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 인포] 잉글랜드의 21c 메이저대회 잔혹사, 마침표 찍을까
입력 : 2015.10.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잉글랜드가 유럽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세겼다. 잉글랜드는 리투아니아와의 유로 2016 조별 예선 10차전 경기에서 3-0승리를 거두며 10전 10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잉글랜드가 최초로 이룬 업적은 아니지만 그들은 ‘대업’을 달성하며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파죽지세’의 잉글랜드지만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원인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최근 잉글랜드는 메이저 대회 본선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잉글랜드의 메이저대회 성적은 더욱 참담하다. 그들은 유로 2000 8강 진출 실패부터 가장 가깝게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까지 21세기에 축하 할만한 '기념비'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짊어 질 주역들의 등장

지금은 무미건조한 느낌을 주지만 잉글랜드에게도 화려한 멤버를 보유했던 시절이 있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그들은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게 덜미를 잡히며 눈물을 삼켰지만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들을 발굴했다.

'원더 보이' 마이클 오언과 '황금의 오른발' 데이비드 베컴이 그 주인공이다. 오언은 믿기지 않는 기동력과 탁월한 골 결정력으로 단순에 스타로 급부상 했으며 데이비드 베컴은 전매특허인 크로스와 성실한 활동량으로 잉글랜드의 16강행에 일조했다.

다만, 베컴은 16강 아르헨티나 전에서 디에고 시메오네에게 범한 경솔한 파울로 퇴장을 당해 팀의 8강행을 무산시킨 '원흉'으로 지목됐으며 이 사건은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몇 안 되는 흠 중 '하나'다.


21세기와 함께 등장한 ‘황금세대’

2000년의 시작과 함께 잉글랜드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앨런 시어러, 테디 셰링엄 등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들의 시대는 자연스레 저물었고 폴 스콜스라는 '중심'을 필두로 베컴, 오언, 에밀 헤스키, 게리 네빌 등이 선배들의 자리를 대체하며 팀의 중심을 잡기시작했다.

이들과 함께 다재다능한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 탁월한 득점 감각을 보유한 프랭크 램파드 등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수비진 역시 이름만 들어도 화려하다. 대형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 대인 마크의 황제 애슐리 콜, 성실한 존 테리 등 곳곳에 유능한 선수들이 포진했다.

지금 잉글랜드를 이끄는 리더 웨인 루니도 황금 세대의 막내 격에 속한다. 그는 ‘축구신동’의 칭호를 받으며 유로 2004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또한 '제2의 폴 게스코인'으로 불렸던 조 콜 역시 '황금 세대'의 일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불협화음' 속 이어진 부진

하지만 이들이 이룬 성과는 초라하다. 잉글랜드는 유로 2000에서 본선에 진출했지만 포르투갈과 루마니아에 본선 조별라운드를 뚫어 내지 못했다.

그들은 '절치부심'하며 2002 한일월드컵을 준비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당시 대회 우승팀이었던 브라질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나 1-2 패배를 당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유로 2004와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고비마다 '난적' 포르투갈에게 연속으로 덜미를 잡혔다.

그들은 결국 유로 2008에서는 조별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본선 무대에 나서지도 못하며 선수들은 집에서 대회를 관람해야하는 '굴욕'을 맛봐야했다.

같은 해인 2008년에 열린 유럽 축구 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에 도전했던 팀 '둘'이 모두 잉글랜드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라는 점은 잉글랜드 축구의 '양면성'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했다.

잉글랜드가 메이저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원인은 매번 유사했다. 구성원 면면은 화려하지만 조합과 호흡에 문제를 드러냈으며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시먼이 은퇴한 2002년 이후 잉글랜드에게 믿음직한 골키퍼가 없었다는 점도 이들의 부진에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제라드와 램파드의 은퇴... '황금세대'의 '종말'

베컴과 오언의 은퇴, 이유는 다르지만 테리 역시 국가대표를 떠났고 스콜스는 진작 포지션에 불만을 품고 2004년을 끝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했다. '황금 세대'라 불렸던 선수들은 기량하락과 노쇠화로 인해 서서히 막을 내려갔다.

제라드와 램파드 정도가 건재함을 과시하며 묵묵히 황금 세대의 몇 안되는 멤버로 후배들을 이끌었지만 결국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었다. 두 잉글랜드 축구 영웅의 국가 대표 은퇴는 말 그대로 '황금세대'의 종말을 상징했다.


새로운 세대를 이끄는 루니

한 세대가 저물었고 또 다시 한 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의 행보를 보고 판단하건데 잉글랜드의 세대교체는 성공적이라고 평할 만하다. 요소요소에 재능과 패기 넘치는 선수들이 즐비해 있다. 물론, 선배들의 이름값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황금 세대'의 막내 루니가 이젠 어엿한 팀의 리더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잉글랜드 21세기의 과거와 미래를 잇고 있는 루니가 후배들을 훌륭히 통솔해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메이저대회에서 호성적을 이끌 수 있을까? 흘러간 시간만큼 그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더불어, 지금 잉글랜드 대표팀이 내년 유로 2016에서 선배들의 업적을 뛰어 넘는 결과를 창출해 ‘축구종가’의 위신을 세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내년 대회가 보여 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기획편집팀 김다솔 기자
그래픽= 김다솔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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