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화제 만발' 구자철 리턴즈, 제주의 '남다른' 디테일과 정성이 통했다
입력 : 2022.03.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레전드' 구자철(33)의 K리그 복귀가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의 남다른 '디테일과 정성'이 통했다.

구자철은 제주와 한국축구를 대표하고 사랑하는 선수다. 2010년 제주의 K리그 준우승을 이끌며 두각을 나타냈던 2011년 아시안컵 득점왕까지 차지한 뒤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 주장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주장 완장을 찼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참가했으며 2019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해외무대에서도 오랫동안 많은 족적을 남겼다. 볼프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을 거치며 분데스리가에서만 총 211경기를 소화했고 28골 17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차범근(308경기 98골 5도움)에 이은 한국인 분데스리가 최다 출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후 2019년 8월 알 가라파 SC(카타르)로 이적한 뒤에도 알 코르 SC(카타르)를 거치며 중동무대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구자철의 다음 이정표는 바로 '친정팀' 제주였다. 타 팀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주저없이 제주를 선택했다. 제주가 구자철의 해외진출 후에도 지속적인 교감을 가져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22시즌 선수단 구성을 완료했지만 상징성 뿐 아니라 전력 강화 측면에서 구자철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국내 복귀를 타진했다. 남기일 감독 역시 구단을 통해 구자철과의 연락을 주고 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복귀가 확정되자 제주는 '레전드'에 대한 최고의 예우로 답했다. 오피셜부터 남달랐다. 제주는 '오피셜 맛집'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역 명소 및 랜드마크 배경 '옷피셜 화보'도 제주가 처음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제주도내 주요 명소를 모두 촬영했지만 단 한 곳만은 예외로 뒀다. 바로 '한라산 백록담'이었다. 백록기 대회 유망주가 제주에서 최고의 스타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특히 신인 시절부터 자신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50회 이상 한라산 등반을 했던 구자철은 초심을 되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 제주의 꿈은 현실이 됐다. 구단의 의지를 확인한 구자철도 흔쾌히 한라산 등반을 자처했다. 이를 지켜본 제주 관계자는 "한라산 백록담 옷피셜 사진은 K리그 최초이자 구단의 유일무이한 케이스다. 처음 기획부터 대상은 오로지 구자철만 생각했다. 그만큼 구자철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선수 본인 역시 남다른 애정과 추억이 깃든 장소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좋아해서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구자철의 복귀 인사는 3월 6일(일) 오후 4시30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4라운드 수원FC와의 홈 경기로 결정했다. 제주는 경기에 앞서 언론과 미디어를 위해 복귀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제주의 진심이 엿보였다. 한중길 제주유나이티드 대표이사와 남기일 감독이 함께 동행했고 먼저 공개된 축하영상에는 은사인 박경훈 감독을 비롯해 김은중, 김호준 등 2010년 K리그 준우승의 영광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 '절친' 기성용이 등장했다.

구자철에 대한 존경과 애정은 국경을 가리지 않았다. 아우크스부르크 시절 구자철을 아꼈던 마누엘 바움 감독과 제주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산토스가 축하 영상을 직접 촬영해 보내줬다. 제주는 현재 독일과 브라질에 거주 중인 바움 감독과 산토스에게 직접 연락해 구자철의 제주 복귀를 전하고 동의를 구했다. 특히 산토스가 아직도 소장 중인 제주 유니폼을 입고 축하영상을 찍는 열의까지 보였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구자철의 복귀를 보기 위해 이날 올 시즌 최다 관중인 3,021명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단 입장 통로를 통해 그라운드에 등장한 구자철은 자신의 복귀를 환영하는 관중석을 둘러보며 두 손으로 입을 감싸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제주유나이티드 구자철입니다"라는 구자철의 첫 마디에 팬들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오랫동안 소장했던 구자철의 유니폼을 다시 꺼내 입은 팬들도 많았다.



이에 제주는 추억을 소환하고 새로운 추억을 소장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충격을 줬던 로랑 코시엘니 옷피셜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파급효과는 전혀 달랐다. 킥오프 전에 2010년 준우승 당시 등번호 7번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구자철이 상의를 탈의하자 2022시즌 등번호 42번 유니폼이 등장했다. 42번은 구자철 프로 데뷔 당시 등번호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 입단했을 때 42번을 달았다. 11년 이상 지났지만그 초심을 잊은 적이 없다. 등번호 42번을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전설의 귀환은 K리그 전체가 주목하고 환영했다. 이날 복귀 인사에는 한중길 제주유나이티드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제주 주장 김오규, 수원FC 주장 박주호가 함께 참석해 자리를 빛내줬다. 특히 과거 국가대표팀과 2014년부터 2015년 여름까지 마인츠(독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주호는 구자철과 점프하면서 몸을 서로 부딪히며 격한 환영을 나눴다.



피날레는 구자철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배우 신예은이 함께 했다. 신예은은 구자철의 열성적인 팬으로 유명하다. 과거 인터뷰를 통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2011년 아시안컵 때 구자철 선수가 득점왕이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최근에는 라디오 방송 중 구자철에게 깜짝 생일 축하메시지를 받고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에 제주는 신예은에게 직접 구자철 복귀 소식을 전하고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경기 당일 일정이 잡혀 있던 것.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우연은 인연으로 닿았다. 경기를 이틀 앞두고 예정됐던 일정이 취소됐고 소속사와 조율을 마친 뒤 복귀 무대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신예은은 구자철에게 꽃다발을 직접 전달했고, 구자철은 자신의 등번호와 신예은의 이름이 마킹된 제주 유니폼을 직접 전달했다. '성덕(성공한 덕후)'가 된 신예은은 다음 기회가 된다면 시축까지 약속했다. 제주는 구자철의 복귀와 함께 강력한 12번째 선수까지 영입했다.

구자철과 제주의 진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주는 2022시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구자철 아크릴 키링을 증정했고, 구자철은 경기 시작전 친필 사인 축구공을 관중석을 향해 직접 던져주며 선물했다. 하프타임에는 구자철이 직접 자신의 애장품 추첨행사를 진행했다. 구자철은 직접 경품추첨용지를 뽑아 친필 사인 축구화(2명)과 친필 사인 유니폼(3며)을 증정하며 팬들에게 추억과 감동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념품까지 선사했다.

제주의 남다른 배려와 함께 성공적인 복귀 인사를 마친 구자철은 "제주 팬들을 단 한순간도 잊은적이 없다. 팬들이 내 복귀 소식에 기뻐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 제주유나이티드를 더 좋아해줄 것이라 믿는다. 경기장에 더 많이 와주시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성공적인 복귀식을 위해 많은 준비와 정성을 보여준 제주 구단 프런트과 선수단에게도 정말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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