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스타] A매치 100승에 도전하는 카시야스, 스페인의 진짜 에이스
입력 : 2012.06.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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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스페인 축구의 철학은 일명 ‘티키타카’와 ‘토케’로 대표되는 소유와 창조성, 패스를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다. 스페인 축구가 가장 눈부신 플레이를 펼치는 곳은 중원이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를 다수 보유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챔피언과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미래의 전술로 불리는 최전방 공격수 없이 경기하는 ‘제로톱 전술’을 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스페인 축구 최고의 영광의 순간에 우승 트로피를 들고 스포르라이트를 받은 것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1)다. 카시야스는 라울 곤살레스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서 스페인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FC 바르셀로나의 주장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카를라스 푸욜의 건재에도 카시야스가 스페인의 주장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A매치 출전 횟수가 다른 누구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경기를 뛰었기 때문만이라면 카시야스가 스페인 축구의 리더로 인정 받지 못했을 것이다. 라인을 최대한 위로 끌어올리고,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최소화한 뒤 타이트한 축구를 구사하는 스페인의 가장 큰 약점은 넓은 배후 공간이다. 카시야스는 아무리 팀이 전진해도 골문을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전진에 한계가 있다. 배후 공간을 공략 당할 경우 홀로 골문을 사수해야 한다. 카시야스는 공격적인 팀 스페인이 가진 불안요소를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버팀목이다.

인간인 이상 누구나 실수를 한다. 스페인이 압도적으로 볼율 소유하고 공격하다가 범하는 실수의 순간, 상대의 역습이 전개될 때 카시야스는 몇 안되는 결정적인 위기를 차단한다. 8강 진출을 결정한 18일 새벽(한국시간) 크로아티아전도 그랬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진 와중에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아일랜드를 상대로 득점하면서 스페인은 탈락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생겼다. 크로아티아에 1골 만 내줘도 짐을 싸고 돌아가야 한다.

크로아티아는 터프한 압박과 날카로운 역습으로 스페인을 위협했다. 스페인은 볼을 소유했고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으나 득점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밀집 수비를 펼치는 크로아티아와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공격에 투자한 스페인은 수비 시에 더 많은 공간을 남겼다. 후반 14분 루카 모드리치의 크로스 패스에 이은 이반 라키티치의 문전 헤딩 슈팅, 후반 34분 페리시치의 오른발 슈팅을 카시야스가 막아내지 않았다면 스페인은 경제 위기만큼 충격적인 재앙을 축구계에서도 겪을 수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나 대표팀에서나 그는 ‘산 이케르(San Iker)’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스페인 축구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진다. 헤수스 나바스의 결승골이 스페인의 8강행에 쐐기를 박았지만, 그에 앞서 스페인의 8강행을 안정적으로 도운 것은 카시야스였다. 1-1 무승부로 끝난 이탈리아와 첫 경기에서도 카시야스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스페인은 충분히 패배할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카시야스는 대표팀에서 다양한 클럽에서 모인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선수단의 규율을 책임지며 그라운드 밖에서의 탁월한 리더십을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주장완장을 차고, 리더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라운드 위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전 출전을 통해 134번째 A매치를 소화한 카시야스는 스페인 축구사를 계속해서 새로 써나가고 있다. 스페인 대표 선수 역사상 최다 경기에 출전 중인 카시야스는 대표 선수로 98번째 승리를 거뒀고, 76번째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적인 기록이다. 카시야스가 이번 대회 안에 100번째 A매치 승리를 달성하며 축구 역사상 초유의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을까? 패스의 왕 스페인의 진짜 에이스인 ‘선방의 왕’ 카시야스에게 그 의문의 열쇠가 쥐어져 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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