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고대vs연대' 오늘 낮, 뜨거운 한 판이 온다
입력 : 2015.07.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태백] 홍의택 기자= 어머, 이건 꼭 봐야 해! 오늘 낮, 뜨거운 한 판이 온다.

고려대를 먼저 말했다. 연세대 출신 이들에게 혼났다. 연세대를 먼저 말했다. 고려대 출신 이들에게 혼났다. '고연전'이든, '연고전이든' 무슨 상관이랴. 착각이었다. 두 학교 동문에겐 이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다.

고대와 연대는 '제46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이 열린 태백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다. 대학 팀임에도 관중을 끌고 다니던 이들이 직접 맞붙는다. 조별 예선서 이미 한 차례 격돌했던 두 팀(1-1 무승부). 이번엔 끝장을 본다. 승부를 못 내면 연장전, 이것도 안 되면 승부차기다. 추계연맹전 타이틀을 두고 싸우기는 14년 만이다(대진 순서에 따라 고대가 홈 팀. 따라서 프리뷰도 고대부터).

큰 틀은 차이가 없다. 포백 위에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얹는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허리 싸움을 걸고, 양 윙어가 넓게 서 루트를 찾는다. 측면 자원이 중앙 수비 쪽으로 횡단 드리블을 치느냐, 측면 수비 뒷공간으로 쳐들어가 속도를 붙이느냐. 4-3-3(4-1-4-1) 시스템에 기반을 둔 두 팀의 전쟁은 크게 이 두 부분에서 성격이 갈릴 터다.



▲ 고려대 : '더블 스쿼드'와 '들쑥날쑥 경기력' 사이

더블 스쿼드를 자신했다. 타 학교 감독들이라면 침이 고일 선수층. 매 경기 라인업의 변동 폭을 크게 가져갔다. 동시에 체력 회복 속도를 철저히 체크했다. 당장 눈앞에 놓인 한 경기보다는 그다음 라운드를 보고 운영했다. 30도에 육박한 낮 기온 속, 격일로 펼쳐진 경기 스케쥴. 몸 상태만큼은 상대적으로 팔팔하다. 단, 고정되지 않은 선발진에 부침도 따랐다.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스트라이커 김건희. 대학 무대가 좁다. 볼을 거머쥐고 등지는 힘, 활동폭을 넓혀 가는 성실함, 발밑으로 볼 다루는 기술에 높은 타점까지. 수원 U-18팀 매탄고 출신으로 조만간 서정원 감독의 부름을 받을 자원이다. 아쉬움도 있다. '1학년 김건희'였다면 정말 매서웠지만, '2학년 김건희'는 살짝 갸우뚱하다. 잔부상 등으로 흐름을 타지 못했다. 1년 새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감도 있다. 물론, 선수 개인에 대한 절대 평가일 뿐. 송수영(현 경남) 이후 걸출한 포워드 부재로 골 아팠던 연대 입장에선 부러움의 대상이다.

양옆으로는 허용준, 명준재, 안은산 등이 배치될 터다. '탈 고교 레벨'로 불렸으며, 청소년 대표 한 번쯤 드나든 친구들이다. 허용준은 원더 골을 터뜨릴 감각이나 스타성, 명준재는 다부진 몸에서 나오는 폭발력, 안은산은 유연한 신체와 왼발잡이 메리트를 갖고 있다. 당장 프로 무대에 세우기엔 개개인의 약점이 있으나, 대학권에서만큼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연대 수비진과 부딪치면서 나올 찬스를 잡느냐, 놓치느냐에 달렸다.

중원은 4학년 박종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삼는다. 이상민, 장성재 등을 올려 역삼각형 형태를 만든다. 서동원 고려대 감독이 믿는 구석이 여기에 있다. 자기 것을 내세우기보다 희생할 줄 안다.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없을지 몰라도, 피치 곳곳에서 등번호가 보인다. 상대 최종 슈팅을 블록하면서도 어느새 반대편에서 직접 슈팅을 날리는 유형. 특히 이상민은 프로팀에서도 인기가 많다. 볼 없는 움직임에서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팀 중심을 잡는 데 필수다. 이재성(현 전북), 안진범(현 인천) 시절과 비교해 볼을 부드럽게 차는 이, 창조성을 발휘하는 이는 없어도 참 성실하다.

수비진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지난 성균관대와의 4강전에서 포백 수비진에 1학년을 세 명이나 세웠다. 무실점했으나, 경기를 운영하고 주무르는 내공은 부족할 수 있었다. 큰 경기일수록 몸이 말을 안 듣는 경우도 허다한 법. 어떻게 위기를 피하느냐가 문제다. 신체적으로 눈에 띄는 이는 193cm에 달하는 중앙 수비 이다원. 타점이 높아 쓰임새가 많다. 단, 속도가 느려 주위에서 도와줘야 하는 부분도 크다. 골키퍼는 임민혁의 출장이 유력하다.





