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올림픽 부럽지 않았던 제주-서울 열기
입력 : 2012.07.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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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서귀포] 홍재민 기자= 2012 런던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모든 이의 눈과 귀가 올림픽 열기에 쏠렸다. 그러나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K리그의 흥행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2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맞붙었다. 제주는 우승 경쟁권으로 가기 위해, 서울은 리그 1위 전북을 따라가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한판승부였다. 두 팀은 나란히 최근 경기에서 득점력을 폭발시키고 있었던 덕분에 화끈한 내용이 기대되었다.

더불어 이날 경기에 앞서 홈팀 제주는 흥행몰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관중수 2만 명이 넘으면 박경훈 감독이 백발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꽃남’ 스타 송진형은 1만5천 명이 넘을 경우, 치어걸과 함께 팬들 앞에서 춤을 추기로 약속했다. 구단 차원에서 ‘타깃 게임’으로 지정해 관중동원에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불안한 구석도 있었다. 우선 폭염이란 불가항력과 만났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경기가 시작되었던 28일 저녁 7시 서귀포시의 날씨는 기온 28.9도, 습도 84%로 불쾌지수가 무려 82에 달했다. 기자석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몸에서 땀이 날 정도였다. 더군다나 경기 시간이 ‘마린보이’ 박태환의 400미터 자유형 예선과 겹쳤다. 국민적 관심사와 동시에 열리는 K리그 경기의 흥행을 낙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다행히 경기 시작 전부터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눈에 띄었다. 제주의 마케팅 노력 덕분이었다. 목표 관중수 달성 여부는 후반전이 되어야 알 수 있지만, 어쨌든 출발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젠 경기만 재미있으면 될 일이다. 더위를 쫓으려는 힘겨운 부채질이 한창이던 전반 4분 제주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자일의 헛발 페인팅 직후 산토스가 때린 프리킥이 그대로 골문 안에 꽂혔다. 무더위 속에서도 제주 홈 관중은 모두 일어나 환호성을 외쳤다.



이후 경기 내용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박진감 넘쳤다. 배일환이 역습에서 골을 추가했다. 그대로 무너질 법한 분위기였지만, 서울은 저력을 발휘하며 몰리나와 데얀의 연속 득점으로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 초반 데얀의 환상적인 골이 나왔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뒤 오른발 발등으로 가까운 골대 구석을 향해 강하게 때렸다. 볼은 눈깜짝할 사이에 제주의 골네트에 감겼다. 2-0으로 뒤지던 서울이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경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중반 자일이 회심의 동점골을 터트려 스코어는 3-3이 되었다. 이후 양팀은 무더위 속에서도 결승골을 얻기 위해 죽어라 뛰었다. 몰리나의 극적인 결승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제주의 강수일이 서울 수문장 김용대와 맞섰던 순간 제주월드컵경기장 안은 뜨거운 용광로로 변했다. 아쉽게도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경기는 결국 3-3 무승부로 끝났다.



산토스의 환상적인 플레이와 프리킥 득점,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 데얀의 가공할 득점력, 두 번의 동점과 한 번의 역전 상황 그리고 양팀 합쳐 여섯 골이 터져 나와 이날 경기장을 찾았던 16,910명의 관중을 즐겁게 해줬다. 경기 종료 후, 관중 1만5천 명 이상 입장시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팬들 앞에 선 송진형의 수줍은 댄스와 불꽃놀이까지 마무리까지 충실했다. 2012 런던올림픽 첫날 치러진 K리그 제주-서울 경기는 축구의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 멋진 한여름 밤의 ‘풋볼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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