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아시안컵 잊었나? 벤투의 선수 기용, 이 정도면 아집
입력 : 2019.06.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이현민 기자= 단 석 장.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호주전에서 꺼낸 교체 카드다. 마치 국제대회에 나선 것처럼, 호주전 모양새가 그랬다.

한국은 7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후반 31분에 터진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5만 이상 관중이 열띤 성원을 보냈고, 선수들도 국가대표답게 멋진 플레이로 화답했다. 이런 기분 좋은 승리에도 옥에 티가 있었다. 바로 벤투 감독의 선수 기용이다.

벤투 감독은 호주를 상대로 스리백을 가동했다. 짧은 패스와 긴 패스를 접목 시켜, 좌우 윙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시나리오였다. 전방에 큰 선수가 아닌 손흥민과 황희찬을 둔 이유다. 짧게 썰어가면서 배후를 파고들고. 사실, 전반 초반부터 후반 중반까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반에 슈팅 0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벤투 감독은 후반 중반 황의조, 홍철, 나상호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교체로 들어간 홍철과 황의조가 골을 합작했으니. 이후 힘을 받았고, 세차게 상대를 몰아쳤다. 막판 견고한 수비가 더해지면서 원하는 승리를 챙겼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호주전에서 스리백을 가동한 건 최적화된 시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는 9월부터 월드컵 예선이 있다. 지난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평가전에서 한 차례 가동한 적 있다. 앞으로 전술적 가치를 더하고 다양성을 위해 꺼낸 카드다. 개선할 점은 있다. 옵션을 가져가면서 좋은 경기를 했다. 상대하는 팀에 따라 전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스리백, 괜찮았다. 교체도 적중했다. 게다가 결과까지 챙겼으니 더더욱. 칭찬할 건 해줘야 한다.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변화를 통해 발전 가능성을 엿봤으니 합격점이다.

문제는 선수 기용이다. 또, 왜 하필 이 시기에 스리백을 가동했느냐다. 벤투 감독은 최적의 시기라고 했지만, 의문이다. 결국, 새롭게 승선하거나 기존 애매한 자원들은 쓰지 않겠다는 건가.

통상 감독들은 각 포지션마다 핵심 선수들을 배치한 후 일부 선수를 투입해 작은 변화를 가져간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부임한 후 쓰는 선수만 쓴다. 호주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 중 새 얼굴은 아무도 없다. 교체로 들어온 이들도 마찬가지다.

앞선 3월 26일 콜롬비아전에서 교체 카드는 세 장에 그쳤다. 권창훈, 나상호, 권경원. 그나마 3월 22일 볼리비아전은 낫다. 황의조, 이승우, 이청용, 이진현. 그래도 네 장이다. 선발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할 정도다.

벤투 감독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지도자로 순탄치 않았던 그는 도전하고 증명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러니 기본 뼈대를 구축한 후 자기 스타일(지배하는 축구)에 맞게끔 살을 입히고 있다.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특정 선수에 의존하고 있다. 손흥민, 손흥민, 손흥민.



물론 이런 선수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복 받은 거다. 쓰는 게 당연하다. 안타까운 건 본인이 힘들어도 어떻게 힘들다고 말을 하겠는가. 국가대표라는 무게와 기대치가 있는데.

실제 아시안컵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한국은 손흥민이 빠져 고전했다. 중국전에서 효과를 봤지만, 바레인과 16강, 카타르와 8강에서는 이마저 안 통했다. 언제까지 손흥민에게 의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만약, 없으면 선수 기용과 전략으로 타개해야 한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부상당한 기성용의 대안도 못 찾았다. 왼쪽 수비수의 경우 김진수, 홍철 모두 몸에 대회 직전, 내내 이상 신호를 보냈다. 이 때문에 제 기량을 펼칠 수 없었다. 만약, 박주호가 승선했다면 어느 정도 해답이 될 수 있었다. 이유는 미드필더와 측면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야 하는 자리다. 그렇지만, 항상 완벽하고 승리가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착오적인 발상이다. 평가전은 평가전 일뿐이다. 특정 선수를 기용하라, 이러쿵저러쿵 해서도 안 된다.

이대 로면 이란전에서 큰 변화는 어렵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올리고, 국민들에게 달콤한 승리를 선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선수기용 방식은 고집을 넘어선 아집이다.

본인이 언급했듯 4년 플랜 중 준비 과정으로 길게 내다봐야 한다. 행여나 일부 선수들은 소집 되더라도 출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할 수 있다. 축구에 정신적인 면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런 틀을 감독 스스로 깨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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