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문경찬의 심기일전…이런 마무리 또 없습니다
입력 : 2019.06.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김현세 인턴기자= 처음이자 마지막 공이었다. 전세를 뒤바꾼 그 공 하나에 만 스물여섯의 청년은 무언가 느낀 듯했다. 그리고 이튿날, 전광판에는 ‘149’라는 숫자가 찍혔다.

KIA 타이거즈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1점 차 아슬아슬했던 승부가 이어진 9회말, 벤치는 망설임 없이 문경찬을 택했다. 그리고 문경찬은 보란 듯이 세이브를 따냈다. 전날 끝내기 안타를 내준 사실조차 없던 것처럼 말이다.

문경찬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스트라이크존의 경계를 집중 공략했다. 피하지 않았다. 곧바로 채은성과 오지환을 땅볼로 요리했고, 아웃카운트는 빠른 속도로 쌓였다. 이날 중계를 맡은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스피드건에는 143㎞/h가 찍혔는데, 내 눈에는 150㎞/h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묵직하고 자신감 있는 투구가 돋보였다.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문경찬은 대타 서상우와 7구째까지 가는 승부 끝에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도망가는 법은 없었다. 대주자 신민재가 도루까지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위기에 몰렸지만 문경찬은 후속타자 유강남을 낮은 코스의 공으로 자신 있게 상대했다. 결국 땅볼을 유도해냈고, 김선빈의 노련한 수비까지 어우러져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날 대타 서상우를 상대할 때는 무려 149㎞/h가 전광판에 찍혔다. 자신의 평균 구속인 139.2㎞/h보다 약 10㎞/h 빠른 공이었다. 문경찬은 이날 중계 직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어제는 상대 작전을 막는 데 신경 쓰다 보니 공을 강하게 던지지 못했다. 그것이 결국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더 강하게 던지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루 사이에 심기일전한 것이다.

문경찬은 KBO리그를 통틀어도 내로라할 만한 마무리다. 지난 4월부터 이어온 0의 행진은 벌써 22경기째. 주 무기인 자신감과 제구력을 앞세운 결과, 볼넷 하나당 탈삼진 비율(K/BB)이 6.00에 이른다(스탯티즈 기준). 이는 규정 이닝의 30%를 채운 선수 중 조상우(키움‧6.60)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평균자책점(0.96)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0.96) 모두 빠지는 곳이 없다. 잠재력이 비로소 터진 모양새다.

문경찬은 앞선 인터뷰에서 “나는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 등판한다. 내가 지켜야 승리할 수 있고, 그래야 팬들과 팀 모두 좋은 것 아니겠나. 그래서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껏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덕분에 KIA는 지키는 야구가 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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