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사기충천' 화성FC 훈련장 ''연봉 총액 2억원, 팀 버스도 없지만...우린 살아있다''
입력 : 2019.09.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화성] 서재원 기자= "수원삼성을 어떻게 꺾었냐고요? 우리는 하던 대로 했을 뿐이에요. 다만 이 팀에 모인 선수들은 각자 다른 사연으로 실패를 경험한 친구들이죠.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간절함이 화성FC를 여기까지 올려놓은 것 같아요."

화성은 지난 18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4강 1차전에서 수원을 1-0으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화성은 수원의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결승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화성의 돌풍이 수원마저 꺾을 줄은 몰랐다. 사실 4강까지 오른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64강에서 2부리그 안산그리너스를 꺾었을 땐, 잠깐의 바람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8강에서 또 다른 K리그1 팀 경남FC를 2-1로 누르며 4강에 올랐고, 4강 1차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수원을 잡았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돌풍 그 이상이었다.

모두가 화성의 행보를 두고 '기적'이라 말한다. 객관적인 수치만 비교해도 비현실적인 일이다. 이미 수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화성 선수단의 지난해 연봉 총액은 2억원이다. 운영비는 12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선수단 연봉과 운영비가 다소 상승했다곤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반면 수원의 지난해 공시된 연봉은 80억원 가량이다. 운영비는 200억 중반대로 추정된다.



화성의 사정은 그나마 다른 K3리그 팀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하지만 수원 등 프로 팀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적은 액수다. 지난 25일 화성에서 만난 김학철 감독도 "선수들은 방 3개짜리 빌라에서 6~7명씩 모여 살고 있다. 아직까지 선수단 버스도 없어, 훈련 때도 선수들 개인차량으로 각자 이동한다. 그래도 K3리그 내에선 환경적으로는 제일 괜찮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프로 팀이라면, 열악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약 40배의 연봉 차이와 여러 상대적 악조건을 뒤집을 수 있는 힘. 김학철 감독은 기적의 비결을 간절함이라 말했다. 그는 "수원전에 맞춰 준비는 했지만, 우리가 하던 대로 경기를 했다. 간절함의 차이였던 것 같다. 이 팀에 모여 있는 선수들 대부분 소외 받거나, 프로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이다. 사연 있는 선수들이다.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성의 기적에는 3명으로 구성된 프런트의 열정도 한몫했다. 내년 법인화를 통해 독립하긴 하지만, 현재는 화성시 체육회 소속이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한 명이 여러 일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취재차 사무국을 찾았을 때도, 전정민 팀장의 휴대폰은 전화벨이 끊이지 않았다. 김학철 감독과 인터뷰 도중에도 전 팀장을 포함한 3명의 직원 모두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10월에 예정된 스리랑카와 월드컵 2차예선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정민 팀장을 포함, 프런트 3명의 열정은 웬만한 프로구단에 뒤쳐지지 않았다. 화성 창단 후 가장 큰 홈경기였던 수원과 FA컵 1차전도 이들의 일당백 활약으로 성공적으로 치렀다. 모처럼 찾는 기자들을 위해 VIP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뷔페도 마련했다. 프로 팀에서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들이 이 한경기를 위해서 얼마나 발로 뛰어다녔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전 팀장 이하 직원들은 수원전이 끝나고 자정이 지난, 새벽 1시에야 퇴근을 했다고 한다. 경기장 정리를 용역 업체에 맡기긴 했지만, 보다 빠른 퇴근을 돕기 위함이었다.

전정민 팀장은 "우리들의 꿈은 그다지 크지 않다. 화성이라는 팀이 조금이나마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1차전 이후 쏟아지는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보람을 느낀다. 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면 열악하지만, 서철모 시장님을 비롯한 화성시에서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계신다. 화성이라는 팀이 더 커질 수 있다면, 더 열심히 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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