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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스캔들’ 정경호·전도연 연기도, 구성도..“시청률은 디테일에” [김재동의 나무와 숲]

기사입력 : 2023.02.03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OSEN=김재동 객원기자]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 독일의 유명 건축가인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가 성공 비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놓던 대답으로 알려진 말이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잘된 드라마는 디테일에 민감하다. 그런 의미에서 tvN 토일드라마 ‘일타스캔들’은 디테일에 충실한 잘 만든 드라마라 할 만 하다.

지난 달 28일 방영된 5화를 보자. 최치열(정경호 분)이 술에 취해 남행선(전도연 분)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오다 지동희(신재하 분)와 김영주(이봉련 분)에게 목격당하는 장면은 드라마가 표방한 ‘코믹로맨스’란 장르에 아주 중요한 씬이다. 최치열과 남행선이 학부모와 강사란 드라이한 관계에서 남성과 여성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상징해 주기 때문이다.

이 장면의 키포인트는 허리벨트다. 지동희 김영주의 야릇한 상상을 부추기는 허리벨트. 그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취중 최치열은 물 고인 길가에 고꾸라져야 했다. 최치열역 정경호는 애드립인지 대사인지 모를 ‘앗 차가.. 에이 차가’란 취중 넋두리로 바지가 젖었으며, 세탁이 필요하고, 허리벨트는 세탁을 위해 풀릴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최치열이 술에 취한 상황도 세밀하게 설계됐다. 경찰서에서 남행선에게 핸드폰을 넘겨주고 먼저 출발한 최치열이다. 그런 최치열이 편의점에서 혼술하는 남행선을 발견하기 위해선 걸맞는 타임스케줄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 지동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출판사로부터 문제지 그래프 수정을 요청받았는데 핸드폰으로는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 최치열은 중간에 차를 세운 채 노트북으로 수정작업을 진행한다.

그 시간 남행선은 유치장에서 나온 동생 남재우(오의식 분)를 위해 두부를 사러 나왔다가 동생이 잠들었다는 남해이(노윤서 분)의 전화를 받고 속상한 김에 혼술을 시작한다. 그래프 수정을 마친 최치열이 그런 행선을 목격하기까지 그녀는 소주 두 병을 비울 수 있었다.

그럼 왜 지동희와 스태프들은 자신들의 일을 최치열에게 미뤘을까? 최치열이 카드를 주며 팀 전체 회식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남해이의 과외교제 출력을 위해 스태프중 하나인 효원을 내보내고 올케어반 문제지를 출력했던 최치열 자신의 과오 때문였다. 효원은 문제 유출로 지동희의 추궁을 받았고 양심에 찔린 치열이 효원 위로타임을 가지라며 지동희를 부추겼다.

또한 새벽 이른 시간 행선네 집 앞에서 최치열을 목격하기 위해 김영주는 ‘미라클 모닝’ 스케줄을 포기했음을 훨씬 앞 장면에서 행선에게 통보한 바 있다. “미라클 모닝 하려다가 물미역될 뻔 했어. 못해. 못해. 몸이 안따라.” 라는 의미없어 보였던 대사가 사실은 이 순간을 위해 예비됐던 대사였던 것이다.

캠핑장에서 최치열과 남행선네 가족의 조우도 미리 마련됐다. 스토커로 오해받아 유치장 신세까지 지고 그 좋아하던 ‘권준경씨 와플’도 못먹게 된 남재우를 위해 남행선은 와플기계를 구입하고 캠핑 약속도 미리 해두었다.

‘최치열나짱나’의 음해로 속 시끄러운 치열이 향한 낚시터와 남행선 가족이 간 캠핑장이 중복됨은 그냥 우연으로 치자. 이 정도 우연은 드라마에서 흔한 운명적 필연으로 이해할 만 하다. 다만 최치열이 낚시를 떠나고 남행선네가 캠핑을 떠날 이유가 미리 합당하게 마련돼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디테일에 강하다. 치열과의 과외에 들뜬 남해이가 합방요청을 했을 때 행선역 전도연의 눈은 가물가물했고 남해이를 재우겠다고 토닥이는 손길은 점점 느려지다 나중엔 손가락만 까딱이고 이내 그마저 그치고 만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맞은 안식이 그렇게 세심하게 그려졌다.

딸 해이를 탈락시킨 올케어반 엄마들이 반찬가게를 들렸을 땐 씰쭉쌜쭉 흘겨본다. 현실 엄마 남행선의 싫은 티가 여실하다.

잠에 취한 최치열의 머리가 어께에 기대올 때 짓는 전도연의 표정 연기는 또 얼마나 섬세한가. 당황 속 설렘이 그대로 묻어난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을 함께 했던 황정민이 말한 "전도연이 바라보면 내가 정말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전해졌다"는 후일담이 공감가는 장면이다.

최치열역 정경호의 연기도 섬세하다. 남행선과의 과외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팔고 남은 반찬으로 포식한 채 침대에 몸을 던진 최치열은 그 포만감에 설풋 잠이 든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먼저 손이 움찔하고 다음 벨엔 몸 전체가 움찔하더니 잠이 깨 전화를 받는다. 선 잠에서 깨어나는 아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도시락을 문고리에 갈아 걸며 공연한 심술에 문을 탕 걷어찬 남행선이 줄행랑 친 후 나와서 도시락을 발견하곤 작게 ‘오 예’하는 최치열에게선 먹을 거에 진심인 순진무구함이 느껴진다.

제가 저지른 일로 애먼 효원을 추궁하는 지동희를 방으로 불러놓고선 “나는 그렇다. 교재보안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 팀워크라 본다. 그리고 효진이가 저렇게 억울해 하는 거 보면..” “효원이요.(지동희)” “그러니까. 형 말은 내가 까칠하면 너라도.. 너라도 좀.. 좀 유연성 있게 응? 애들 숨 좀 쉬자, 동희야.”하면서 공연히 옆구리를 찌르는 시늉에선 그 할 말 없음과 민망함을 얼버무리려는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 와중에 이름 헷갈리는 캐릭터 설명도 깨알같다.

회식 함께 하자는 지동희의 제안에는 “난 오늘 컨디션이 안좋아 가지고... 나 씹으면서 유대감 좀 다지고... 쌍욕으로 다지진 말고. 허허허. 아 머리야!” 하는 대목에선 천연덕스럽게 눙칠 만큼 유쾌한 컨디션, 행선 도시락의 파급효과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두루뭉술 ‘그렇다치고’가 없는 드라마 ‘일타 스캔들’. 1회 4%로 시작한 시청률이 6회 11%까지 꾸준한 우상향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디테일에 강한 강점을 유지하는 한 이 드라마의 전도는 양양해 보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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