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운, 황선홍-신태용-김도훈에 전수받은 비법은?
입력 : 2012.02.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가고시마(일본)] 배진경 기자= 한상운(26, 성남)은 운이 좋은 선수다. 대다수 축구선수들이 평생 한 번 경험해보기 힘든 ‘특별 과외’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황선홍, 신태용, 김도훈.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특급공격수 출신 지도자들이다. 이들로부터 차례로 사사한 한상운은 말그대로 ‘종합선물세트’같은 공격수다.

특급 공격수들 노하우 전수
한상운에게 공격수로 새 지평을 열어준 이는 황선홍 감독이다. 황 감독이 부산을 이끌고 있던 2010년 한상운이 신인으로 입단하면서 연을 맺었다. 당시 한상운은 자신감이 부족했고 몸싸움도 피하는 스타일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한상운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할 때 수비수도 붙여주고 의도적으로 몸싸움을 하게 만들었다. 나름의 노하우도 전수했다. 경기에 나갈 때마다 상대 선수 가랑이 사이로 볼을 넣고 뛰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하는 수비수 입장에서는 굴욕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반대로 공격수는 짜릿한 희열을 경험할 수 있다.

한상운은 “K리그 경기에 나갈 때마다 황 감독님이 ‘오늘은 2개 넣어라, 3개 넣어라’라고 시키셨다.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지한 과제였다. 오늘 못 넣으면 그만큼 다음 게임 때 누적된 숫자로 성공시켰어야 했다. 성공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발전이 있었다. 데뷔 첫 해에는 K리그 3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이듬해에는 FA컵까지 포함해 11골을 기록했다.

2012년 성남으로 이적한 한상운은 두 명의 스승을 동시에 만났다. 신태용 감독과 김도훈 코치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경계를 허문 전천후 플레이어였고, 김도훈 코치는 문전에서의 중량감과 파괴력에서 따를 자 없는 공격수였다. 이들은 한상운에게 어떤 비법을 전하고 있을까.

신태용 감독은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현역시절 별명답게 개인전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상대를 약 올리며 무너뜨릴 수 있는 기술 같은 것이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려면 개인전술이 필요하다. 결국 내 앞의 선수를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걸 주입해주시고 자신감을 만들어주신다. ‘상대를 가지고 놀라’는 주문은 그런 의미다. 훈련장에서부터 성공경험을 늘리고, 훈련에서 보였던 모습을 그대로 경기장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격려도 해주신다.”

김도훈 코치로부터는 공격수의 정석에 대해 배우고 있다. 언제나 골문을 향하는 공격적인 자세와 문전에서의 움직임 같은 것들이다. 한상운은 “감독님들을 잘 만난 건 내 인생에 정말 큰 복이다. 모두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분들이라는 점에서 굉장한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2012년, 20골-20도움 목표… 골만 넣는 선수는 사절
한상운은 지난 1월 홍콩에서 열린 챌린지컵에서 맹활약했다. 광저우 부리(중국), 시미즈 S펄스(일본)를 상대로 모두 3골3도움을 기록했다. 한상운과 공격수들의 고른 득점 활약 속에 성남은 챌린지컵 우승을 차지했다. 새 시즌 예감이 좋다. 그에게 이번 시즌 목표를 물으니 “20골-20도움 기록”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15골을 목표로 세웠다. 작년에 9골을 기록했으니 그 정도는 넣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감독님께 혼났다. 너무 적다고(웃음). 감독님 말씀이, 선수는 목표치를 항상 가장 높은 곳에 둬야 한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올해 경기수가 작년보다 두 배 정도 많아진다. 작년에도 FA컵을 포함하면 12골을 기록했으니 올해 K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피스컵 다 합치면 가능성이 있는 기록이라고 본다.”

득점보다 더 성공하기 어렵다는 도움 기록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이유가 뭘까. “3년 동안 K리그에서 19골 18도움을 기록했다. 골만 잘 넣는 선수는 되고 싶지 않다. 나보다 좋은 자리에 동료가 보이면 어시스트도 많이 하고 싶다. 경기 중 직접 어시스트를 할 수도 있지만 세트피스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많다. 그 때 좀더 집중하면 동료들에게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목표는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다. 부산에서 뛴 지난 3년간 준우승(리그컵, FA컵)만 내리 세번 한 터라 이번에는 꼭 우승을 경험하고 싶다. “하나의 타이틀 보다는 두 개 정도 우승컵을 안고 싶다. 올해는 좋은 선수들도 많고 선수들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대표팀서 많이 배우고 싶다”
한상운은 최근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지난해에도 잠시 발탁된 적은 있지만 그때는 부상 당한 손흥민(함부르크)의 대타여서 부담감이 컸다. “처음부터 내 자리도 아니었고, 자칫 잘못할 경우 손흥민에게 비교될까봐”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당하게 평가 받고 이름을 올린 것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이번 대표팀에서 보고 배울 대상이 많다는 사실이 한상운을 설레게 한다. 중고교 시절부터 선망해오던 선배들과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커지는 나날이다. 한상운은 “내 능력을 최대한 보이면서도 형들이 갖고 있는 좋은 능력들을 많이 보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수다 보니 아무래도 동국이 형이 골을 넣을 때의 움직임을 가장 눈 여겨 보게 될 것 같다. 미드필드진의 정우 형이나 두현이 형은 볼 차는 센스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 형들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을 상황마다 재미있게 해내는 형들이 많은 만큼 잘 보고 배워오겠다”고 덧붙였다. 배움의 즐거움을 깨친 청년 한상운의 내일은 한동안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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