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충격 받은 韓 유소년 지도법...박지성-이영표 ''실수에서 배우게 해야''
입력 : 2022.06.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상암] 조용운 기자= 한국 축구의 발전은 성숙한 유소년 지도법에서 출발한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76)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영표(45) 강원FC 대표이사, 박지성(41) 전북현대 어드바이저가 입모아 유소년 지도법의 선진화를 당부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지도자 컨퍼런스를 열었다. 한일월드컵 20주년 기념 '2022 KFA 풋볼페스티벌 서울'의 행사인 지도자 컨퍼런스는 국내 지도자를 대상으로 기술정책 소개 및 A대표팀 기술분석 결과, 여자 아시안컵 리뷰 등이 이어졌다.

이어 히딩크 감독과 이영표 대표, 박지성 어드바이저가 함께 대담하는 방식으로 한일월드컵을 추억하고, 유럽에서 생활하며 느낀점을 통해 한국 축구가 도약하기 위한 지도자의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대담은 자연스럽게 유소년 성장 방안으로 이어졌다. 한국이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기 위한 필요 조건을 묻자 모두 유소년을 가르치는 지도자의 방식 개선을 강조했다. 20여년 전 좋지 않은 기억이 아직도 남은 히딩크 감독은 "과거 한국에 와서 국내 지도자들이 유소년 선수를 훈련하는 걸 참관하며 충격을 받았었다. 선수들을 한줄로 세워 학대하듯이 강한 질책을 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심하게 다그치는 장면에 놀랐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영표 대표는 어린 시절 직접 겪은 훈련 방식을 예로 들며 "옛날에 연습 경기를 하면서 감독님으로부터 '똑바로 안 해'라는 이야기를 6번 정도 들었다. 전반이 끝나고 후반에도 감독님은 계속 '똑바로 안 할거야'라고 외쳤다. 똑바로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뭘 바로 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가장 안타까운 건 어린 선수들이 창의적인 패스를 시도했을 때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실수하면 감독들이 '안 되는 거 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부분이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모험적인 패스를 안 하게 된다. 좋은 플레이보다 지적당하지 않으려는 플레이만 하게 된다"면서 "발전 속도가 사라지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언어법은 상당히 직설적이고 상처를 준다. 어린 선수를 지도하는 분들에게 당부하는 건 지적보다 원하는 플레이를 했을 때 칭찬하는 법이다. 잘 하는 것에 집중시키면 자신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박지성 어드바이저 역시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게 중요하다. 최근에 유럽 유스팀에 가서 지켜봤을 때 지도자가 가진 철학을 큰 틀에서 아이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표현하는 데 직설적인 대화는 하나도 없었다"면서 "플레이가 다 끝나고 어떻게 생각해서 그런 움직임을 했는지 질문하고 선수들이 되돌아보게 한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 생각할 시간을 들이는 것을 보며 '나도 저렇게 배웠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할 정도였다"라고 감탄했다.

히딩크 감독의 마무리도 실수를 눈감아줄 수 있는 어른의 자세에 초점을 맞췄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선수들은 어린 나이부터 5년 후에는 어디서 뛰어야지와 같은 특정 목표를 가지고 생활한다. 이런 목표와 부담은 주로 부모님이 준다.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며 "어릴 때는 축구를 즐기는 게 중요하다. 지도자는 아이들이 축구를 많이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실수를 했을 때도 아이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성장할 수 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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