 오리치)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으나, 수비의 무게감이 다를 수 밖에 없을 페루다. 파라과이 역시 전력 누수가 있다. 곤잘레스는 아르헨티나와의 4강전에서 부상당해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산타 크루스 역시 경기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하며 교체돼 3ㆍ4위전 출장을 점치기 어렵다. 전력의 공백이 확연한 양 팀의 현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페루는 호세 파울로 게레로(플라멩구)를 중심으로 공격을 구성한다. 비록 4강에서는 득점에 실패했지만, 8강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 게레로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 중인 게레로는 득점 선두인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칠레, 4골)와 1골차에 불과해 이 경기와 결승전 결과에 따라서 득점왕을 차지할 수 있다. 게레로가 득점왕을 차지한다면 지난 2011년 대회 5골로 득점왕에 오른데 이어 사상 첫 2연속 득점왕에 오르게 된다. 코파 아메리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게레로다. 측면에서는 파르판(샬케) 쿠에바(유니온 에스파뇰라)가 게레로를 지원한다. 파르판이 아직은 감각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페루는 쿠에바에게 기대를 건다. 이번 대회 페루의 측면에서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쿠에바는 페루의 큰 힘이 되고 있다. 비록 4강전에선 삼브라노의 퇴장으로 이른 시간에 교체됐으나, 그만큼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마지막 경기인 3ㆍ4위전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쿠에바다.

다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주장 피사로가 부상으로 경기 출장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페루 가레카 감독은 피사로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없이 경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활약한 피사로의 대체 자원을 준비해야할 페루의 상황이다.

파라과이는 분위기가 좋지 못한 시점에서 페루전을 준비한다. 아르헨티나에게 크게 패하며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부상 선수들의 출장 여부가 큰 관심사다. 측면에서 활기를 넣어줄 곤잘레스의 부상 정도는 파라과이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페루전을 앞둔 파라과이에게 측면에서 팀 공격을 이끌었던 곤잘레스의 복귀는 절실하다. 곤잘레스가 결장할 경우, 라울 보바디야(아우크스부르크)의 출장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쳐볼 수 있다. 산타 크루스의 부상 정도도 걱정이다. 경기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 신호를 직접 낼 만큼, 힘들어 했던 산타 크루스다. 파라과이에게 있어 산타 크루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최전방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주장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산타 크루스의 부상은 팀에게 있어 좋지 않다. 공격은 루카스 바리오스(파우메이라스)가 대체할 순 있어도, 리더십 면에서 산타 크루스를 대체하기가 버거울 파라과이다. 경험과 전술 상에 있어 파라과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산타 크루스다.

한편 이 경기는 양 팀 전설들에게 있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가하는 메이저 대회가 될 수 있다. 피사로는 어느덧 37세의 노장이 되었고, 산타 크루스 또한 34세에 접어들며 축구선수로서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내년에 미국에서 코파 아메리카 100주년을 기념한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가 개최되지만, 나이가 나이인만큼 대회 참가를 장담하기 힘든 두 선수다. 즉, 이번 3ㆍ4위전이 자신들이 치르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의 마지막 경기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부상을 입으며 경기 출전이 확실치 않은 상태다. 출장을 쉽게 점칠 수 없다.

페루는 승리할 경우 지난 대회에 이어 2연속 3위 등극에 성공한다. 파라과이 또한 지난 대회 준우승 기록엔 미치지 못하지만, 3위를 차지하며 코파 아메리카에 있어 강자로 거듭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두 팀의 대결 속에서 자국의 유니폼, 주장 완장을 달고 대결을 펼칠 피사로와 산타 크루스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정현준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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