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핫피플] 故 조진호의 '예지력'과 김문환의 '전략적 선택'
입력 : 2018.08.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스승이 길을 제시했고, 제자가 착실히 따른 결과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에 다다랐다. 금메달까지 아직 3경기를 더 이겨야 하지만, 16강에서 난적 이란을 제압하면서 흐름을 제대로 탔다.

김 감독이 팀을 맡은 건 반년에 불과하다. 총 세 차례 소집 훈련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손흥민을 필두로 한 공격진, 준수한 자원이 즐비한 미드필더진은 딱히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측면 수비수는 달랐다. "사이드백이 없네 없어. 기존 애들로 만들어야 하는데"라며 한숨 쉬던 그다.

테스트를 거듭하면서 나온 인물이 김문환. 오른쪽 자리를 꿰찼다. 김 감독 우려가 무색했다. 이란전 말미로 갈수록 대표팀은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집중력이 떨어져 상대 대시를 놓치는 장면도 발생했다. 이를 끝까지 따라가 제지하던 게 김문환이다. 공격수 출신인 만큼 한 방 해줬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공수에 걸친 헌신만으로도 충분했다.




과거 김문환은 훨씬 앞쪽에 포진됐다. 중앙대 시절 공격 진영에서 프리롤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순수 측면보다는 왕성하게 활동하며 여기저기 관여하는 타입이었다. 상단 사진은 2년 전 촬영한 것. 중앙대 조유민(현 수원FC. 중앙대 시절 최전방, 최후방, 중원 두루 소화했다)과 팀 화력을 책임지다 둘 모두 수비 자원으로 아시안게임 명단에 든 건 또 다른 흥밋거리다.

중앙대 3학년생 김문환은 부산 아이파크와 계약하며 이듬해 프로로 진출한다. 물론 녹록지 않았다. 대학 무대에서 날았던 이들도 프로의 대찬 바람에 휘청하기 마련이다. 차근차근 한 발씩 나아가도, 취약 포지션이 아닌 이상 기존 자원과 경쟁 구도가 유리하지만은 않다. 김문환 역시 한 발 뒤에서 출발한 도전자 입장이었다.

그러던 중 故 조진호 부산 감독이 제안한다. "문환이 측면 수비수로 바꿔봐". 승산이 높지 않다면 방향을 돌려 승부수를 띄우는 것도 방법이다. 때로는 이런 결단이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한다. 김문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FA컵 등을 기점으로 새로운 옷을 입어보기 시작했다. "팀 내 포지션 경쟁도 경쟁이지만, 아시안게임도 같이 노렸거든요. 이 연령대 괜찮은 측면 수비수가 없으니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어요"라는 게 선수 측근의 설명이다.

공격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수비를 한다. 몸에 밴 습관에 몇 번이고 발목을 잡힌다. 가령 측면 공격수 출신 측면 수비수는 자꾸 앞으로 튀어 나가곤 한다. 상대 공격에 맞서 나아갈지 기다릴지 재는 타이밍 판단이 흐린 경우들이 있다. 오버래핑으로 공헌할 바도 많겠으나, 수비적인 불안함이 더 치명적이다.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상대를 절묘하게 막아서는 감각이 따르지 않으면 절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선수 본인이 워낙 성실하게 따라가며 성장했다. 보통 공격수로서 자존심이나 성향 탓에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데, 조진호 감독의 예지력과 김문환의 전략적 선택이 또 다른 영역을 개척했다. 1980년대생이 즐비한 현 국가대표팀 측면 수비 자원. 지금처럼 밀고 나가는 것도 김문환에겐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 될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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