▲ 연세대 : 1학년이 대여섯 명씩. 여기에 담긴 '명과 암'

이거 좋다. 물건이 수두룩하다. 신재흠 연세대 감독을 미소 짓게 하는 1학년 복덩이들. 경기마다 해내는 퍼포먼스는 어마어마하다. 수비형 미드필더 황기욱을 기점으로 앞선 한승규-전주현. 전방에서 움직이는 유정완, 이근호 등. 그 아래로는 중앙 수비 김민재. 그 아래로 골키퍼 전종혁. 여기에 부상에서 복귀한 송준평까지. 이렇게 괜찮은 자원들이 무더기로 들어온 건 근 몇 년간을 따져봐도 드문 일이다.

한승규는 특별하다. 광운대 출신, 수원에서 데뷔한 한성규의 동생. 볼을 터치하는 재간, 다음 장면으로 연결해가는 동작은 대학권에서 단연 돋보일 만큼 부드럽다. 수비하는 요령이나 적극성 등은 더 지켜봐야겠으나, 직접 슈팅해 처리할 만큼 결정력도 괜찮다. 영리하게 볼 차는 타입으로 상대 수비진에 치명적이다. 킬패스로 한 방을 노리는 데 재미를 붙여온 전주현도 마찬가지. 단, 8강 호남대전에서 당한 부상에 결승전 출장은 불투명하다. 3학년 강상민이 조각을 맞춰가며 나름의 역할을 해낼 예정이다.

이들의 공격 성향을 받치는 건 황기욱이다. 황인범, 고민혁과 함께 최문식 감독(이상 현 대전)이 이끄는 U-16 대표팀 중원을 책임졌다. 이후 U-19 대표팀까지 드나들었을 만큼 능력이 출중하다. 서울 U-18팀 오산고 시절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번갈아 봤던 황기욱은 수비 능력에서라면 흠을 잡기 어렵다. 패스 길목을 예측하는 능력, 마지막까지 따라가 파울 없이 끊어내는 투쟁심, 그 외 힘과 타점 등. 갖고 있는 게 상당히 많다. 무엇보다도 튀는 대신 묵묵히 숙일 줄 아는 자원이다. 같은 위치에 놓일 고려대 박종원과의 비교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앙 수비에서는 김민재. 본인 등 뒤로 골키퍼만을 남겨놓은 최종 수비수는 고민이 깊다. '앞으로 나와 먼저 끊어야 할지', '뒤에 남아 기다리면서 싸울지'. 판단 실수 하나에 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190cm에 달하는 육중한 체격치고는 제법 날렵하다. 본인이 언제 앞으로 튀어 나가 상대 공격을 잘라낼지에 대한 감각이 정말 좋다. 높이 싸움은 말할 것도 없다. 황기욱과 김민재가 버티는 연대 수비진영으로 볼을 띄워서는 좀처럼 루트 찾기가 어려울 터다.

단, 최전방에서 비벼줄 자원은 살짝 약하다. 1학년 유정완이 돋보이나 신체도, 플레이도 여물 수 있는 1~2년 후가 더 기대되는 자원이다. 묵직한 선배 스트라이커와 발을 맞췄다면 더 좋았으리란 아쉬움도 남는다. 김도혁(현 인천)과 짝맞춰 중앙에서 뛰던 최영훈이 최전방으로 올라섰지만 온전치 않다. 김기수도 역할을 120% 수행해내진 못했다. 1학년 이근호는 지난 4강전에서 팔을 다쳐 몸이 불완전한 상태다.

신 감독이 신입생 위주로 팀을 꾸려왔기에 조직에 어느 정도 힘도 붙었다. 단, 결정적인 고비를 넘느냐는 별개 문제다. U리그에서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에 발목을 잡혔듯. 지난 4강 건국대전에서 3-0으로 앞서다 3-2로 추격당했듯. 이럴수록 고학년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최준기는 수비력을 바탕으로 라인을 리딩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김철연은 조커로 활용해 상대 뒷공간을 터는 데 유용한 카드. 그 외 이수정, 김지훈, 조평원, 이세윤 등이 곳곳에서 힘을 보탠다.



:: 고대는 부지런하다. 개성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기동력을 바탕으로 단단한 경기를 한다. 로테이션을 가미하며 선수단을 싱싱하게 유지해왔기에 그 힘은 더 할 것이다. 연대는 부드럽다. 잘 짜인 조직 가운데 경기를 뒤집을 개인 능력들이 있다. 1학년 주축의 운영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붙어봐야 안다. 9월 정기전을 앞둔 이번 결승전은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많다. 경기는 2시에 킥오프하며, 중계는 2시 반부터 KBS1 채널을 탄다.

사진=홍의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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