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본선행 정정용호, '전승+22골'에 취하지 말았으면
입력 : 2017.11.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파주] 홍의택 기자= 숫자가 말한다. 4전 전승, 22득점 무실점. 1차 목표 달성이다. 다만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대목도 곱씹어보면 어떨까 한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18 대표팀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을 가뿐하게 통과했다.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말레이시아를 연파하며 조 1위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정용 감독은 지난해 이스라엘 대회부터 3월 경주 소집 훈련, 5월 파주 소집 훈련, 7월 목포 소집 훈련 등을 거쳐 왔다. 고등리그 왕중왕전 등 중간중간 열린 연령대 전국대회도 꾸준히 살폈다. 대회 안내 책자를 쥐고 나타난 정정용 감독을 현장서 마주치길 여러 번이다. 직접 발로 뛰며 체크했다. 현 대표팀 인원들 또한 그렇게 선발했다.

U-19 챔피언십 예선이 다가오자 더 바짝 조였다. 9월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 전후로 대학 및 프로팀과의 연습 경기를 잡았다. 출국 직전까지도 조금은 불만족스러웠다. 정정용 감독은 용인대와 맞붙었던 날 "지금껏 치른 경기 중 최악"이라고 질책하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말라가에서도 긴장을 이어갔다. 멕시코 U-17, 코스타리카 U-17, 말라가 U-19 등과 격돌하며 합을 맞췄다. 귀국 뒤에는 부산 아이파크, 동국대, 용인대 등과 겨뤘다. 조금 더 높은 연령대와 싸웠고, 내성을 길렀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경험이었다.




이윽고 실전. 객관적 전력상 몇 수는 앞섰으나, 바짝 웅크린 상대를 풀어헤치는 게 만만찮았다. 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출신 정정용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최근 떠오르는 동남아 축구의 상승곡선을 쭉 지켜봐 온 그는 지난 7월 U-22 대표팀 임시 감독 당시 동티모르와 0-0으로 비기며 이를 체감했다.

그래서 더 신경 썼다. 혹여나 발생할 사고를 철저하게 대비했다. 1차전 브루나이전은 연막이었다. 그간 출전 시간을 많이 얻지 못한 이들을 대거 내세웠다. 결과는 11-0 대승. 상대적으로 음지에서 땀 흘리는 시간이 길었던 이들이 제 역할을 해줬다. 덕분에 팀 전체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차전 인도네시아전은 조금은 정신없이 보냈다. 대규모 원정 응원단이 와 혼을 빼놨다. 현 대표팀 선수 대부분 이런 경험이 드물었다. 상대 공격수의 빠른 발에 당황한 적도 있으나, 이 역시 4-0으로 잡았다. 엄원상이 터뜨린 선제골이 적중했다. 기세를 몰아 동티모르전, 말레이시아전까지 각각 4-0, 3-0으로 승리했다.

딱 여기까지다. 개개인 퍼포먼스가 몇 차례 번뜩이기는 했다. 이를 지켜본 여론이나 축구팬도 들썩였다. 단, 엄정히 말해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된다. 참고 자료로 삼기에도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 체격은 물론 볼 차는 스킬마저 떨어지는 상대를 완파했다고 비행기 태울 일은 아니란 것이다.




안정적 승리를 우선 과제로 삼은 대회였다. 제3자 입장(이라 현실과 동떨어질지도 모른다)에서는 조금 더 욕심도 났다. 결과를 잡되, 동시에 U-19 챔피언십, U-20 월드컵, 더 나아가 이 선수들이 앞으로 쭉 해나가야 할 축구를 예행했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란 생각도 함께 스쳤다.

구체적으로 경기 내용 면에서의 아쉬움. 득점에도 과정이 있어야 하는 나잇대다. 특히 이번 대회 상대 레벨을 고려했을 때, 우당탕 들어가는 골은 딱히 의미가 없다. 며칠 기분 좋고 만다. 흥이 오를 수 있으나, 더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땐 그 자신감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날이 머잖아 밀려온다.

가령 최후방에서 풀어나가는 빌드업, 미드필더진에서 택한 패스의 성격(방향 및 길이),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작업 등. 당장 잘 안 되더라도 계속 시도하면서 익숙해지고, 그렇게 자신들만의 색깔을 채워나갈 대목이다. 흔히 축구 선진국이 추구한다는 일련의 형태를 추종할 필요는 없어도, 어느 정도는 추후 발전의 폭까지 고려해야 한다.

난도는 계속 올라간다. 다음은 아시아 선발팀이 모이고, 그다음은 전 세계 선발팀이 몰려든다. 조급한 마음에 길게 때려 넣는 공격을 얼마나 장담할 수 있을지, 적절한 전환 없이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가는 공격이 얼마나 먹혀들지 등은 되짚어볼 만하다.




정정용 감독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대회 기간 자주 꺼냈던 말이 "네 팀 다 내려서서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였다. 수비적으로 웅크리면서 발 빠른 공격수까지 보유한 팀을 상대했다. 미드필더 플레이로 세밀한 내용을 연출하기 쉽진 않았을 터다. 잘릴 경우 맞게 될 역습의 부담도 상당하다.

이어 내려놓은 진단은 "보시다시피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면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발전하기 위해 많이 부딪혀봐야 한다"던 그는 "중동이든, 유럽이든 기회만 된다면 국제대회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100% 완벽하지는 않았다. 또 다른 로드맵으로 본선을 준비하겠다"고 앞날을 논했다.

국내 정상급 선수들만 모아놨다 해도 아직 어린 구석이 있다. 관록이 붙어 개선될 여지는 존재하나, 경기를 읽고 해결해나갈 응용 능력은 의식적으로라도 길러나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여러 대회를 통해 계속해서 만드는 작업이 병행되리라 믿는다.

직접 뛰는 이들 역시 '4전 전승, 22골' 결과에 속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해당 연령대를 꾸준히 추적해 왔다. 2014년도, 2016년도 예선을 못 넘었다. 아시아 문턱 통과가 정말 어려워졌다. 도취하면 그대로 고꾸라진다. 이번 대회 잘 마무리했으니 다음에는 더 갈구하고 더 달려들었으면.

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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