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포커스] '100승 눈 앞' 황선홍이 일군 98승 파노라마
입력 : 2015.11.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남은 수원전도, 서울전도 꼭 이기고 싶다. 포항에서 98승을 했는데, 100승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머지 두 경기 모두 베스트 멤버로 임할 생각이다."

지난 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성남전. 맹공을 퍼붓고도 무득점에 그친 황선홍 포항 감독은 깊이 아쉬워했다. 승점 1점을 추가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은 확정했으나, 직행을 위해선 2위가 필요했다.

황선홍 감독은 여기에 목표를 하나 더 걸었다. 포항에서 일군 K리그 98승에 2승을 더 얹어 100승을 채우고 싶다는 것. 성남전을 0-0으로 비긴 탓에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가능하다. 덕분에 선수단 집중도는 한결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포항 관계자는 "2위 사수와 함께 스승의 100승 바람을 이루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며 팀 분위기를 전했다.

포항에서의 100승을 꿈꾸는 황선홍 감독. 마지막을 화려히 장식하려는 제자. 유종의 미를 욕심내는 이들의 지난날을 돌아본다.


▲ 황새, 포항에서 처음 비상하다 | 2011년 3월 13일 전남전

2010년 연말, 포항에 둥지를 튼 황선홍 감독. 스틸야드 데뷔전에서 성남과 비기며 신태용 감독으로부터 "첫 경기는 원래 힘들다"고 위로를 받은 황선홍 감독은 승리 본색을 제대로 드러냈다. 다음 라운드 상대 전남을 잡고 화끈하게 3연승을 내달렸다.

전남은 황선홍 감독에게 각별한 팀이었다. 부산을 거쳐 포항에 부임하기 전, 전남에서 2군 코치부터 시작해 지도자 경험치를 쌓았다. 포항에서 맞는 전남전은 부산에서의 그것과는 달랐다. 제철가 더비를 두고 묘한 긴장감이 돌았고, 때마침 '드래곤 던전'으로 불리던 광양전용구장에는 1만 9.000여 팬이 빼곡히 들어찼다.

전반전은 양 팀 모두 지지부진했다. 전남이 슈팅 1개에 그친 동안, 포항도 3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공방전을 벌였어도 진전이 없었다. 후반 들어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후반 33분 터진 아사모아의 결승 골로 방점을 찍었다. 서브로 기용했던 노병준이 골을 도우며 황선홍 감독의 포항 데뷔승에 일조했다.

▲ 팀 통산 400승을 쌓아올리다 | 2012년 3월 25일 상주전

포항은 K리그의 '역사 제조기'다. 각종 기록은 죄다 차지하며, 1973년 팀 창단의 위엄을 자랑했다. 프로 축구 출범 이래 476승 346무 342패를 남긴 포항은 승점 1,657점, 득점 1,565점, 도움 1,082개를 올렸다.

늘 순탄했던 건 아니다. 통산 400승 고지 앞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2012년 ACL을 병행했던 포항은 시즌 초반부터 로테이션을 감행해야 했다. 그 가운데 리그 성적이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2012시즌 개막전 동해안 더비에서 0-1로 패했고 광주, 부산과 연달아 비겼다.

4라운드 상주전에는 아예 지쿠, 노병준 등을 벤치에 앉힌 채 경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오히려 활력이 돌았다. 중원을 압도했고, 쉼 없이 슈팅을 쏟아냈다. 25개 슈팅을 가하고도 1-1 무승부에 그칠 뻔했던 포항은 후반 31분 교체 투입된 지쿠가 인저리 타임 극적인 골을 뽑아내며 마의 아홉수를 탈출했다.


▲ K리그 클래식-FA컵 동시 석권의 역사를 쓰다 | 2013년 12월 1일 울산전

2013시즌 최종전, 울산과 포항의 격돌. 지금껏 그 어떤 동해안 더비도 정규리그 우승컵을 두고 벌어진 적 없었다. 역대에 남을 승부를 예고했던 두 팀은 경기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울산은 김신욱과 하피냐가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지만, 여전히 승점 2점을 앞섰다. 지지만 않으면 '이천수 시절' 이후 7년 만의 리그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94분까지도 두 팀의 스코어는 0-0. 징계 탓에 관중석에서 머물던 김신욱 역시 자축을 위해 피치로 내려왔다. 그러던 중 포항의 마지막 프리킥에서 명암이 갈렸다. 정면으로 다소 완만하게 날아간 볼에 양 팀 선수들이 엉겨 붙기 시작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리저리 튄 볼은 마지막 김원일에게 걸려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과 FA컵을 동시에 거머쥔 전례 없는 역사를 썼다.

▲ 8년 묵은 상암 징크스를 깨다 | 2014년 4월 20일 서울전

포항은 2006년 8월 30일 이후 서울 원정에서 승리를 얻지 못했다. 그 횟수가 11회에 달했으니 '상암 징크스'란 표현도 무리는 아니었다. 파리아스 감독, 레모스 감독, 박창현 대행 모두 극복하지 못했던 8년 차 징크스는 황 감독이 부임 3년 만에 직접 깼다.

주중 오사카 원정을 치른 포항의 이동 거리는 1,500km. 호주 샌트럴코스트까지 8,300km를 날아갔다 온 서울보다는 그 처지가 나았다. 하지만 경고 누적으로 팀 핵심 이명주가 빠지는 악재를 맞았다. 해결사는 김승대였다. 고무열, 손준호 모두 조금씩 아쉬웠던 가운데, 제로톱으로 임한 김승대가 김재성과의 원투 패스를 통해 직접 해결했다.

▲ 남은 2승을 채우기 위해 | 2015년 11월 22일 수원전, 29일 서울전

포항의 애초 목표는 ACL 출전권 획득이었다. 이를 달성하자 황선홍 감독은 2위 도약을 요구했다. 이마저도 가시권 안에 들어오자, 본인의 팀 부임 후 100승을 새로운 목적지로 설정해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했다.

표적도 2장, 총알도 2발 남았다. 한 발이라도 빗나가면 100승 금자탑은 이뤄질 수 없다. 포항은 22일 수원 원정, 29일 서울 홈 경기를 통해 황선홍 감독과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꾼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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