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s영국] 박지성 없는 한국, 긱스 있는 영국 과연?
입력 : 2012.08.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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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산소탱크’ 박지성(31, 퀸즈파크레인저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7시즌을 보낸 '영국통'이다. 비록 태극 유니폼을 입고 후배들과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경기장 밖에서 박지성이 던지는 조언과 응원은 영국에서 대회를 치르는 올림픽 대표팀에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다.

박지성은 2일(이하 한국시간)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가봉의 B조 최종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응원을 보냈다. 한국 올림픽팀은 경기를 주도했지만 끝내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득점 없는 무승부에도 박지성이 보는 앞에서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박지성은 이날 올림픽 팀의 후배들이 고전한 이유를 진단했다. 이틀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올림픽 축구 특유의 타이트한 일정, 그리고 유독 넓은 편인 웸블리 그라운드가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올림픽 팀의 8강전 상대는 개최국 영국 단일팀이다. 박지성이 수년간 부딪혀 왔던 선수들이 활약 중이다. 미드필드진의 핵심인 라이언 긱스와 톰 클레벌리는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한솥밥을 먹고 지낸 선수들이다. 특히 긱스의 경우 박지성과 절친한 사이다.

긱스는 만 38세의 노장이다. 와일드카드로 영국단일팀에 합류했고, 주장을 맡아 노련하게 팀을 이끌고 있다. 민족 간 감정의 골이 깊어 축구 대회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따로 나뉘어 출전해온 영국은 우여곡절 끝에 단일팀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긱스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영국단일팀이 하나로 뭉치고, 토너먼트를 헤쳐나가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만약 박지성이 올림픽 팀 와일드카드로 나섰다면 드라마틱한 대결이 연출됐을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몇몇 문제도 박지성과 함께라면 헤쳐나가는 것이 더 수월했을 수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미 국가 대표도 은퇴한 상황이다. 후배들이 큰 경기를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게 자리를 지켜주었다. 긱스의 경우 웨일스 대표로 국제 메이저 대회를 전혀 치러보지 못했기 때문에 은퇴를 앞두고 찾아온 기회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박지성과 긱스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과 영국의 경기는 5일 새벽 3시 30분 카디프에서 열린다. 아쉽게도 박지성은 이날 경기의 관중석을 찾아 응원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퀸즈파크레인저스와 독일 전지훈련을 떠나 트라브존스포르와 평가전 경기가 같은 날 예정되어있다.

하지만 박지성이 할 수 있는 기여는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뛰거나 또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박지성은 이미 한국 올림픽팀이 영국을 상대하는데 충분한 기여를 했다. 바로 넘기 어려운 상대가 아닐까라는 심리적 장벽을 무너트린 것이다. 박지성이 지난 7년 간 영국 무대에서 펼친 활약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 심리적 장벽을 부순 것이 원동력이 되어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과 활약이 줄을 이었다.

사공명주생중달(死孔明走生仲達).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 있는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한다는 삼국지의 유명한 일화다. 한국과 영국의 대결 역시 마찬가지다. 긱스는 살아서 영국단일팀을 이끌고 있지만 박지성은 이미 국가 대표 선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한국 팀의 정신을 이끌고 있다. 영국단일팀이 한국을 얕볼 수 없는 이유 역시 박지성이 7년 간 증명해낸 클래스 덕분이다. 죽은 박지성이 산 긱스를 이길 수 있을까? 한국과 영국의 올림픽 8강 대결은 여러모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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