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외야' 롯데, 민병헌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
입력 : 2019.05.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는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0-7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공동 8위였던 삼성이 KT에 승리를 거둬 롯데는 9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키움 선발 요키시를 상대로 3안타에 그친 타선의 침묵이 1차적인 패배 원인이었다. 그러나 타선보다 더 아쉬웠던 점은 에이스 레일리를 도와주지 못한 외야진의 엉성한 수비였다.

롯데 외야수비는 1회부터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키움 선두타자 서건창의 타구가 좌익수 방향으로 뻗었다. 좌익수 전준우는 공을 끝까지 쫓아가 점프캐치를 시도했다. 의욕이 넘쳤던 전준우가 공을 잡지 못하고 펜스와 충돌한 사이 서건창은 2루를 돌아 3루를 향했다. 안정적인 펜스플레이를 했다면 3루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2회는 우익수 손아섭과 중견수 허일의 차례였다. 1사 1, 3루 위기서 박동원의 타구가 우중간을 향했다. 손아섭은 바운드된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막으려했지만 공은 오히려 글러브를 맞고 방향이 꺾였다. 허일이 백업을 시도했지만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뒤로 흘려버렸다.

롯데 외야진이 허둥대는 사이 1루 주자 임병욱까지 홈을 밟았다. 행운의 3루타를 친 박동원은 다음 타자 이지영의 우익수 앞 짧은 안타 때 여유있게 득점을 올렸다. 2회까지 레일리가 내준 4점은 모두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회 말 김하성이 친 타구가 가운데 담장을 맞고 튀어나왔고 중견수 허일은 글러브가 아닌 맨손을 내밀어 캐치를 시도했다. 허일이 한 번에 공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사이 김하성은 3루까지 내달렸다. 허일의 실책으로 3루 진루에 성공한 김하성은 샌즈의 땅볼 타구 때 홈을 밟았다.

이날 경기서 유일하게 기록된 롯데의 실책은 1개(7회 허일)였다. 전준우, 손아섭의 아쉬운 수비는 모두 3루 진루와 득점으로 이어졌지만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롯데 외야진이 흔들린 건 이 경기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롯데 외야진의 타구처리율은 35.3%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 두산(45.5%)과는 10%이상 차이가 난다. 외야수 실책 수도 7개로 최다 공동 1위 KT, NC(10개)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흔들리는 롯데 외야의 가장 큰 문제는 중견수다. 올 시즌 중견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정훈(142.2이닝)은 원래 전문 외야수가 아니다. 2016시즌까지 주전 2루수였던 정훈은 포지션 경쟁에서 밀린 뒤 외야수로 전향했고 지난 2시즌(2017~2018) 동안 중견수로 단 155이닝만을 소화했다.

최근 괜찮은 타격감으로 출장기회를 늘리고 있는 허일은 정훈보다 더 경험이 부족하다. 주포지션은 3루수였고 본격적으로 외야수업을 받은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코너 외야수로 경험을 쌓기 시작한 허일은 올해 처음으로 중견수를 경험했다. 수비력 좋은 선수들도 쉽지 않은 중견수를 코너 외야수 수비력조차 증명되지 않은 선수에게 맡긴 것이 애초에 문제였다.

현재 민병헌의 재활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계획대로면 다음주부터 2군 경기를 소화하고 그 다음주면 1군에 올라올 예정이다.

부상 전까지 민병헌은 중견수로 89.1이닝을 소화, 타구처리율 52.5%를 기록하고 있었다. 샘플사이즈는 적지만 현재 리그 중견수 중 가장 타구처리율이 좋은 박해민이 51.2%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민병헌은 올 시즌 11경기서 타율 0.444의 맹타를 휘둘렀다. 부상을 입기 하루 전인 4월 3일 SK전서 생애 첫 5안타를 기록했다. 생애 최고의 경기를 더욱 빛내줬던 건 안정적인 수비였다. SK 타자들이 외야로 보낸 타구들은 여지없이 민병헌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롯데 외야에 필요한 건 바로 이런 모습이다. 외야수비의 중심을 잡아줄 전문 중견수의 복귀가 간절한 상황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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