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2020 외인 선수, 구단의 선발 기준이 변해가는 이유
입력 : 2020.01.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 KBO 구단의 외국인 타자 영입 방침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KBO의 외국인 선수 인선이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만이 남은 가운데,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총 15명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무대로 진출하게 된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는 10명, 외국인 타자가 5명으로 올해 KBO 구단은 타자보단 투수로 변수를 만드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현재까지 새롭게 영입이 확정된 외국인 타자는 키움 히어로즈의 테일러 모터(30), 삼성 라이온즈의 타일러 살라디노(30), NC 다이노스의 애런 알테어(29), 롯데 자이언츠의 딕슨 마차도(27)다. LG는 류중일 감독이 지난 8일 있었던 인터뷰에서 건강한 1루수를 찾고 있다고 말하면서 KBO의 새 외국인 타자들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출신 3명(모터, 살라디노, 마차도), 포지션 플레이어 2명(알테어, LG 외국인 1루수)으로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

포지션 플레이어는 대체로 한 포지션에서 고정적으로 나오는 선수,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여러 수비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선수를 뜻한다.

지난해 롯데의 카를로스 아수아헤, 제이콥 윌슨, NC 다이노스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정도를 제외하면 15명의 외국인 타자(교체된 선수도 포함) 중 12명이 공격력을 중시한 포지션 플레이어였다. 외국인 타자들은 큰 돈을 들여 보강하는 만큼 수비 능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확실한 타격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새로 영입된 외국인 타자들은 대체로 공격적인 면보다는 수비 다양성 측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들의 미국 성적

키움 테일러 모터

메이저(3년) - 141경기 10홈런 37타점 13도루, 타율 0.191, OPS 0.575
마이너(9년) - 735경기 81홈런 344타점 144도루, 타율 0.258, OPS 0.757
2019년 성적(독립 리그) - 34경기 5홈런 28타점 6도루, 타율 0.282, OPS 0.891

삼성 타일러 살라디노

메이저(5년) - 326경기 19홈런 92타점 28도루, 타율 0.226, OPS 0.608
마이너(9년) - 665경기 62홈런 338타점 129도루, 타율 0.264, OPS 0.771
2019년 성적(AAA) - 79경기 17홈런 64타점 8도루, 타율 0.287, OPS 0.950

롯데 딕슨 마차도

메이저(4년) - 172경기 2홈런 37타점 3도루, 타율 0.227, OPS 0.579
마이너(10년) - 934경기 38홈런 326타점 135도루, 타율 0.247, OPS 0.659
2019년 성적(AAA) - 102경기 17홈런 65타점 0도루, 타율 0.261, OPS 0.851


세 선수의 경우 지난해 호성적이 눈에 띄지만 모터는 일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 평가 받는 독립 리그, 살라디노와 마차도는 미국 내 최고의 타자 친화적인 리그로 평가 받는 PCL에서 기록한 성적이라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반면, 이들의 수비력과 포지션 다양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았다. 모터의 경우 메이저에서도 투수 2경기를 비롯해 코너 외야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10경기 이상 소화했다. 살라디노의 경우도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마차도의 경우 성민규 단장이 인터뷰에서 타격보다는 수비 안정화를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라고 확언할 정도다.

이렇게 구단의 영입 방침이 변화가 찾아온 것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으로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1년 차 선수에 한해 총액 100만 달러의 연봉 상한선을 둔 것이 지적된다. 공정한 경쟁을 이유로 도입된 제도지만 외국인 선수를 도입하는 데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롯데의 성민규 단장이 마차도 영입 인터뷰에서 100만 달러로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다음으로 올해부터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기존 25인에서 26인으로 확대되면서 KBO 진출과 메이저리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외국인들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진 점이 두 번째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트리플 A의 선수들은 한 자리 늘어난 메이저리그 로스터 덕분에 기회가 늘어나게 됐다. 최근 LG의 란젤 라벨로(28) 영입이 무산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차츰 감독 중심의 현장에서 프런트 야구로 옮겨가고 있는 야구계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감독이 중심이 되던 야구에서 벗어나 최근 SK 시절 염경엽 단장, LG의 차명석 단장, 롯데의 성민규 단장 등 단장이 좀 더 주목 받는 프런트 야구가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면서 구단의 분석과 움직임도 복잡해졌다. 외국인 타자에게 막연히 기대하던 장타력과 이름값보다는 팀에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는데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키움의 경우 모터를 지난해 취약 포지션이었던 3루에서 선발로 나설 예정이지만 샌즈가 이탈한 외야도 메울 수 있다. 삼성의 살라디노 또한 3루에서 주로 나서겠지만 지난해 타격에서 OPS 0.720 미만으로 부진했던 이학주, 김상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수비를 가졌다. 마차도는 롯데의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내야 수비의 중심을 잡을 예정이다.

미국에서의 성적은 화려했지만 실망을 준 외국인 선수도 많았다. 반면, 적지 않은 경우지만 좋지 않은 성적임에도 KBO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 또한 있다. 지난해 KT 위즈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멜 로하스 주니어는 KBO로 오기 전까지 마이너리그 837경기에서 홈런 46개, 타율 0.258, OPS 0.701에 불과했다. 한화 이글스에서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제러드 호잉 또한 한국에 오기 전까진 OPS 0.764의 평범한 마이너리거에 불과했다.

또한, 구단들은 영입 인터뷰에서 수비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외국인 타자에게서 타격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이들의 사례와 구단의 노림수는 팬들이 2020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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